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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kim Feb 29. 2020

이슬아와 나

수필집 <심신 단련>을 읽고

#주간다다 열네번째 : 1월 둘째주


내가 가진 <심신 단련>​은 드로잉 노트가 다 됐다. 기하학 무늬로 빼곡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용도에 따라 몇가지 무늬를 사용한다. 직선. 나중에 필사하겠다는 뜻이다. 에피소드마다 줄을 쳤으니 필사 노트 열 페이지는 너끈히 채우지 않을까.

곡선. 펀치라인에 얻어 맞았음을 뜻하는 기호다. “별 수 있겠냐.” 친구 양이 이슬아에게 선물받은 책을 읽고 하루만에 비건이 됐다는 에피소드였다. 그걸 딱 다섯 글자로 표현하다니 미친 작가다. 물결을 그렸다.

원. 원의 뜻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모르는 것. 지하철 화장실에서 자주 세수를 한다는 ‘빙봉’이라는 여성은 누구인가.
두 번째는 나와 다른 것. 만약 내가 사진에 있는 문장을 썼다면 분명 ‘알게 되었다’라고 쓸 것이다. ‘알다’는 즐겨 쓰는 단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알다, 깨닫다, 나의 지적 세계를 확장시키는 듯한 단어가 좋다. 그런데 이슬아는 왜 ‘믿다’라는 단어를 선택했을까? 아니, 애초에 나는 왜 ‘알다’라는 단어를 그리 즐겨 쓴 걸까? 내가 아는 건 맞는 걸까?

계속 페이지를 넘긴다. 멈출 수 없으니까. 마지막 글은 ‘서평을 쓰지 않는 평론가’ 금정연의 추천사이다. 아니 그런데 그도 나와 똑같은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이슬아와 본인을 비교한다. 다른 독자들도 작가와 본인을 비교하며 책을 읽을까? 궁금하다.

이슬아와 내가 비슷한 점도 있다. ‘어쨌든’ 이라는 부사를 즐겨 쓴다는 점이다. 그래서 뭐 어쨌다고? 그냥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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