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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Jul 21. 2016

영어, 그것이 시작이었다.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고등학교 시절, 심각한 영포자(영어를 포기한 자)였다. 암기과목에 영 자신이 없었던 미술학도였던 나는 공부를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아 영문법책을 펼치면 첫 번째로 나오는 to 부정사조차 무엇인지 몰랐고, 수능 외국어영역은 7등급이 나왔다. 비루한 수능성적이었지만 그래도 높게 나온 미술실기점수로 4년제 대학에는 입학할 수 있었다. (그것도 무려 장학생으로...)


대학을 입학하고, 장학생 특전으로 중국 여행을 하게 되었다. 설레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찌는듯한 더위에 패키지여행처럼 꽉 차인 스케줄이라 별 감흥이 없었던, 야영훈련만큼이나 지독하게 힘들었던 중국 여행을 끝으로, 나에게 영어공부와 해외를 간다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인 줄로만 생각했다. 난 공부에 관심없는 영포자에다 빚지면서 대학 다니는 가난한 집 딸이었으니까.


그래도 해외를 가고 싶단 생각은 늘 마음속에 있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워킹홀리데이 이야기부터,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한 대학생, 용돈 모아서 가까운 동남아로 떠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학 입학 이후 쭉,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던 나에게 해외여행이란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지금은 돈이 없으니, 나중에 신혼여행 갈 때나 가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뿐.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복도를 지나가다 한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무료 어학연수 지원'

교내 모의토익점수가 600점 이상이 넘는 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어학연수를 지원해준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영어를 잘하면 해외를 공짜로 갈 수 있구나!

이것이 영포 자였던 나에게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마련해준 발단이었다.


-수줍음 많은 내성적인 성격의 내가 영어회화를 배워 외국인과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도,

-영어로 된 구글에 넘쳐나는 정보들을 참고하여 내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필리핀에서 일하게 된 것도,

-앞으로 1인 기업을 세워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려는 생각들도,

-돈 없지만 세계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도


모두 이 한 장의 포스터에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의 나는 그저 

어떻게 해서든 공짜로 해외에 가보고 싶단 생각 하나로, 

반드시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합격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아쉽게 탈락했다.

다른 사람들은 3개월만 공부하면 나온다는 토익 500점인데, 나는 6개월을 공부해도 겨우 300점이 나왔다.

문법의 아주 기초부터 시작해야 해서 기초를 쌓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거기에는 나의 저질 암기 실력도 한몫했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쌓아온 영어가 아까워서라도 포기하지 않았다.

아얘 작정하고 1년 휴학을 내고 알바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공부하는데 투자했다.

수 많은 토익책을 사고, 유료 인강을 결제하였다. 그리하여 이듬해, 같은 프로그램에 도전하여 

토익 600점을 만들고 겨우 합격하였다.


3개월 반의 짧은 기간이지만, 첫 해외살이가 시작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곳은 필리핀의 작은 도시 바콜로드였다.


필리핀에서 보낸 3개월은 나의 삶 중에 큰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영어공부를 하러 간 것이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영어 선생님들, 길에서 반갑게 '안녕~'이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한 명, 한 명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며, 이전에 보지못한 새로운 문화들을 경험하면서 이러한 세상도 있구나 하는것을 느꼈다. 때로는, 필리핀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행복의 기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해외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생각의 큰 변화를 주었다. 일단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니, 

나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더 큰 세계를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

한국에서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한국의 초, 중, 고, 대학교를 나와서

한국에서 취업을 하고

한국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취업 후 은퇴해서 한국에서 살다가

한국에서 죽는다.

-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영어를 배우고 해외에서 살고나 보니, 태어난 국가는 한국이지만 외국의 어느 나라에서든 공부를 할 수도, 취업도 할 수도, 외국인과 결혼하여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분명 그러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나와는 먼 이야기', 'TV에 나올만한 이야기', '돈 많은 유학파들만 가능한 일'

나의 삶과는 무관한 이야기라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배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어 하나가 가능해지니 모든 나의 생각과 가치관들이 뒤바뀌었다.



그래서 영포자들에게 영어를 꼭 배우라고 말해주고 싶다.

영어를 아주 잘할 필요는 없다. 토익 500점에 일상적인 기초 대화만 가능해도 외국인과 무리없이 일상이야기가 가능하고, 혼자 배낭여행을 떠날 수 있다. 그리고 영어를 활용하여 세계 속에서 경험한 것들이 나의 생각과 가치관, 어쩌면 삶 자체를 송두리째 뒤바뀌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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