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치과 후기' 탓, 난생 처음 경찰서까지(2)
지난 4월 난생처음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블로그에 올린 '치과 후기'가 화근이 되어 '의료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은 것이다. 나는 해당 치과를 광고할 의도가 없었고 치과와 나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의료행위에 대한 내용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 블로그에 올려놨던 의료 후기성 포스트들을 모두 '제한 공개'로 변경했다. 그리고 광고성 포스팅이 아니었음을 경찰 조사에서 주장했다. 담당 수사관의 말로는 이후 검찰에 사건이 넘어 갈 것이지만 '무혐의' 판결이 날 확률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운이 없으면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단다. 지난 6월 초에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또 경찰서 출두?
▲ 안내 경찰서 건물 입구에 붙어 있는 안내판. 지능수사팀은 4층에 있었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 휴대폰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떴다. 최근 광고전화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 사전에 어디서 걸려온 전화인지 알려주는 앱을 설치 해두었는데도 정보가 뜨질 않았다. 그래서 광고전화는 아닐 것 같아서 전화를 받았다.
"OOO씨 되시죠? 여기는 OOOO경찰서 지능팀 수사관 OOO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OO치과에서 커피를 선물로 받으신 사실이 있으시죠?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커피 선물받았다는 글을 어떤 분이 캡쳐를 해서 OO시청에 고발을 하셨습니다. OO치과의 환자유인행위로 말이죠. 그래서 최초 글을 올리신 OOO씨께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경찰서에 오시면 소정의 여비도 지급되는데, 언제 시간 되시나요?"
전화를 받고 당황스러웠다. 이미 '의료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았고, 사건도 검찰로 넘어간 상태인데 또 이 사건과 연루가 되어 경찰서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해당 내용을 그 수사관에게 이야기하니 이번 건은 지난번에 내가 '피의자'로 조사를 받은 건과는 별개인, 치과의 '환자유인행위'에 대한 '참고인' 조사라고 했다. 그제야 놀란 마음이 조금 진정 되었고 수사관과 일정을 조율하여 약속시간을 잡았다.
지난 6일 오후 2시 30분. 약속시간에 맞춰 경찰서로 갔다. 지난번 의료법 위반으로 피의자 조사를 받을 때 한 번 와봤다고, 머뭇거림 없이 잘 찾아갔다. 경찰서 4층에 있는 '지능수사팀' 사무실로 들어가 약속한 수사관을 찾았다. 하지만 담당 수사관이 자리를 비웠다고 해서 수사관의 책상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수사관은 10여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계속 기다리고 있는 나를 보던 옆 자리 수사관이 나와 약속한 담당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그러자 잠시 뒤 숨을 헐떡이며 담당 수사관이 자리에 돌아왔고 참고인 조사를 시작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
▲ 커피세트 치과에서 지인을 소개해준 감사의 표시로 보내준 선물
2013년 앞니를 다쳐 치료받을 당시 여러 치과를 돌아다녀 보았고 결국 A치과를 선택해서 치료를 받았다. 가격과 서비스적인 측면에서 A치과가 마음에 들었다. 블로그에 후기를 올린 것과 별개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가 그 치과 어떠냐고 묻기에 괜찮다며 추천을 해주었다.
그 동료 역시 평소에 잇몸과 치아상태가 많이 안 좋았던 터라 여러 치과를 전전하고 있었고 결국 내가 추천해 준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몇 달 뒤 치과에서 연락이 왔다. 동료를 소개해줘서 고마움의 표시로 조그만 선물을 하나 보내준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준다니 기쁜 마음에 주소를 불러주었다. 무슨 선물이 올까 기대하며 한 달여쯤 지났을까, 사무실로 커피세트가 도착했다.
내가 그 치과에서 치료비로 쓴 금액이 100만 원. 그리고 그 동료가 치과에서 쓴 치료비가 몇백만 원이다. 큰 비용을 지불하고 받은 선물세트의 단가는 약 3만 원선. 이 정도는 커피전문점에서 쿠폰에 도장 찍어주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선물이 '환자유인행위'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이 커피가 화근이 되었고, 그 치과는 환자유인행위를 한 치과로 고발을 당했다.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다보니, 해당 치과는 나 이외에도 2014년 11월경 총 11명에게 선물세트를 보냈다고 한다. 다른 10명의 의견과 사정은 내가 알 수 없지만 병원에서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는 말도 없었고 소개해주면 선물이나 대가를 준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 만족했던 병원이라 지인에게 소개한 것이다.
치과나 성형외과 병원에는 여느 기업들처럼 '영업 사원'이 있다. 그 영업 사원들의 업무는 해당 병원의 홍보를 맡고 있지만 이면에는 동종 업종의 병원 깎아내리기도 포함되어 있다. '꼬투리' 잡을 일을 찾아 고발하고 법적으로 피해를 입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리소스를 환자를 위한 서비스에 집중을 하면 어떨까?
병원들간의 경쟁 과열로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환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