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에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야영장
▲ 밀양 전도연 주연의 영화 <밀양>의 촬영지인 기회송림공원
2015년 5월은 황금연휴와 함께 시작한다.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고 4일에 연차휴가 하루를 보태면 5일 어린이날까지 총 5일의 연휴가 생긴다. 덕분에 가족, 연인과 함께 나들이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모처럼만에 좋아하는 캠핑을 다녀왔다. 작년 추석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부산·경남권역에 사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도시는 바로 '밀양'이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서도 자연과 가까운 '시골' 느낌이 물씬 나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밀양은 곳곳에 명소들이 많아 여름 피서지로도 제격인 도시다. 나도 1990년대 학창시절부터 여름방학이면 친구들과 텐트 싸들고 부산진역에서 '비둘기호' 기차타고 밀양으로 여행을 오고는 했다. 지금 서른이 훨씬 넘은 성인이 되어서도 역시 밀양은 놀기 좋은 여행지다.
즐거운 힐링의 장소, 기회송림
▲ 소나무 기회송림공원은 나이 많은 소나무들 사이로 야영을 즐길 수 있다.
캠핑인구가 날로 늘어나면서 전국 각지에 캠핑장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밀양에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오토캠핑장'들이 있는데 나는 그런 유료캠핑장을 이용하지 않는다. 일단 비싸기도 하거니와 숙박업소처럼 입퇴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싫다. 정해진 사이트 구역이 있어 캠핑장에 갔어도 여전히 갇혀 있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그리고 전기도 마음껏 쓸 수 있고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도 갖춰져 있으니 몸만 캠핑장에 가 있을 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가지고 노는 건 똑같기 때문이다.
내가 이번 연휴에 캠핑을 간 곳은 밀양에 있는 '기회송림'이다. 밀양IC에서 나가면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다. 기회송림은 전도연 주연의 영화 <밀양>의 촬영지다. 기회송림에 들어서면 세월이 느껴지는 굵직한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서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좁은 캠핑장이 아닌 드넓은 송림공원이 통째로 캠핑장이다.
공원 안에 차가 출입할 수 없으니 아이들은 안전하게 마음껏 공차고 뛰어 놀고 어른들은 각자가 편한 곳에 자리를 잡고 둘러 앉아 화로에 불 피워서 웃고 떠든다. 입구엔 조그만 이동형 도서관도 있고 탈의실 건물도 보인다. 공원 가운데 있는 매점에서는 없는 거 빼고 다 판다. 그 옆에 추억의 '퐁퐁(트램펄린)'에는 공원에 놀러온 아이들이 즐겁게 점프를 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힐링할 수 있는 캠핑장. 바로 기회송림이다.
기회송림은 입구 바깥에 주차장이 별도로 있다. 요즘 같이 많은 캠핑 장비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은 차 옆에 바로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연 속에 있는 캠핑장 안에서도 '차조심'을 해야 한다. 하지만 기회송림엔 차조심을 하지 않아도 된다.
▲ 리어카 주차장에서 사이트까지 캠핑 장비 이동수단으로 사용되는 리어카
차가 들어갈 수 없으니 많은 짐을 옮기는 게 걱정이다. 그렇게 고안해 낸 아이디어가 바로 리어카다. 어릴 적 동네 골목에 고물상 아저씨들이 끌고 다니던 리어카. 기회송림 입구엔 여러 대의 리어카가 있다. 리어카는 주차장에서 텐트 칠 곳까지 짐을 수월하게 옮기게 해주는 이동수단이다. 짐과 함께 아이들이 리어카에 올라타서 신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는데 이런 광경도 기회송림에서만 볼 수 있다.
드넓은 기회송림 공원. 내가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소나무 그늘 아래서 맛있는 것도 먹고 낮잠도 자고 좋은 음악과 함께 쉬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 진다. 답답한 오토캠핑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다. 자유로움 안에서 느껴지는 '사람 냄새'나는 곳이랄까?
▲ 모닝커피 기회송림에 맞는 첫번째 아침을 모닝커피와 함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기회송림은 여느 사설 캠핑장처럼 '이윤'을 내기위한 사업체가 아니다. 공원관리는 기회송림보호회에서 하고 있는데 소정의 입장료를 받아 야영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고 공원환경을 보존하는 데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설캠핑장보다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기회송림공원의 하루 1인당 입장료는 1000원이고 종일주차는 승용차 기준 3000원이다. 수익사업은 아니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 관리비가 늘어나면서 최근 몇 년 간 '적자경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야영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야영비' 항목이 늘어났다. 그래도 1박에 5000원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나는 2명이서 2박3일 일정으로 다녀왔는데 주차비 포함 총 2만5000원의 이용료를 냈다. 사설 오토캠핑장 하루 이용료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나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데 전기를 끌어다 써야 하는 사람들은 공원 안에 있는 매점에 문의하면 전기도 사용할 수 있다.
2015년 기회송림은 4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장 운영한다. 캠핑을 가고 싶은데 원하는 캠핑장에 예약을 하지 못했거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도 안심되는 캠핑장을 찾고 있다면 밀양에 있는 기회송림으로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