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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Jan 24. 2018

힘들어 '사리' 나올 것 같았던 '사리암' 가는 길

경북 청도 운문사

                                                                                                                                               

▲ 법륜상 부처님의 교법이 수레가 굴러가듯 머물지 않고 항상 전하여지는 것을 의미한다. 


운문댐 하류보 야영장에서의 아침을 깨운 건 '까마귀'들이다. 어머니 말씀으론 요즘이 까마귀들이 앞이 안보이는 시기라고 하던데 모여 다니면서 엄청 시끄럽게 울어 댄다. 캠핑장의 아침은 항상 새 소리에 잠을 깨곤 하는데 다른 새가 아닌 까마귀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는 건 기분 좋지 않았다.


어제 저녁을 먹고 바로 자서 그런지 배가 고프지 않아 아침은 건너뛰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해가 더 뜨거워지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자리를 걷는 게 좋다. 혼자 온 여행이기 때문에 텐트도 1인용으로 챙기고 짐을 최대한 간소화 해서 왔는데도 차까지 두세번을 옮겨야 짐을 다 실을 수 있었다.


운문댐에 왔으니 근처에 있는 '운문사'는 가보자는 생각에 운문사로 향했다. 가까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한참을 달려야 했다. 가는 길에 운문댐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 지겹지는 않았다.


운문사 매표소에서 주차장까지 들어가는 길에 있는 웅장한 소나무 숲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소나무 아래로 '솔바람길'이 나 있어 차 없이 오는 사람들이 운문사까지 걸어들어 가기에도 괜찮아 보였다. 


▲ 처진소나무 소나무의 한 품종인 처진소나무로서 우리나라에서 최대규모이다. 천연기념물 180호로 지정되어 있다. 


평일인데도 운문사를 찾은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본절이 평지 주차장 바로 옆에 있어 산에 오르지 않고도 출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또한 경내에 여러 문화재들이 있어 볼거리도 충분했다.


운문사에는 보물 7점과 천연기념물 1점, 총 8점의 문화재들이 있다. 특히 신기했던 건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된 '처진소나무'였는데 웅장한 소나무 가지들이 아래로 처져 있는 모습이 특이했다. 운문사에 있는 이 처진소나무의 나이는 500년 이상된 것으로 추정되며 처진소나무로는 우리나라 최대규모라고 한다. 밀양에서 청도로 오는 길에 '매전면'을 지나게 되는데 매전면 도로변에도 '처진소나무'가 있다. 한번도 본적 없던 처진소나무를 청도에서만 2그루를 보았다.


▲ 청도 운문 에코트레일 운문산 군립공원의 청정 자연길을 따라 올라가면 사리암 주차장이 나온다 


운문사는 본절 이외에도 '사리암', '내원암', '북대암', '청신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운문사를 나와 운문산 군립공원의 수려한 자연길을 걸을 수 있는 '청도 운문 에코트레일'을 따라 '사리암'으로 향했다.


운문사에서 사리암 주차장까지는 약 2.3km로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걷는걸 좋아해서 걸어 가기로 했다. 운문사 입구에 있는 솔바람길을 걸어 들어오지 못한 아쉬움을 운문 에코트레일을 걸으며 달래기로 했다. 올라가는 길 오른쪽으로는 운문산에서 흐르는 맑은 계곡수가 보인다. 이 계곡은 자연보호를 위해 2015년 1월 1일~2016년 12월 31일까지 출입금지가 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깨끗한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운문산 군립공원의 자연에 취해 걷고 있으니 어느덧 사리암 주차장에 도착했다. 바로 근처에 암자가 있을 줄 알았는데 주차장에서부터 사리암까지 올라가는 길이 엄청 힘들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기도 했지만 여기까지 걸어온 게 아까운 마음에 포기할 수 없었다.


▲ 사리암 가는길 사리암으로 올라가는 1008계단 가운데 있는 약수터 


사리암 주차장 옆으로 오르막길이 나 있는데 그 길이 사리암 입구다. 한참동안 숨을 헐떡이며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또 다시 1008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을 마저 올라야 비로소 사리암에 도착할 수 있다. 사리암 입구에서부터 사리암까지 가는 길에 실제로는 처음 보는 다람쥐를 몇 마리나 볼 수 있었고 높은 산을 올라야만 볼 수 있는 경치가 멋졌다. 하지만 너무 힘이 들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사람들의 인내심 정도면 진짜 다 몸에서 사리 나오겠네."


올라가는 내내 몇번이나 그만 가고 돌아갈지 고민했다. 하지만 역시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 포기할 수 없었다. 1008계단을 한참 오르다보면 '사리암 가는 길'이라는 약수터가 나온다. 온몸이 땀으로 젖고 목이 타서 약수를 두 바가지 가득 담아 벌컥 벌컥 마셨다. 산물인데도 그리 시원하지는 않았다.


▲ 사리굴 예전에 쌀이 나왔었다고 전해지는 사리굴. 


약수터를 지나면 이제 얼마 가지 않아 사리암이 나온다. 사리암에 올라서 산 바람에 땀을 식히며 아래를 내려다보면 지룡산과 운문산의 산세가 훤히 보인다. 사리암은 운문사와 같이 관광객들이 구경할 만한 곳은 아니었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이 높은 곳까지 올라오는 사람들은 관광객이 아닌 진짜 '불공'을 드리러 온 사람들이다.


크지 않은 암자인데다 산 중턱에 위치한 사리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리암에 와 있었고 여기 저기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특히 큰 바위 밑에 있는 '사리굴'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굴에서 예전에 쌀이 나왔다고 한다. '나반존자상'이 이 사리굴에 있어 불공을 많이 드린다고 한다.


올라올 땐 이 악물고 올라왔는데 다리가 풀려 내려갈 일이 걱정이다. 운문사에서 사리암 주차장까지 차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에 후회도 밀려왔다. 사리암에서 산 바람으로 땀을 식힌 뒤 다시 운문사 주차장을 향해서 풀린다리로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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