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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taetae Jul 10. 2023

제주 올레_6

추자를 걸으며 이어지는 생각들

  추자 두 번째 날. 올레 18-1코스에 이어 오늘 18-2 코스를 돌았다. 추자 한 바퀴. 추자는 외딴 섬치고 산이 정말 많았다. 두 코스 모두 대부분 오르막길 또는 내리막길이었다. 등산과 하산이 계속됐다. 해일을 피해 중산간에 터를 일군 사람들. 그리고 오르락내리락 그 길을 걷는 올레꾼들.

  사실 10KM 남짓의 두 코스를 하루에 한 번에 돌고, 10시쯤 입도해 16시쯤 출도 할까 생각했다. 섬 특성상 숙식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이 등산길 하산길을 뛰어다녀야 한다. 이론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게 빠르게 허겁지겁 볼 거면 제주에, 추자에 온 이유가 희미해진다 생각했다. 놀멍 쉬멍 걷는다는 올레길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생각했다. 내가 지금 왜 이곳에 있냐를 떠올리자.


보라색이 18-1, 빨간색이 18-2


  결국 이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올레길을 두 코스로 굳이 나눈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추자는 느린 섬이다. 쾌속선을 타도 1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생활 편의 시설은 거의 전무하다. 대부분 대를 이어 살아온 사람들이다. 타지 사람들에겐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것들 또한 그들에겐 평범하고 익숙한 것일 뿐이다. 빠르고 편리한 것들을 찾아 제주로, 육지로 떠날 수 있지만 그들은 떠나지 않는다. 추자가 좋으니깐. 여기가 내 집이니깐.

  


  나는 느린 몸짓으로 그들을 마주했다. 고요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걸어보니 바람이 느껴졌다. 맞바람은 나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바람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강한 바람이 불 줄이야. 오후에 배가 못 뜨면 어쩌지를 걱정하며 걸으며 기상특보를 확인했다. 체감상 육지의 태풍보다 강했다. 하지만 기상특보에 강풍주의보는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걸어 다녔고, 심지어 자전거를 타는 아이도 있었다. 문득 내가 별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육지사람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추자도 사람들은 유별난 사람들이다. 불편한 곳에 사는 신기한 사람들이다. 반면 세찬 바람을 매일 맞으며 살아가는 추자도 사람들에게 겨우 이 정도 바람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육지 사람들은 유별난 사람들이다.

  이 둘의 예시를 듣는다면 어떤 이는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본다면 이는 괜찮은 것이라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다름은 불충분하다 생각한다. 다름은 비교를 함의하기 때문이다. 비교라는 장막은 정확한 이해를 어렵게 한다.



  인간은 삶을 살아가며 경험을 축적하고 각자의 기준을 세우게 된다. 기준은 살아갈수록 더 확고해진다. "나 때는...", "우리식은..."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살다 보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처음 보고 들은 것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인간은 그와 동시에 익숙한 것을 떠올린다. 즉, 인간은 새로운 것을 새롭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익숙한 것을 통해 받아들인다. 이게 강해지다 보면, '불편한 곳에 사는 신기한' 또는 '유별나게 행동하는' 등의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 판단으로 인해 '왜 그들이 그곳에 사는지', '왜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지'는 무시된다.

  새로운 것을 새로웁게 보아야 한다. 비록 인간의 본능일지라도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다름을 넘어 다양함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추자도를 걸으며 내가 내린 결론이다. 온전히 추자를 생각하기 위한. 세상의 무의식적 생각들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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