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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kim Jan 20. 2020

여자아이는 자라서 뭐가 될까요

<82년생 김지영>, <우먼 인 할리우드>를 봤다 신났다!

주간다다 아홉번째 : 11월 첫째주의 영화 2편.

일주일에 영화를 두 편 봤다. 정말 오랜만이다. 이번 달엔 볼 영화가 많아서 사전 조사 끝에 순서를 정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를 재밌게 보려면 전작을 봐야 할까? 찾아봤더니 시리즈 보는 순서는 82년생 김지영-다크 페이트라고 하더라. 그래서 <김지영>을 먼저 봤고 다크 페이트로 가는 길에 <우먼 인 할리우드>에 들렀다.



1. <82년생 김지영>


지영의 병을 실토하는 남편이 참 치졸하다고 생각했다. 하필 그 타이밍이라니. 지영이 복직을 결정하고, 그가 육아휴직 의사를 내비치(기만 했)고, 시어머니가 내 아들 앞길 가로막지 말라며 지영을 비난하고 나서야. 지영이 몇 번이나 물어볼땐 뭐 하다가 이제서야? 더 일찍 말했다면 지영은 더 빨리 치료를 받을 수도, 복직에 성공할 수도 있었다. 자신이 늘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결정을 미룬 것이 최악의 결정이었다. 아내의 기회를 날려 버렸으니.
지영의 반응에 숨이 막혔다. 가장 아픈 사람은 본인인데 남편을 먼저 살핀다. 나의 병을 키운 것은 다름 아닌 너라고, 네가 나를 방치한 채 맥주나 까고 있을 때 나는 허깨비가 되어 가고 있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던져도 속이 시원찮을 판에 입을 열어서 하는 말이 ‘오빠 고생했겠다’.
똑똑하며 남편보다 훨씬 용기있는 지영은 즉각 아픔과 대면한다. 의사를 찾아가고, 고백하고, ‘맘충’이라 비난하는 이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말한다. 나를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자신의 언어를 회복한 지영은 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오래되었으나 잊지 않은 꿈. ‘여자아이는 자라서’ 뭐가 될까요? 하고 싶은 걸 해낸다.



2. <우먼  할리우드>​


존경하는 인물을 쉽게 답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 짧은 팔과 두꺼운 허벅지가 싫어진 열세 살, 스키니진에 다리를 밀어 넣고 소화불량에 시달리면서도 끝끝내 벗지 않은 열아홉 살. <우먼 인 할리우드>를 보면서 잊혔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가 내 몸을 싫어하고 괴롭히는 데에 미디어는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친 걸까? 그리고 스물 아홉살. 야망이 무슨 감정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음 세대는 더 많은 여성 서사를 누리기를 바란다. 여성이 만든 다양한 이야기를. 나와 같고 비슷하고 다른, 다양한 인물을 만나기를. 그러면 나보다 더 빨리 깨달을 수 있겠지. 두꺼운 허벅지로 걷고 달리고 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을. 제게 야망이 뭔지도 가르쳐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네요.




#주간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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