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카페 커피 추출 (사진 : https://www.pexels.com)
안녕하세요! 바리스타이자 작가 한새길입니다. 저번 글에 이어, 오늘은 커피를 내린 뒤 본인의 입맛에 더 가깝게 조정하는 방법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다만 그 방법을 설명하기 전에, 왜 어떤 날은 유난히 맛있고 어떤 날은 그렇지 않은지, 그 이유부터 짚고 가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맛을 좌우하는 물의 질>
맛있는 커피 한 잔에는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좋은 재료, 안정적인 기술, 적절한 장비.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물’입니다. 물은 단순한 용매가 아니라, 커피 속 성분을 끌어내는 추출의 매개체이자 향미 구조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조연’입니다. 특히 물 속의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은 커피의 용해도(solubility)와 추출수율(extraction yield)을 크게 좌우합니다. 과학적으로는 이들이 양이온(cation)으로 작용해 커피 안의 산, 당류, 향기 분자와 결합하며 추출을 촉진하는데, 경도가 너무 낮으면 맛이 단조롭게 빠지고, 너무 높으면 과추출 방향으로 기울어 텁텁한 여운을 남깁니다.
저는 미네랄 함량이 극단적으로 낮은 물을 ‘죽은 물’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이런 물은 표면적으로 맑아 보이지만, 커피를 충분히 지지해줄 힘이 부족해 향미의 결이 무너질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경도가 지나치게 높은 ‘건강한 물’은(예: 에○앙) 분자 결합이 강해 커피의 미세한 향미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바디감이 뭉쳐 흐르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매장은 브○타, 애버○어 같은 정수 필터 시스템을 통해 경도·pH·잔류 염류(TDS)를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커피는 화학적 안정성이 중요한 음료이기에, 물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맛의 편차가 크게 줄어듭니다.
<추가 내용>
커피 한 잔의 98%는 ‘물’입니다. 물의 경도, pH, 미네랄 구성은 커피의 용해도(solubility)와 추출수율(extraction yield)**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 칼슘(Ca²⁺) -> 산미 추출과 바디감 형성에 기여함
- 마그네슘(Mg²⁺) -> 향미 성분 및 쓴맛·당류 추출에 특화
- 중탄산염(HCO₃⁻) -> 산미 완충 작용, pH 안정성 유지
SCA(World Coffee Research)는 총경도 50–175ppm, 알칼리도 40ppm 전후, pH 6.5–7.5를 커피 추출에 적합한 물의 조건으로 제시합니다. (생두, 로스팅,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음)
<커피 원두의 질>
여러 조미료를 섞어 맛을 조정하는 방식보다, 애초에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해결이 빠릅니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브루잉 커피처럼 물과 단 하나의 재료(원두)로 이루어진 음료는 결국 원재료의 질을 숨길 수 없습니다.
커피 생두는 와인 포도처럼 토양의 무기질, 일조량, 고도, 품종의 유전적 특징이 그대로 향미로 드러나는 농산물입니다. 어떤 생두는 가공 단계에서 발효 미생물의 대사작용이 더해져 과일이나 꽃 같은 향미 분자를 생성하기도 하죠. 즉, 좋은 재료는 이미 완성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 스토리를 잘 펼쳐내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좋은 재료로 추출하면 발로 내려도 맛있다’는 말이 어느 정도 과장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꽤 과학적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언더디벨롭된 원두나 결점두가 많은 원두는 향미 분자 구성이 부족해 결과물에서 결코 같은 깊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비싸더라도 정말 좋은 원두를 한 번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맛의 기준점이 확실히 달라집니다.)
<균일성이 떨어지는 문제>
이전에 추천드렸던 제품들이 있다면, 그것들은 단순히 편의를 위한 장비가 아니라 균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커피는 반복성(repeatability)이 생명입니다. 이론과 경험이 아무리 충분해도, 변수가 생기는 것이 커피이고, 특히 초보자에게는 눈대중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단계가 존재합니다.
추출 시간, 분쇄도, 투입량, 수율 같은 변수들은 모두 수분 활성도, 입자 크기 분포, 확산 속도, 흐름 저항 등 물리적 법칙을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측정 가능한 도구’를 갖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편리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고 재현성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비싼 원두는 아깝지 않은데 장비가 비싸서 못 사겠다는 말은, 사실상 ‘맛있는 커피’를 꾸준히 만들 수 있는 기준점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번 우연히 맛있게 내린 커피를 언젠가 다시 만들고 싶다면, 언제·얼마나·어떻게의 숫자를 기록하고 다시 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추가 내용>
(1) 분쇄도 표면적 변화 -> 추출 속도 결정
(2) 물 온도 -> 확산 속도·향미 휘발성 변화
(3) 분쇄도 입도 분포 -> channeling, 과소/과추출 발생
(4) 추출 시간 -> 수율에 직접적 영향
(5) 투입량 / 물량 -> 농도(TDS), 밸런스 결정
(6) 물 조성 -> 용해도 조절
이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맛은 재현되지 않습니다.
스케일 -> 농도 관리
온도계 -> 휘발성 향미 조절굴절계 -> 수율 분석
우연히 맛있게 내리는 건 누구나 가능하지만, 재현 가능한 맛을 만드는 것은 ‘측정과 기록’이 만든 기술입니다. 커피의 세계는 어렵고 깊어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한 원리 위에서 움직입니다. 좋은 물, 좋은 재료, 그리고 균일성을 만드는 작은 도구들. 이것만 이해하면 어떤 입맛이든 기분 좋은 방향으로 조정해갈 수 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