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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Aug 09. 2016

해외취업 생존기

해외취업의 시작부터 그만두기까지의 결심

2016년 3월, 필리핀 땅을 밟게 되었다.

3년 전의 어학연수를 마지막으로 필리핀을 다시 찾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내가 이곳을 다시 찾게 된 이유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해외취업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진행하게 될 줄은 몰랐다.

2015년에 쓴 나의 미래 계획

한국에서 2~3년 경력을 쌓은 뒤, 해외취업을 하려던 계획이었고, 

다니던 회사에서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회사로 이직을 고려하던 중이었다.

이직을 위해 잡코리아에서 정보를 모으다 발견하게 된 글.

세부에서 일할 웹디자이너를 찾습니다.

회사는 나름 세부에서 규모 있는 한인 회사였고 사장님의 운영 철학도 좋았으며,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한 관광객들이 남긴 후기들도 좋은 편이었다. 

나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이력서를 넣었고 어느새 면접까지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해외취업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시험 삼아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면접 날짜가 잡히자, 붙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여러 가지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준비해서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간 면접 자리...

대표님과 30분가량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다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면접 때의 상황을 곰곰이 돌이켜 보았다.

그 결과 나는 합격하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면접 내내 대표님 표정이 너무나 무뚝뚝하셨고, 나에 대해 별다른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질문이 많은 쪽은 오히려 나였다. 내가 마치 대표님을 면접 보는 것 마냥 회사에 궁금한 점들을 이것저것 질문했다.

면접 후, 2~3일 이내에 합격자에게 문자를 통보하겠단 연락을 받았지만, 10일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 떨어졌구나... 그래, 아직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어.."

마음을 완전히 정리했다.


그런 후, 까치까치 설날이 왔다.

집에서 명절 휴식을 즐기고 있던 찰나, 지원했던 회사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연락이 늦어 죄송합니다. 합격했는데 아직 오실 마음이 있으세요?"

나는 굉장히 고민스러웠다.

첫째, 모두 접은 마음을 다시 펼쳐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둘째, 해외취업은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동남아에 갈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셋째, 필리핀에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넷째, 남자 친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다섯, 치안이 나쁜 나라라고 반대하는 부모님

여러 고민들이 많았지만, 나에게 찾아온 온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어떤 경험이든 얻는 것이 있으리란 믿음 하나로 필리핀행을 택하였고, 다니던 회사에는 사표를 냈다.

남자 친구에게는 1년 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갔다.



그리하여 2016년 3월. 나는 필리핀에 왔다.

이곳에 오기 전, 면접 때 대표님께 근무조건에 관한 설명을 들었었다.

-비행기표는 지원하지 않는다.

-주거 3개월과 비자 3개월을 지원한다.

-워킹비자는 3개월 후 진행 가능하다.

-주 6일 근무이며, 공휴일도 근무 (추가 수당 없음)

-월급은 3개월 단위로 두 차례 인상 확정, 그 후는 협의 후 인상

-퇴직금 없음, 월급에 대한 세금 떼지 않음

월급은 두 차례 인상을 거치고 나야 그전 다니던 회사보다 좀 더 나아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대신, 주거 3개월이 지원되었고, 우연하게 현지 교민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알바일을 하게되어 급여대신 주거와 조식 4개월을 지원받기로 하여 총 7개월을 공짜로 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받는 월급은 한국보다 적지만, 그만큼 소비하는 돈이 한국보다 더 적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버느냐보다는 얼마나 저축하느냐가 더 중요하니까.

게다가 워킹비자만 받으면 국가에서 주는 해외취업장려금을 400만 원이나 받을 수 있으니 물질적으로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온 지 5개월이 다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나는 오는 10월이 되면 필리핀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돌아가기로 결심한데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

첫째, 회사에 너무 큰 실망을 했다.
둘째, 남자 친구가 너무 힘들어했다.


두 번째의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니,

첫 번째 이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필리핀에 처음 올 때부터 나는 관광비자로 왔었다. 

