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그것이 알고 싶다>를 다시 보면서 느끼는 것들
작년부터 <그것이 알고 싶다>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등 탐사 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오래된 순서로 정렬을 바꾸니 2011년의 방송분이 올라와 있어서 정주행을 하고 있다. 세상이 흉흉해지면서 “이상동기범죄(묻지 마 범죄)”가 최근 증가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2010년에도 그런 범죄들은 꽤 많았고, 심지어 사회적 불평등이 심해지고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사회가 흉흉해졌다는 설명도 똑같았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2011년에는 상대적으로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살인 사건과 방화 사건 등 범죄사건이 많았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중심지는 ‘서울’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꽤 여러 개를 정주행 하고 보니까 ‘전국에 걸쳐’ 동기를 알 수 없는 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의 무능에 대한 생각도 사법부의 안일함에 대한 생각도 여전하다.
오히려 사법부부의 입장은 그 주장과 근거가 일관되어 이해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negative). 시민들의 ‘법감정’을 무시하는 사법부의 결정에 화가 나면서도 그들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법에 근거'하여 결정하는 방식이 오랜 시간 정교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할 수 없게’ 혹은 '반박할 수 없도록' 평결하는 방식이 섭섭하고 속상하긴 하다. 최근에 봤던 내용은 <노진규 노선영 선수와 한체대 A교수>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평창 올림픽 당시 교수직에서 직위 해제 되었던 가해자 A교수는 현재 복직을 했다고 한다. 이런 판결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법적으로'는 선수를 학대하거나 차별하는 등의 일의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걸까?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이 나간 뒤, 직위해제를 한 것은 그저 한체대의 체면을 위한 시간 벌기였을까? 너무나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대단한 유튜버도 아니고 인플루언서도 아니다 보니 다시금 여론에 호소할 수도 없는 것이 속상할 따름이다. 교수든 누구든, 어떤 시스템과 우리 조직(팀)의 목표가 아닌 ‘자신의 명성’을 위해 다른 사람을 도구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그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부러진 화살>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B교수에 대한 내용도 살펴보니, 사법부의 판결은 '누구든지' 정황과 맥락과 상관없이 행위만을 판단하되 '사법부는 예외로 한다'는 것이 그들의 원칙인 것 같기도 하다. 정황과 맥락을 운운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해치는 것은 물론 지양해야겠지만 과학적 근거와 직접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는 일과 '과학적 근거'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같은 사법부'의 입장이라니 참담하기만 하다. '랜덤 뽑기'같은 판사 배정에 다들 목숨을 걸어야 한다니, 사법부의 '일관성' 혹은 '공정성'에 다시금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그런데 무능한 경찰에 대한 마음은 여전히 화가 난다. 경찰은 왜 이리 무능한 걸까?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2011년 즈음 경찰들은 자신이 무능한지도 모르고 자랑스럽게 인터뷰를 했고 최근에는 악플 등의 문제로 모자이크를 요청하거나 인터뷰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나 현재나 경찰은 늘 ‘특정 용의자’를 몰아가느라 ‘진짜 범인’을 놓쳐버린다. 10년 뒤 20년 뒤 미제사건팀이나 재심 변호사가 등판하더라도 '특정 용의자'에 대한 증거와 조사자료만 있을 뿐 다른 용의자와 범인은 자료조차 없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는데, 경찰들은 또 진범을 잡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하니까 왜 우리끼리 이렇게 질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또 범죄자 1명으로 인해 피해자, 피해자 유가족, 경찰, 언론, 시민, 목격자 등 너무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시간, 그리고 세금이 사용되는 것이 허탈하고 허무한 마음이 든다.
이상한 동기? 그저 관심을 받고 싶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그릇된 욕망의 발현? 그런 말도 안 되는 범죄들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 같다. 그런 범죄의 수가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범죄자를 수사하는 경찰도 발전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범죄자가 더 많아질 것이다. cctv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우리는 더 많은 사건을 기억하고 회자할 것이다. 그런 과정 중에 최근 범죄자들이 언론사들의 인터뷰에서 뻔뻔한 태도와 언행을 보인 것들이 많은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근데 이런 태도는 유영철이나 정남규, 지존파 등의 범죄자들 역시 비슷한 행동을 했었기 때문에 ‘그런 스타일’의 범죄자가 있다는 것으로 봐야지 최근에 특별한 언행을 하는 범죄자가 갑자기 출현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말하듯, 범죄자들의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범죄에 이 사회가 반응하는 것과 신문과 언론이 자신을 해석하는 것 등을 보면서 우월감을 느낀다고 한다. 계곡 살인 가해자가 실제로 보험금 지급에 대한 피해를 <그것이 알고 싶다>에 호소하면서 자신이 억울한 상황에 처했으니 나의 억울함을 취재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메이저 언론사, 여론의 형성 등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 곧 '자신의 영향력'으로 잘 못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독자 수와 팔로워 수를 그 사람의 영향력, 능력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마도 더욱더 심해질 것 같다. '나의 우월함'을 보여주기 위해 누군가에게 폭력을 과시하고 범죄를 저지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사람이다.'라며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이번 회차 주인공'을 자처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 같아서 참담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