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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Jul 23. 2016

해외취업을 준비하며...

전공과 관련된 일을 꼭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수능 외국어영역 7등급을 찍고 난 후, 대학을 오면서 영어를 완전 포기했었다.

그렇지만 워홀이니, 유럽여행이니, 어학연수니 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비록 돈 없는 가난한 대학생이지만 해외에 가보고싶단 생각을 했다. 대학을 빚져서 다니고 있는 상황이니 학교의 지원을 통해서만 해외로 갈 수 있었다. 그래서 23살의 나이에 중학생이나 배울 법 한 기초 영문법 부터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휴학까지 하며 1년이 넘는 시간을 영어에 올인하고 몇 번의 실패끝에 합격한 교내 무료어학연수 프로그램을 계기로 필리핀에서 3개월간 어학연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짧은 기간의 어학연수였던지라 영어를 그리 잘하게 된 것은 아니었고, 모의토익점수도 600점밖에 되지 않았지만, 혼자 배낭여행을 하며 사람들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정도의 영어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마지막 학기를 채우고 대학을 졸업하였다.

영어를 배우고 나니, 내가 취업할 수 있는 곳이 한국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졸업 후 당장 해외취업을 시도하고 싶었으나, 형편없는 영어실력이 걱정되었고, 해외 정착자금도 없었다. 게다가 해외기업에서 외국인을 뽑을 때, 신입보단 경력을 우선으로 채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한국에서 경력을 쌓아 해외로 이직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나는 원래 장난감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이력서, 자소서,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준비하여 국내 한 유아용품 회사에 넣었고, 바로 합격하여 그 곳에서 2년간 디자이너로 근무하였다. 내가 이 회사에서 했던 일은 정말 다양했는데, 기본적으로 웹과 인쇄물을 디자인하는 그래픽 작업이 많았고, 그 다음으로 제품디자인, 영상편집 순이었다.


해외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것은, 전공에 대한 고민이었다. 해외취업 가능성이 월등히 높은 전공이 있고 가능성이 낮은 전공이 있다. 수요가 많은 직군은 해외취업도 쉽다.

예를들어, 호텔조리학은 해외취업이 무척 쉬운 편이다. 호텔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곳에 있기 때문.

그래픽 디자이너나 개발자 또한 해외취업이 쉬운 편이다. 국가불문하고 어느회사든지 홍보물이 필요하고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하기 때문.


내 전공인 제품디자인분야는 해외취업에 불리한 직군이었다. 채용공고는 대부분 그래픽분야에서 많이 나왔고 제품디자인 분야는 잘 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유아용품을 디자인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이 사실이 절망과도 같았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내 전공만을, 내가 하고싶은것만 하겠다고 고집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뜻대로 하고싶은걸 할 수 있을리가 없다. 내가 한국에서 합격한 유아용품 회사는 제품디자인보다는 오히려 그래픽디자인을 더 많이 해야하는 직무였다. 처음에는 내 전공과 다른 일을 더 많이 해야한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해외취업에서 그래픽디자인분야의 채용공고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된 후, 이것을 오히려 장점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하는 것들을 산디과에서도 어느정도 배우기 때문에, 일하는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고, 할 줄 아는 것이 하나 더 늘었다는 생각으로 근무하였다. 나는 산디과 출신이니 제품디자인만 하겠다고 고집했다면, 해외취업은 영영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국내회사에서 일한지 2년이 지나고, 그래픽디자인 경력 2년이 쌓였다. 돈도 어느정도 모았다. 하지만 바로 해외로 나갈 생각은 없었다. 남자친구도 있었고, 디자인전문회사에서 1년정도 경험을 조금 더 쌓고 가려던 계획이었다. 그렇게 이직준비를 하던 어느날, 잡코리아에 들어갔다가 세부에서 일할 웹디자이너를 모집한다는 채용공고를 발견하였다. 단 1명만 뽑는것이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가능성을 체크하기 위해서 이력서를 넣었다. 이력서를 넣고 면접날이 다가올수록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고싶다.' 라는 마음이 점점 강해졌다. 

지원자 수를 확인하니 20명 정도 지원하였다. 면접일정이 잡히고 먼 서울까지 가서 면접을 보았다.

해당 브랜드의 리뉴얼된 로고까지 만들어가서 보여드리며 나의 열정과 의지를 대표님께 보여드렸다. 

발표날이 다가왔지만 끝내 연락은 없었다. 에이, 안됬나보다.. 20:1이라니.. 경쟁률이 너무 셌네. 

마음을 비우려던 찰나... '연락이 늦어 죄송합니다. 아직 오실 마음이 있으신가요?'

결국 합격문자를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필리핀으로 해외취업을 하게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어, 그것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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