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에 3.2kg 감량한 1일 1식 다이어트
▲ 계란전 계란요리 경연대회 출품작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전향한 지 4개월이 넘었다.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점점 체중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가만히 보면 운동 부족 이유도 있었지만 먹는 음식이 일명 '초딩 입맛'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즐겨먹는 고칼로리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집 밖으로 잘 안나가는 운둔형 생활 패턴이 어느새 몸에 익어 운동은 하기 싫었다.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일전에 <1일1식>이라는 책을 읽은 게 기억이 나서 나도 하루에 '한끼'만 먹는 1일 1식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매일 오후 5시경 먹고 싶은 음식으로 배불리 한끼를 먹고 중간에 배가 고프면 나트륨 배출에 좋은 바나나와 우유를 갈아서 만든 바나나 셰이크를 먹었다. 매일 하루에 한끼만 먹다보니 그냥 집에 있는 국과 반찬들로 간단히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진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지난해 어느 날 야식으로 만들어 먹었던 '계란전'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계란 요리 경연대회' 운영진이 그 포스팅에 대회참가 권유를 했었다. 지나고 보니 내 요리가 가능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회 홍보용 댓글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평소 캠핑을 가야만 해오던 요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1일 1식을 시작하면서 한끼는 내가 진짜 먹고 싶은 것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직접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집 재료로 완성한 나만의 요리들
▲ 참치크림파스타와 사과샐러드 라면과 떡국떡, 참치통조림으로 만든 크림파스타
그렇게 처음 만든 음식은 '참치크림파스타'였다. 냉동실에 있던 떡국떡과 라면사리를 이용해 크림파스타를 만들었다. 프라이팬에 집에 있던 양파와 감자를 볶다가 참치 통조림을 넣고 함께 볶았다. 그리고 냉장고에 사과가 하나 있어서 함께 넣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재료가 어느 정도 익으면 우유를 넣고 끓인다. 우유와 함께 체다치즈를 넣었는데 더 고소하니 맛있었다. 만들어진 소스에 삶아뒀던 떡과 라면을 넣고 조금 더 볶아 완성했다. 남은 사과 반쪽은 먹기 좋게 썰어서 플레인 요거트를 부었더니 훌륭한 사과샐러드가 완성됐다.
▲ 떡볶이 떡국떡과 어묵, 라면으로 만든 떡볶이
냉동실에 떡국떡이 많아 떡을 소진해야겠다는 생각에 떡국떡으로 떡볶이를 만들었다. 떡국떡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어보니 떡이 얇아 간이 잘 배어서 더 맛있었다. 떡볶이도 프라이팬 하나면 만들 수 있는 요리라 설거지가 적게 나와서 더 좋다.
프라이팬에 물을 붓고 고추장, 고추가루, 간장, 설탕으로 간을 하고 채소와 떡, 어묵을 넣고 소스가 적당히 쫄아들 때까지 끓이면 완성이다.
▲ 일본식 계란덮밥 채소와 계란을 재료로 달콤한 간장소스를 더한 계란 덮밥
요즘 TV를 틀면 '셰프'들의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셰프는 '백주부'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표방한 모 프로그램에서 백주부가 덮밥 레시피를 알려줬는데 그 방송을 보고 집에 있는 재료들로 흉내를 내 봤다.
프라이팬에 양파와 감자, 고추를 볶는다. 간장, 참기름, 설탕, 물을 적당 비율로 섞어서 만든 소스를 채소 볶던 팬에 붓는다. 흥건한 소스가 끓을 때 풀어둔 달걀을 원을 그리면서 부어준다. 따끈한 밥 위에 덮밥 고명을 올리면 완성이다. 재료가 별로 없어서 감자와 양파, 고추밖에 넣지 못했지만 나름 맛이 괜찮았다.
▲ 토마토 달걀 볶음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다는 일명 '토달볶'(토마토 달걀 볶음)
▲ 토마토 스프 다진채소에 토마토를 갈아 넣고 끓인 토마토 스프
하루에 한번씩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을 때쯤 어머니가 토마토를 한 상자나 사오셨다. 시장에서 5천 원 주고 아주 싸게 구매했다고 하셨다. 저렴한 토마토인데도 싱싱한 것이 품질이 좋아 보였다. 토마토는 그냥 먹거나 믹서에 갈아서 주스로 만들어 먹기만 하던 우리집인데 요리에 퐁당 빠져 있는 내가 이 재료를 그냥 놔둘 리 없었다.
토마토로는 갑상샘암 치료를 위한 저요오드식을 하는 동안에 '토마토 스프'를 한번 만들어 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을 떠올려 토마토 스프를 만들기로 했다. 감자와 양파를 잘게 썰어서 팬에 볶고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벗긴 토마토를 믹서에 갈아 볶은 채소와 함께 끓여 완성했다.
토마토 스프만으로 한끼를 먹으려고 하니 너무 아쉬워서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다는 '토달볶'(토마토 달걀 볶음)을 만들기로 했다. 토마토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달걀 스크램블과 함께 볶아 먹는 음식이다. 만들기가 아주 간단한데, 달걀과 토마토의 궁합이 괜찮았던 음식이다.
아들의 어설픈 요리도 돈 주고 사먹겠다는 어머니
아직 어설픈 솜씨지만 요리가 점점 재미 있어진다. 요즘 매일 같이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볼꺼라고 주방을 들락거리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회사 그만두고 밥순이 될려고 그러냐'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걱정을 하신다. 그러다 이내 내가 만든 요리를 맛보시곤 '맛있다'를 연발 하신다.
나는 그런 어머니께 '내 요리 중에 제일 돈 내고 사먹을 만한 요리가 있냐?'고 묻는다. 그러면 어머니는 잠시 고민을 해서 그나마 입에 맞으셨던 음식을 말해주곤 하신다. 수십 년간 손에 물 마를 날 없이 살아오신 어머니가 보면 내 요리가 얼마나 형편 없을지는 뻔한 노릇이다.
하지만 같은 집에 살아도 얼굴 제대로 못 보고 살던 아들이 만들어준 요리 같지 않은 요리에 기분이 썩 괜찮으신 눈치였다. 그런 어머니를 보는 것이 내 독립 생활에 있어 또 하나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그리고 1일 1식 3주차에 접어든 오늘 아침 나의 몸무게는 70.8kg으로 3주전 74kg보다 3.2kg이 감량 되었다. 가끔 주말에 예식장을 가기 위해 정장을 입으면 바지가 터질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한 다이어트인데 이제 다시 작던 옷이 맞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