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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kim Feb 10. 2022

볼 때마다 감상 포인트가 다른, 흔들리는 20대의 영화

<프란시스 하>를 세 번째 보고

#주간다다 47번째 : 2020년 10월 둘째주

재개봉한 <프란시스 하>를 봤다. 2~3년에 한 번씩 보게 되는 것 같다. 이번이 세 번째. 첫 관람은 집에서, 스물 세살 즈음, 45일여 간의 유럽 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런던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지. 더 이상 이렇게는 놀 수 없다는 걸 불쑥 깨달았기 때문이다. 졸업도 해야 되고, 취업 준비도 해야지. 그런데 직장을 얻을 수 있을까? 평생 하기 싫은 알바만 하며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기술도 없고 아무 것도 못하는데. 두려움이 증식하던 와중 어쩌다 이 영화를 봐 버렸다. 나이스 타이밍은 정말이지 아니었다. 주인공 프란시스가 딱 그 때의 나 같았기 때문이다. 무용으로 성공하고 싶지만 어정쩡한 재능,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공연 캐스팅은 불발, 매 달 성실히 찾아오는 뉴욕 집 월세.


두 번째 관람은 스물 여섯 살 즈음이었다. 큰 영화관에 관람객은 열 명 남짓밖에 없어서 그런지 영화가 유독 쓸쓸했다. 다시 만난 프란시스는 하우스 메이트이자 베스트 프렌드 소피를 잃고 힘들어하고 있었다. 소피와 함께 월세를 연장하고 계속 그 집에서 살고 싶지만, 실은 예전부터 살고 싶었던 다른 집이 있었던 소피. 결국 소피는 이사를 택하게 된다. 집 밖에서도 소피를 만나지만 왠지 그와 서먹해진 프란시스. 그들의 우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끊임없이 소피의 이야기를 하는 프란시스에게 공감성 수치를 느꼈다. 첫 관람 때와 다른 불안함이 솟았다. 나의 오랜 인연도 언젠가는 끊기지 않을까, 그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면 어쩌지, 하는.


올해, 서른 살에 다시 만난 프란시스. 프란시스가 나보다 어려졌다. 이번 관람은 어땠냐면, 프란시스에게는 소피와 헤어졌다는 걸 인정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구나, 생각했다. 두 번째 관람에서 나는 프란시스가 좀 철이 없고 소피와 둘이 만든 우정의 세계에서만 사는 것 같았고, 현실에서 도피하는 프란시스의 모습(돈도 없는데 신용카드로 파리행 비행기를 긁어버린 장면이 특히)이 보기에 괴로웠는데 다시 보니 그냥 그건 그의 작별 방식이었다 싶다. 그게 건강한 방식은 아니더라도.


소피가 전화로 프란시스에게 작별(그는 남자친구와 함께 일본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된다)한 장면 이후 소피가 나타나는 모든 씬은 프란시스의 환상인 듯하다. 그 속에서 소피는 프란시스가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 대학 시절 소피의 모습 그대로, 술에 취해 모르는 어른에게 독설을 날린다던가, 패치(소피의 남자친구. 프란시스는 그를 싫어한다.)와 싸운다던가. 술에 잔뜩 취해 찾아온 소피를 좁은 침대에 눕히며 프란시스는 그제서야 고백하는 것이다. “나 사실 패치가 그렇게 싫지 않아.” 그리고 그때 소피가 한 말은, 실은 프란시스가 소피에게 하고 싶던 말은 아닐까. “나 사실 너를 질투한 것 같아.”


프란시스와 소피가 재회할 것 같지는 않다. 프란시스는 소피와의 질척한 우정을 마음 속으로 간직한 채 살아갈 것 같다. 타인의 눈에는 안 보이는 소피와 눈이 마주쳐 서로 웃은 것처럼. 몇 년 뒤에 또 재개봉했으면 좋겠다. 서른 중반에 보는 이 영화는 어떨지 궁금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korQWF9DaFU




콘텐츠 결산: 2020년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1. 책
<조이와의 키스>(배수연 시집) 끝! 최대한 가볍게 읽으려고 했다. 이게 뭐지...? 하고 의문의 수렁에 빠지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음.
<명랑한 은둔자>(캐롤라인 냅 에세이, 김명남 역) 읽는 중. 문득문득 길 걷다 생각나는 에세이. 사유와 구체적 일상이 가득. 리베카 솔닛보다 조금 더 산뜻하게 느껴짐(시리얼, 개 같은 단어를 보다 보면)

2. 음악
NCT U 'Make A Wish'
몬스타엑스 'LIVIN' IT UP' : 이 노래 너무 한국인이 사랑하는 제이팝 재질. 샤이니 DxDxD 앨범 생각도 난다. 왜 이렇게 몬엑 노래 듣다보면 샤이니생각나는지 모르겠다.
DAUL 'In Touch': 이 노래에 맞춰서 춤 추고 싶다.

3. 팟캐스트
<시스터후드> 프란시스 하 리뷰 편. 우정의 강한 버전 -> 레즈비언적 동반 관계. 이 포인트를 짚어주다니 ㅠㅠ 짱이야 


Daul - In Touch (Feat. Charli Taft)



#주간다다

매주 본 컨텐츠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기록합니다. 인스타그램(@spaceandtime_)에서 2019년 여름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유튜브(youtube.com/dadakim)에서 런던 일상 브이로그도 올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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