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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Feb 08. 2018

요리대회 D-5... 앞치마까지 주문 제작

토마토 요리 '하루에 한가지'가 내 삶에 가져온 변화(2)

                                                                                                 

▲ 앞치마 요리대회를 위해 주문제작한 앞치마 


어머니가 시장에서 5000원에 토마토 한 상자를 저렴하게 '득템' 해오시는 바람에 덜컥 출전하게 된 요리대회가 앞으로 5일밖에 남지 않았다. 집에서 재미삼에 만들어 보던 요리인데 '대회'에 출전하려고 하니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아직 만들 메뉴도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틀 전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주방에 들어가 앞치마를 매는데 요리대회를 주최하는 곳의 관계자분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가 걸려온 이유는 내 차량 정보를 받기 위해서였다. 대회 당일 참가자들에게 주차 지원이 되지 않는데 특별히 멀리서 가는 나를 위해 주최 측에서 배려를 해준 것이다. 


대회 장소가 서울인데 나는 경남 김해시에 거주 중이다. 거리도 거리인데 요리대회 당일 '토마토'를 제외한 식재료를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참가자가 다 준비를 해 가야 한다. 그 많은 짐을 가지고 이동할 엄두가 나질 않아 배려를 부탁했는데 다행히 주최 측에서 수렴해 주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나가겠다고 했는데 날짜가 점점 다가올수록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재미있는 경험하고 오자'고 생각했다. 내가 또 언제 이런 요리대회에 참가해볼 기회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왕 하는거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대회 당일날 입을 앞치마와 티셔츠를 주문 제작했다. 티셔츠와 앞치마에는 내가 온라인 상에서 사용하는 있는 닉네임과 운영하는 카페 이름을 넣었다. 이번 요리대회를 계기로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다 보니 가장 어려운 게 바로 '마케팅'이다.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의 능력을 알리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그리고 제대로 홍보를 하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그런 능력도 되지 않는다. 


내 주변에도 좋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어려운 세상에 이번 요리대회를 통해 나를 조금더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토마토 요리대회...우리집 토마토 소비량이 증가했다


▲ 토마토 파스타 토마토 소스까지 직접 만든 토마토 파스타 


토마토 요리대회에 참가해야 하니 당연히 토마토로 만든 요리 레시피를 가지고 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전문 요리사가 아니다. 그냥 집에서 취미 삼아 요리 하는 사람이라 특별히 가진 나만의 레시피가 없다. TV에서 셰프들이 만드는 요리를 보고 따라 만들거나 조금씩 응용해서 뭔가를 만들어 보는 수준이다. 그래서 나는 내 스스로를 '야매 셰프'라고 칭한다.


그런 내가 요리 대회에 나가려고 하니 일단은 대회 전에 계속해서 뭔가를 만들어보면서 감을 익히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나의 도전을 응원하는 의미로 시장에서 토마토를 열심히 사다 나르셨다. 그리고 지겨울 만도 한데 아들이 만든 토마토 요리를 맛있다며 잘 먹어 주셨다.


일전에 TV를 보고 샘 킴 셰프의 '알리오 올리오'를 따라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집에 파스타 면이 없어서 소면으로 만들어 본적이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소면은 금세 불어터져 버렸고 마늘향 머금은 불은 소면을 먹어야 했다. '괜히 다른 재료가 아니구나'라는 걸 몸소 깨닫고 그 날로 마트에 가서 스파게티 면 한 봉지를 사왔다.


그렇게 사온 스파게티 면으로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시중에 판매하는 토마토 소스를 이용하지 않고 소스까지 직접 만들어야 요리대회에서 명함이라도 내밀 거라는 생각에 소스 만들기까지 함께 도전했다. 


대략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떻게 만드는지 감을 잡은 뒤 집에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 나만의 방식으로 소스 만들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한참 소스를 만들다보니 집에 '고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토마토 파스타 소스엔 간 돼지고기가 들어간 것 같은데 고기가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이내 냉동실에서 냉동만두를 꺼내 해동을 시켜 피와 소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만두소에 있는 고기를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고기가 들어간 토마토소스를 겨우 완성했다. 남은 만두피는 그냥 버릴까 하다가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에서 만두피를 튀겨 먹었던 요리가 생각이나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서 파스타에 곁들였다. 바삭한 식감의 만두피 튀김에 어머니도 나도 만족했다. 그렇게 조금씩 요리의 '응용 능력'이 키워져 갔다.


