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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Jul 21. 2016

영어를 만나기 이전의 나

수줍은 영포자가 해외에서 일하기까지

영어를 만나기 이전의 나는

지극히 평범한 수줍은 학생이었다.


어릴 때부터 무척이나 내성적인 성격으로 조용했던 나는

친하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소리 내어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무서운 일이었다.

선생님이나 이웃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 혼난 적도 엄청 많았고,

발표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었다.

나는 조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웃긴 상황에서 웃음을 참으려 무지 애를 쓴 적도 많았다.

말수가 적으니 친한 친구가 1~2명밖에 되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잘 몰랐다. 난 내가 그저 조용하고 말이 없는 성격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나는 조용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니 뭔가 도전적이고, 활동적인 것에 대해서 스스로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영어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외국인들과 섞여서 여행을 가고, 해외에 혼자 배낭여행을 간다는 것은

나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다른 세계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보통적으로 많이 하는 것,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나의 미래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어린 시절, 나는 나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었다.


-

남들이 정해놓은 루트를 따라

남들이 좋다는 대학을 가고 싶었고,

남들이 좋다는 비전 있는 학과를 선택하고 싶었다.

남들이 알아주는 곳에 취업을 하고,

남들이 괜찮다는 남자를 만나 화려한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


성적이 좋지 않아 남들이 좋다는 대학은 못 갔다.

하지만, 남들이 좋다는 비전 있는 학과는 선택할 수 있었다.

우연히 그 비전 있는 학과가 잘 맞아서 

대학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았다.


학과 공부에 심취했던 나, 

그래서 나름대로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았다고 생각 한 나,

당시 스물세 살의 나는, 나의 미래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했었다.


-

지금 다니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괜찮은 회사에 입사하여 커리어를 쌓다가

30살에 결혼하고,

한국에서 아기 낳고 잘 살아야지..

디자인일이 지겨워지면,

미술학원이나 차려야겠다.

-


하지만, 그 꿈은,

생애 처음으로 들어갔던 한 회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와장창 깨져버렸다.

창의적인 생각을 해야 하는 디자이너가 일하는 장소는 정말 평범하게 생긴 딱딱한 분위기의 사무실이었다.

네모난 사무실, 네모난 책상, 네모난 의자에서 일하는 풍경...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상사의 눈치를 받아가며, 주어진 자리에 앉아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으려니 너무 답답했다. 이것이 정녕 디자이너 삶이라면, 나는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 공간에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였다. 


난 그동안 남들이 일반적으로 좋다고 하는 것들을 선택했는데,

그렇게 하면 성공한다고 믿어왔던 꿈들이 나와 맞지 않아 와장창 깨지는 것을 보고 난 후, 

나는 나의 삶을 더 이상 남들이 하라는 대로 선택하지 않았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일단 해외를 가보고 싶었고,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능 외국어 7등급이었던 내가 거의 2년간의 노력끝에 토익 600점을 만들었고

학교 해외연수프로그램에 지원하여 학교도움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영어를 배우고 나니, 해외취업이 하고 싶어 졌다.

해외취업을 하려니 돈도 없고, 영어실력이 부족하여, 한국에서 더 실력을 쌓아서 가기로 결정한다.


직장을 고르자니 뭘 하고싶은지 찾아야했다.

제품디자인 전공생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선택하는 소형 전자기기를 디자인하기보다,

장난감을 좋아하니 장난감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남들이 다 간다는 디자인 에이전시,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기업을 가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이제 막 창업하여 성장하고 있는, 

유아용품을 디자인할 수 있는 작은 회사를 가기로 했다.

그곳에서 돈과 경력을 만들어, 필리핀 세부에 있는 회사로 해외 이직하였다.

숨겨져 있었던 나의 도전적인 성향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나의 미래를 이렇게 생각한다.

-

필리핀 세부에서 4개월동안 일하며 여행 중.

나 홀로 2박 3일 홍콩 여행.

세부에서 하던일은 그만두고 귀국, 독립출판사를 세워 전자책 출간.

앞으로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발리 한 달 살기, 대만 여행 등,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돌아보는 세계여행을 계획 중.


여행 지역에서 책 쓰면서 디자인 프리랜서 도전해보기

서른이 되면, 셀프 웨딩으로 소박한 결혼식,


아이가 생기면 육아하면서 디자인기업 창업..

-


물론 무모한 것들도 있지만, 이전보다 훨씬 도전적이고, 남들이 좋다는 기준에 의한것이 아닌,

내가 해보고 싶은 것 들로 가득 채운 미래를 꾸며나가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놀라운건, 이 모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 복도에 붙어있던 

해외연수지원 공지를 알리는 포스터 한 장으로부터 시작이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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