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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kim Feb 05. 2022

나는 왜 퇴근하고 와서도 영상 편집하고 글도 쓸까?

피곤함을 이기는 욕구 - 소은성 <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를 읽고

#주간다다 44번째 - 2020년 9월 둘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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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는 ‘하고 싶어서’였다. ‘하고 싶다’가 ‘할 수 있겠다’로 바뀌는 순간 유튜브 채널을 열고 틈틈이 찍은 클립을 합쳐 영상을 올렸다. 마음을 먹기까지 반 년이 조금 넘게 걸린 것 같다. 영상은 그래도 짧았다. 글쓰기를 시도하기까지는 훨씬 더 오래 걸렸다. 오랫동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적조차 없었다. 글쓰기는.



하고 싶지만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우연히 작가 소은성(인스타그램 @sogeul_ws)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뜬금없지만 나는 가수 오지은의 오랜 팬이다. 작년 여름, 헬스장에서 무아지경으로 사이클 페달을 돌리며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오지은 출연분 2편을 연달아 듣다가 자동재생의 인도하심으로 바로 이전 화까지 듣게 되었다. 그게 바로 은성의 출연분이었던 것. "솔직한 글쓰기를 돕는 여성 전용 글쓰기 수업"을 운영한다는 소개에 흥미가 생겼다. '솔직', '글쓰기', '돕는', '여성 전용'. 전부 구미가 당기는 키워드들이었다. 그의 브런치에 들어갔다. ‘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라는 카테고리의 글을 하루만에 다 읽었다. 카톡을 보냈다. ‘8월 토요일 수업 아직 자리 남았나요?’ 몇 주 뒤 나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홍대 '씀씀작업실'의 문을 연다.



사무실에서 숨가쁘게 읽었던 그 때 그 글이 동명의 제목 <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로 출간됐다. 읽으면서 내 유튜브 여정을 떠올렸다. 그것은 영상에서 자아가 선명히 드러나는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시선을 보여줬다. 움직이는 사진 모음집 같았던 초기 영상. 그 다음, 카메라에 내 목소리를 담고, 얼굴을 드러내고, 한 시간 넘게 한 작품에 대해 떠드는 영상을 만들고... 글쓰기에의 확신은 서지 않았지만 자아를 드러내는 경험은 꾸준히 쌓아온 거다. 게다가 내 영상에 시간을 들여 정성스러운 댓글을 남기는 구독자들도 만났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욕망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온 걸까? 멋진 우연이 겹쳐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글을 쓴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직장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퇴근하고 헬스장에서 땀을 내고 집에 오면 밤 10시였다. 당장 침대에 누워 자고 싶어도 글을 쓰려고 아이패드를 꺼냈다. 흰 화면을 째려보며 문장을 만들었다 지웠다 했다. 하면서도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걸로 돈도 못 버는데. ‘재미있어서’는 불충분한 답이다. 세상에 재밌는 게 유튜브와 글쓰기만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가끔은 민망하다. 하루에도 물밀듯이 콘텐츠가 쏟아지는데 거기에 내 것까지 보탤 이유가 뭔가. 내 콘텐츠를 영업할 구체적인 이유는 아직 찾고 있지만, 나 자신만을 위한 답은 은성의 책을 읽으며 찾게 되었다. "주인공이고 싶어요." 스스로를 소외시키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를 위한 공간을 만들면 된다.




콘텐츠 결산: 2020년 9월 7일부터 13일까지 

1. 책
<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완독. 사는데 이유 없듯 글쓰기에도 어떤 의무나 사명감은 없고 걍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편해졌다.

2. 음반
태민 <Never Gonna Dance Again: Part 1>

3. 팟캐스트
<오지은의 이런 나라도 떠나고 싶다> (EBS 오디오 천국) 44편 '런던 식도락 여행은 가능한가'. 이나떠의 음식 얘기가 제일 재밌다 ㅋㅋ 피쉬앤칩스 갓 나온 튀김에 식초 팍팍 뿌려먹고 싶다.
* 업데이트(2021.10.10~): <이나떠>는 팟빵에서 최신 에피소드만 게시되며, 이전 에피소드는 ebs 구독서비스(http://5easy.ebs.co.kr)로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 소소한 업데이트(2022.02.04): 런던의 피쉬 앤 칩스를 그리워한 2020년의 직장인이었던 저는 동네에서 포장해가는 런던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

4. 만화
<너는 펫> (오가와 야요이 작) 몇 편 빼고 다 봤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게 당연한 행복으로 그려지는 게 지금 보면 너무 이상하지만 ㅋㅋ 그래도 여전히 재밌다 그림체 너무 예뻐




#주간다다

매주 본 컨텐츠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기록합니다. 인스타그램(@spaceandtime_)에서 2019년 여름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유튜브(youtube.com/dadakim)에서 런던 일상 브이로그도 올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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