▲ 토마토카레 소스 소시지 스테이크 구운 소시지 위에 토마토카레 소스를 얹은 요리 


조금씩 응용 능력이 키워지다 보니 단순한 응용을 넘어 '창의'가 발휘되는 듯했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카레를 토마토 스튜와 융합하면 어떤 맛이 나올지 궁금했다. 토마토 요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꾸준히 만들어 온 토마토 스튜인데 만드는 방법이 카레 만드는 방법과 흡사했다. 그래서 두가지 요리를 콜라보레이션해보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토마토카레'에 대해서 알아보니 카레에 토핑으로 토마토를 넣은 요리들이 검색됐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요리는 토마토를 스튜처럼 만들어 거기에 물을 조금 더 추가하고 카레 가루를 넣어서 카레의 베이스에 토마토의 맛을 추가하는 방법이었다.


토마토 카레를 만들었는데 익숙한 카레에 토마토의 새콤한 맛이 더해지니 평소의 익숙한 맛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래서 밥에 얹은 '카레라이스'보다는 뭔가 다른 요리에 곁들이는 '소스'로서의 역할이 더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냉장고에 있던 수제 소시지를 꺼내 구은 다음 소시지를 고기 삼아 스테이크 소스처럼 토마토카레를 곁들여 완성했다. 모자란 탄수화물은 소면을 삶아 카레국수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상처로 남은 음식...'식빵피자'


▲ 식빵피자 토마토소스를 만들어 식빵에 바르고 토핑을 엊어 구워낸 식빵피자 


토마토를 이용해 많은 요리를 만들었지만 아직 냉장고엔 토마토가 남아있다. 한번 만들어본 요리가 아닌 계속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보기 위해 고민했는데 내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토마토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았다.


나는 매일 식사 중 한끼는 바나나와 우유를 믹서에 갈아서 '바나나 셰이크'를 만들어 먹는다. 칼륨이 풍부하게 든 바나나가 나트륨 배출에 좋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 거의 매일 먹고 있다. 매일 바나나를 먹다 보니 어머니나 나나 밖에 나갔다 올 때면 우유와 바나나를 사오기 바쁘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 어머니가 바나나를 사오면서 식빵을 한 봉지 사오셨다. 그 식빵을 보고는 토마토를 이용해 피자를 구워보자고 생각했다.


'식빵 피자'는 어릴 적부터 자주 해먹던 유명한 음식이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엔 학교에서 식빵 피자를 집에서 만들어 보는 게 숙제였던 적도 있었다. 다른 집엔 있는 전자레인지가 우리집엔 없었기 때문에 프라이팬에서 치즈를 녹이려다가 식빵을 까맣게 태우기 일쑤였다. 까맣게 타버린 식빵피자를 학교에 과제물로 가져 갔는데 친구들이 탄 식빵이 왜그런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 때의 부끄러움은 당시 어린 마음에 상처로 남았다.


아직도 우리집엔 전자레인지가 없다. 평생을 전자레인지라는 도구 없이 살아온 어머니에게는 '불필요한' 가전제품이다. 대신 우리집엔 다른 제품이 있다. 전기를 이용해 위에 있는 열선의 열로 고기를 구을수 있는 제품이다. 홈쇼핑 방송에서 고기 구워 먹는 모습에 반한 어머니가 갖고 싶다고 해서 사드린 제품이다.


그 제품을 이용해 피자를 굽기로 했다. 피자에는 '토마토 소스'가 들어가는데 그 소스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소스 만드는 방법은 토마토 파스타 소스와 비슷하지만 피자빵에 바를 소스이기 때문에 고기는 빼고 토마토를 믹서로 갈아서 다진 마늘 듬뿍 넣은 '갈릭 토마토 소스'를 만들었다. 


식빵에 만든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각종 토핑과 치즈를 올려 구워내니 맛있는 식빵피자가 완성되었다. 열선이 위에 달려 있어서 식빵이 하나도 타지 않고 촉촉하게 피자가 잘 구워졌다. 그렇게 어릴적 가난의 아픔이 있던 음식을 토마토 요리대회 출전과 더불어 만들어 볼 수 있었다.


토마토 요리대회 참가를 계기로 태어나 한번도 만들어 보지 않았던 요리를 최근 한달새 많이 만들어 볼 수 있었다. 덕분에 평소엔 1년 가야 먹을까 말까 한 양의 토마토를 한 달새 모두 섭취한 것 같다. 하지만 토마토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아직 본선 경연도 치르지 않은 토마토 요리 경연대회가 벌써부터 나의 삶에 소소한 변화를 주고 있다. 이제 요리 경연대회 디데이까지는 5일이 남아 있다. 남은 5일간 최종 참가 레시피를 잘 정리해서 본선 참가 10팀 중에 '칼세트'를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순위권에 입상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라 할지라도 도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고 기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정말 오랫만에 다시 20대 초반의 열정이 가슴속에서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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