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사진 : 한새길 (오츠커피 용산)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최근에 백신 접종을 마치고 운동, 에세이. 칼럼,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 글을 발행하지 못하고 있었네요.
백신을 맞았음에도 코로나 확진자는 날로 늘어가고 있고 이제는 코로나가 종식이 된 것처럼 매장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바리스타들이 자주 애용하는 ‘블랙워터 00’ 사이트엔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던 구인구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감이 오실까요?)
오늘은 바리스타를 준비하는 분들을 중에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쓰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렇게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다른 분들과 다르지 않게 저 역시 수 백번의 서로 다른 이력서를 만들었고 수 십 번의 면접을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력서에 붙는 게 의심스러웠고 떨렸던 면접은 점점 동네 주민과 잠시 얘기하러 가는 마음가짐으로 변하게 되더랍니다. 비록 몇 년이 흘렀지만 오늘의 글을 쓰기 위해서 오랜만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본 것 같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신기하게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왜?”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력서에 적힌 제 경력을 보면 제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바리스타인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테니 굳이 할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였을까요? 열심히 썼던 3~4장 분량의 이력서보다 더 보기 좋은 형태의 이력서가 완성되었습니다.
한때 매니저로서 수많은 지원자 분들의 이력서를 봤고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좋은 이력서에는 종종 경력자들의 ‘짬’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신과 알맞은 회사를 찾으려고 노력한 모습이 글에 묻어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단점을 고쳐나가는 과정과 결과 등 과대포장이나 돋보이는 글보다는 겸손함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답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부정적이며, 고집을 부리는 사람, 매장에서 커피를 배우려고 일을 하는 사람,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보는 사람,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않고 같이 지내기에 부담스러운 사람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어차피 사람 때문에 힘든데 같이 일하는 사람 때문에 더 힘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지원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분위기,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지원하는 게 좋을 겁니다. 어떤 유명한 카페에 가고 싶다거나, 커피에 집중된 곳에만 가겠다 등등 본인의 달콤한 상상이나, 자존심만 세워봤자 되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고 실제로 일해보면 어떤 곳이든 불평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기대하지 않는 것보다 기대했던 만큼 더 쓰라린 법이니까요.
다른 질문을 던져보려고 하는데, 특히 이력서 열람이 가능한 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나요?
저의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제가 겪었던 좌절의 경험만큼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꼼꼼하게 보고 최대한 좋게 보고 싶어서 머리를 많이 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500장 중에 300장은 기본도 안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른 매장에 쓰려고 했던 이력서를 복사해서 붙여놓던가, 셀카로 된 사진, 하물며 가끔은 사진을 넣지 않는 분들도 계십니다. 글이나 자기소개서를 보면 보통 회사와 함께하는 것보다는 개인적인 성격을 일기로 쓰는 형식의 글도 많았죠. 요즘에는 바리스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서 그런지 이 직업을 조금 쉽게 보고 지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보다 보면, 가벼운 마음으로 쓴 것도 다 보입니다. 화려하게 글을 채우는 것과 깊이는 확고하게 보이거든요. 그러면 반대로 “신입이라서 경력도 없는데 어떡하나요?”라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간단합니다. 오히려 신입을 더 원합니다.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단지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한 사람일 뿐이며, 그 안에서 경력자도 예외는 없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의 가치도 모르는 사람이 찔러보는 연봉협상과 막연한 배움의 자세’를 좋아할 사장님은 세상에 그 누구도 없을 것이고 특히 자존심이나 고집이 센 사람과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실제로 자주 발생하는 일 중에 하나로 최근에 있던 일을 말하자면, 경력도 어중간하고 본인은 커피를 잘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걸 보는 사람 입장에서 두고 보면 손이 빠를 뿐 커피를 깊이 공부했거나, 잘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습니다. 혹여 사진이나, 일러스트, 개발 등 다른 능력이 있을 것 같았지만 매장에서 일하는 것을 제외하면 냉정하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분이었죠. 그런데 처음부터 제시하는 연봉이 저보다 400만 원가량 높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일을 못하겠다고 하는데, 저희 입장에선 감사했죠. 여기서 일하기 싫다는 것을 돌려 말해주신 것 같았거든요. 물론 바리스타도 전문직이라 생각하기에 정말 많은 연봉을 받고 고용시키는 게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능력을 가진 사람 즉 ‘바리스타’였을 때만 그렇다는 것이지 조금만 가르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동을 ‘바리스타’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카페에서 처음으로 일하는 분들 중에서 오해하는 부분도 많은데, 커피를 잘해야만 뽑히는 게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존심이나 고집만 부리는 몇몇 경력자 분들 덕분에 차라리 신입을 고용하는 게 나을 거라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신입이 오히려 경력자보다 더 좋은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거죠.
자 그러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잘 쓰는, 화려한, 예쁜 등등 잘 보이기 위한 단어를 사용하지 마세요. 그냥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으며, 어떤 경험을 통해서 극복하고 성장했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고 간결하게 쓰면 됩니다. (절대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귀찮아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뿐이죠.) 예를 들면 “저는 특별해서 무엇을 했는데, 그게 굉장히 힘들었고 힘들었던 지옥의 삶을 견뎌낸 지금은 일을 정말 정말 잘합니다.” 식의 글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했든 이력서에 지원자가 했던 경력사항 안에서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하니 차라리 자신이 해오던 일이 힘들었지만, 어떻게 극복했는지 지금은 어떤 생각이나 마음으로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쓰면 됩니다.
하나 써볼까요? 제가 실제로 썼던 내용으로 “진상이 많은 지역에서 일을 자주 했는데, 돈을 던지거나 카드를 던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 행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힘들었지만, 제 반응속도를 테스트하고 숙달시키기 위해 손님을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재밌어졌습니다.“ 이 한 문장으로 제 경험을 끝냈습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은 굳이 하나하나 표현을 곁들여 가면서 그 과정의 모든 순간을 담아낼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가장 마지막에는 지원동기로 가야 하는데 그 지원동기는 자신의 달라진 마음과 생각, 행동을 지원하는 곳에서 어떻게 표현을 하고 이익을 창출해나갈지, 같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제안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회사를 정말 잘 알아야겠죠?)
만약에 이해가 잘 안 된다면, 지원자가 사장님이나 지원하는 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되는 상상을 해보면 쉬울 겁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돈 많이 벌어다주고 자기 대신에 일 더 많이 해줄 순한 성격의 직원이 들어와 주면 좋겠죠? (우리 모두 솔직해집시다.)
참고로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도 서류에서 탈락합니다. 왜냐면 어떤 회사에서 보면 저는 위험하거나, 안 맞거나, 부담스럽거나, 뽑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