(엄연히 말하면 이렇게 일하는것은 불법이지만, 해외에서 일하는 환경이 직원에게 맞는지 보아야하고, 맞지 않는경우 한달만 일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기에, 바로 워킹비자를 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외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30일~90일 사이 무비자(관광비자)로 체류할 수 있으며,

필리핀의 경우, 도착한 날로부터 최대 한 달간 체류가 가능하다.

관광비자는 다른 나라를 다녀오게 되면, 리셋이 되어 다시 처음 1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즉, 필리핀에 오래 거주하고 싶다면, 30일마다 한 번씩 한국 포함 타 국가로 다녀오기만 하면 관광비자로 평생 필리핀에 머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타국을 다녀오지 않고 30일 이상 연달아 체류하고 싶다면, 비용을 내고 한 달에서 두 달 단위로 비자 연장을 해야 한다. 연장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게 된다. (추방당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비자 연장 비용은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다.

*필리핀 관광비자 연장 비용
첫째 달 연장 시 약 8만 7천 원 / 둘째 달 연장 시 약 30만 원 / 셋째 달부터는 약 7만 원 고정 금액 

만약 둘째 달 30만 원의 금액을 내고 연장 후, 타국을 갔다 다시 돌아오면 다시 첫째 달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 다녀오면 비자가 리셋이 돼서 한 달에 7만 원 내던 것을 다시 첫째, 둘째 달을 거쳐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 돈이 아까워 한국을 갔다 오고 싶어도 못가는 친구들도 많았다.


나는 처음에 이 비자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회사에서 특별히 안내받은것도 없었다.

회사에서는 비자 연장에 대해 3개월간 지원해주기로 했었고, 당연히 내 비자는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잘 연장이 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곳에 온 지 3개월쯤 되어, 한국에 잠깐 갈 일이 생겨 출국을 하려던 도중 입국심사에서 걸렸다.

심사관 말인 즉, 비자 연장을 안 했으니 벌금 10만 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여권을 보여주며 비자 연장에 대한 표시가 없다고 한다.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당황한 나는 빨리 이 비용을 결제하고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생각에 

허둥지둥 ATM기에서 돈을 뽑아서 값을 지불하고 한국으로 갈 수 있었다.


이 사정을 회사에 이야기했더니, 3개월치 비자 연장 지원이라며 내가낸 벌금 10만 원만 돌려주었다.

그리고 일한 지 3개월이 곧 지나, 더 이상 비자 연장은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자 연장을 첫째 달부터 시작해야만 했다. 생각해보니 괘씸하였다.

회사만 믿고 이곳에 왔는데, 지금껏 비자에 대해 한마디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나는 불법체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3개월치 비자 연장 비용은 30만 원이 넘어가는데, 달랑 10만 원만 준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비자에 대한 말이 나온 참에, 워킹비자에 대해서도 회사에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은 그저 황당하기만 했다.

" 워킹비자를 신청하려면 150만 원 정도가 들고, 회사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며, 모든 전 직원 본인이 납부하고 있다. 워킹비자는 신청하고 바로 나오지 않으며, 나오는 기간만 5개월 정도 걸린다.

150만 원을 납부하고 신청했는데 1년간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신청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잘 생각해보고 신청해라."

150만 원이면 한 달 월급에 달하는 돈인데, 왜 사전에 이러한 사항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통상적으로 해외취업이라고 하면 워킹비자를 대부분 지원해주고, 비자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면접 볼 당시부터 물어본 부분이었는데 신청 가능하다는 말만 했을 뿐, 직원이 돈을 납부해야 한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나의 경우는 전문직이라 그나마 대우가 가장 나은 편이었다.

다른 서비스 직종에 있는 친구들은 주거도 1개월밖에 지원되지 않을뿐더러

식비조차 지원받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야근은 없었지만, 주 6일 근무여서 육체적으로 힘든 점도 많았다.

한국이라도 다녀오려고 하거나, 한국에서 누군가 놀러 온다고 하면

이틀의 휴일을 모으기 위해 2주 가까이 쉬지도 못하고 일해야 했다.

회사에 이래저래 실망을 많이 한 나는 이 회사에 오래 있을 이유를 느끼지 못했고, 

과감하게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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