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유가족 입장에서 본 씁쓸함
충주의 시각장애인 생활 시설에서 故김주희 씨가 사망했다. 복지사 및 보육교사의 학대가 있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고, 방임과 방치가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법적 증거도 없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고인이 잠을 뒤척이다가 의자에서 심장 발작 혹은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정황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이 사건에 대한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영상을 시청하면서, 감히 오숑이 사건과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숑이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내가 무슨 음모론자도 아니고 그동안 잘 다니던 유치원 선생님들을 갑자기 범죄자로 호도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사실확인을 위한 cctv영상과 경찰의 수사, 그리고 '생명을 앗아간'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공정한 판결을 원했을 뿐인데, 항변도 변명도 설명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대방을 그저 견디는 것이 나도 많이 괴로웠던 것 같다.
남의 얘기를 빗대어 이야기하자면, 故김주희 씨는 아침에 의자 위에서 발견되었고 부검을 진행하지 못했다. 믿었던 복지시설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보고서를 받아 봐야 했고, 심지어 재판은 3년이나 열리지 못했다. 그저 유가족이 원한 것은 cctv 영상, 경찰의 수사, 선생님들과 시설의 설명, 인과관계 유추 및 책임자 징계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애견 호텔의 cctv영상, 경찰의 투명한 수사, 선생님들의 설명, 인과관계 유추 및 사과였다. 솔직히 그렇게 대단한 처벌을 원한 것도 아니다. 내 자식이 죽었다고 남의 자식을 잔인하게 죽여달라는 말도 안 되는 읍소가 아니다. 그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나에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서류(수사보고서)를 줬으면 좋겠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시설과 경찰의 후속 조치를 원한 것뿐이다.
학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숑이 도 고인도 몸에 이유 없는 멍이 상당히 많았다. 그래, 당장 오늘 죽어버리라고 때린 것은 아니겠지. 그러나 어쨌든 훈육이 잘못되었다면 혹여 어떤 잘못을 했다면, 그저 그만큼의 잘못에 대해 처벌받고 또 사과하기를 바랐다. 가해자의 해명과 설명을 바랐고, 사과를 바랐다. 대단한 처벌을 받아서 당장 선생님의 인생이 망하기를 바란 것은 아니다. 그저 딱 그만큼의 징계와 처벌을 받기를 바랐던 것인데, 이게 그렇게까지 힘든 일이었을까? 내가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한 것일까?
그 어떤 의견도 답변도 하지 않는 피고를 1년이나 기다리면서 판결을 미룬 것. 그 과정에서 나는 마치 사법부가 "네가 화난 것은 알겠는데, 이게 그렇게까지 대단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변호사는 그저 내가 돈을 주고 고용한, 내 편이니까 그저 잘 될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고. 세상에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 어떤 소견서를 내도 그저 사법부는 "죽음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요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고, 사람도 아닌 강아지의 부검은 필수도 아니거니와 법적으로 증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인터넷상에 알리는 것뿐이었고, 그렇게 서명을 받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1명이라도 탄원서를 내주시면 조금 도움이 된다는 말에 그것만 열심히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욕도 많이 먹었고, 광고성 디엠이나, 조롱하는 듯한 연락도 많았다. "불쌍해서 도와주려고 했는데 적반하장이다."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저 감사하다고 했을 뿐인데, 이것도 해봐라 저것도 해봐라 조언하면서 자신의 조언대로 하지 않으면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변호사님과 상의하는 일도 버거웠고,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것에 불과했던 시간이었지만 그저 그런 관심이 감사해서 감사하다고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법부도 사법부의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는지 여부와 법적 판단, 그리고 그에 따른 처벌 및 벌금 등을 정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니까 서운했지만 그것도 이해는 갔다. 가해자에게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못 들은 것도 화가 났지만, 또 뭐라고 말했다고 한들 내 마음이 풀렸을까 싶어서 그저 무응답으로 응답한 선생님들을 그저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근데 그 과정에서 "아 그건 우리가 할 수 없는데~" 라면서 "직접 가해자에게 영상을 받아오라"라고 했던 경찰에게는 아직도 서운한 감정이 남는다. 경찰이 나의 개인 집사가 아닌 이상, 나 역시 나를 위해 뭔가를 위법한 부탁한 것은 아니었는데, 변호사를 통해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한 사안에 대해서 cctv확보를 못한다고 말한 경찰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원 등기를 잘 못 전달해서 일정을 지연시킨 우체부 아저씨에게도 괜히 서운하다. cctv라도 제대로 봤다면 조금 후련했을 것 같은데, 그저 심장발작이라는 '사고'가 내 아이에게 일어났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면 내가 선생님이 아니라 그저 하늘을 원망했을 것 같은데, 그 작은 cctv 메모리칩 하나가 이렇게 마음에 앙금이 되었다.
그저 죽은 사람만 억울하고, 유가족만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속상한 마음은 이제 눈물로 흐르지도 않고, 그저 용암처럼 내 마음에 쿵하고 자리를 잡았다.
무조건 음모를 설파하는 것이 아니다. 기관이 종교와 정치세력과 유착하여 학대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아니다. 그저 경찰과 사법부, 그리고 법인이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고 애도하고 사과하고 일말의 책임을 지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행정적, 사법적 절차가 다 마무리되고 나서야 비로소 유가족의 슬픔이 남는다. 그것이 이렇게까지 어렵고 힘든 일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모든 생명에 대해 평등하게, 매뉴얼대로 일해달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정치적 요구일까?
어제부터 자꾸 속상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