SBS <신들린 연애> 시즌1 시청 후기
이틀 전인가? 내가 꼭 챙겨보는 유튜버(하말넘많)가 <신들린 연애> 리뷰 영상을 올렸다. 기억에 남는 한 줄평은 역시 "벗고 하는 연애 프로그램(솔로지옥)과 옷 입고 하는 연애 프로그램(하트 시그널) 사이에서 소재가 너무 신선했다"였고, 내가 그 유튜버(하말넘많)가 리뷰하는 콘텐츠를 거의 다 보는 편이라서 '한 번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가 10개 이상이면 솔직히 안 봤을 것 같은데, 총 6회로 종결이라 시즌1을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무속인'들의 연애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신선한 것도 있지만 확실히 연출(편집?)이 '주어진 운명과 인간적 끌림 사이에 고민하는 한낯 미물'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았고, 고민할 소재가 '연애'일뿐 인생에 대한 출연자들의 태도와 반응을 통해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재가 '연애'일뿐, 어쩌면 우리가 고민하는 모든 것에 대해 여러 관점을 배울 수 있는 것 같았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공부가 나의 운명일까? 나의 욕심일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겠지만 '공부를 계속하겠다. 대학원에 가겠다.'라는 생각으로 대학원을 진학했는데, 자꾸 몸이 너무 아프고 또 미래가 불안하고 막막하다 보니 괜한 짓을 하나 싶어서 유명하다는 곳에서 점을 엄청 봤었다. 당시 내가 원하는 대답이 정해져 있었는데, 누구든지 "공부가 당신의 운명이 아닌데, 욕심으로 잡고 있다. 이제 놔줘라. 그러면 안 아플 것이다."이렇게 말해주길 바랐고, 그 대답이 나올 때까지 4-5번 정도 점과 사주 등을 봤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내 기대와 달리 모두들 "공부를 할 사주고, 운명"이라고 했고, 심지어 "어떤 건물에 갇힌 사주라서, 환자이거나 의사이거나 학생이거나 교수이거나 어쨌든 늘 갇혀있다(관재?라고 했던 것 같다). 그냥 그런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아프지 않고 또 앞일도 조금씩 풀린다"는 말도 들었다. 막상 공부하는 것이 운명이라고 하니까 나를 불안하게 하는 고민은 멈췄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서 그런가 조금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 후련하게 운명을 핑계로 도망가고 싶었던 것 같다. 또 '운명'이라면 실력도 재능도 좀 같이 주던가!라는 울컥하는 마음도, 뭔가 억울한 울분 같은 것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시간들을 통해 나도 무언가 마음이 정리되었고, 운명과 욕심이라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정리되고 나니 몸도 마음도 많이 건강해져서 지금은 졸업을 위해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래도 조금의 찝찝함이 있었는데, <신들린 연애> 출연자 한 분의 말이 나의 마음을 찔렀다. 그 출연자분은 본인이 좋아하는 상대에게 거절의 말을 들으면서 대답으로 했던 말인데, "이런 프로그램에 나와서 실패라는 것이 있다면, 아무도 끌리지 않아서 최종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실패라고 생각한다. 커플이 되지 않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커플이 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미안한 거절을 에둘러 말하는 상대방에게, 커플이 되지 못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고 설명했고 또 최종 선택에서 상대방을 선택하면서 "이렇게 당신에게 끌리고 선택하는 이 과정 역시 나의 운명일 것"이라고 말하셔서 '운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운명'을 해석하는 것에서 정말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없고 또 마음 둘 것이 없는 것이 실패지,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는 한 그건 실패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또 더 나아가 어떤 '존재'에 성공과 실패가 있을 순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운명 혹은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또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재밌게 봤을 까? 싶어서 늦었지만 이것저것 후기를 찾아봤는데, 누군가가 이런 댓글을 남겨두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다 말할 수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할 말과 못할 말을 가리는 습관이 있어 출연진 모두가 무해한 느낌이라 시청하기가 너무 편했다." 너무너무 공감 가는 후기였다. 출연자들의 언행이 정말 무해하고 편한 느낌인 것도 분명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직업을 생각해 봤는데, 일단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입장이고 또 현재와 미래, 주어진 것과 바꿀 수 있는 것, 당장 행동할 수 있는 선택지들 이런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입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또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인 선택지를 조언하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본인의 인생에 대해서도 상당히 멋있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과정과 훈련에 대한 인식도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에 연연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들을 보면서 '어쩔 수 없는 미물'로 살아가는 공감대도 느낄 수 있었다. 또 패널들이 '저렇게 점사 볼 때가 아닌데'하면서 연애에 훈수를 두는 것도 너무 웃겼다. 패널들도 불안하거나 힘들 때는 그들에게 점사를 보러 가겠지만, 또 '연애'에 있어서 훈수를 두는 모습 자체가 우리네 인생 같아서 재밌던 것 같다. 최근 시즌2가 시작된 것 같은데, 이번에도 좋은 연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