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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Feb 08. 2018

5000원어치 토마토로 요리대회 출전까지

토마토 요리 '하루에 한가지'가 내 삶에 가져온 변화

                                                   

▲ 토마토 옥수수전 쫄깃한 옥수수가 알알이 박혀 씹는 맛이 일품인 토마토 옥수수전 


지난달 어머니께서 토마토가 엄청나게 싸다며 한 상자를 사오셨다. 빨갛고 싱싱한 토마토 한 상자를 5000원에 '득템'하셨단다. 토마토는 오래 놔두면 시들해지고 물어지는 터라 가능하면 빨리 먹어야 한다. 그 덕에 토마토를 이용한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요리에 재미를 붙인 나는 하루에 요리 1가지씩을 만들고 있다. TV에 매일 셰프들이 나와서 요리를 만들고 있으니 나도 거기에 따라 중독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어머니도 이제 은근히 내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가만히 앉아서 받아 드시는 재미가 쏠쏠하신 듯했다.


가끔 캠핑이나 가야 숯불 피워 고기 굽고 라면 끓이는 정도의 요리를 하던 내가, 매일 집에서 하루에 한 가지 요리를 한다니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요리가 점점 재미있어진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홀로서기를 준비할 때 매일 같이 한 곳에 매여 있어야 하는 '식당'은 절대 안 할 거라고 다짐했는데 요리가 계속 재미있어져서 큰일이다.


토마토를 이용한 요리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들려고 하니 뭘 만들어야 할지 막막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토마토 요리는 다른 재료에 비해 종류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 고민 중에 냉장고를 뒤지는데 옥수수가 하나 나왔다. 토마토와 옥수수, 별로 맞지 않는 궁합일 거라는 느낌이었는데,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보니 다행히 '토마토 옥수수전'이라는 음식을 만들어 먹은 사람이 있었다.


옥수수 알을 칼로 발라내서 끓는 물에 삶았다. 잘 삶아진 옥수수를 잘게 썬 토마토와 채소를 넣고 밀가루에 버무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워내기만 하면 맛있는 토마토 옥수수전이 완성된다. 고소하고 쫄깃하게 씹히는 옥수수 알이 식감마저 좋게 만들어 준다. 맥주 안주로 그만이다.


토마토전부터 토마토 닭볶음, 토마토 스튜까지...


▲ 토마토 칠리 닭볶음 남은 치킨을 이용해 만든 요리 


먹다 남은 치킨도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 시켰다. 이번에도 토마토는 필수 재료다. 이 요리의 키포인트는 비닐장갑을 끼고 치킨의 살만 잘 발라내야 한다는 것이다.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치킨의 살을 10여 분 동안 발라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치킨을 시킬 때 함께 따라온 칠리소스에 토마토와 채소를 볶는다. 거기에 발라낸 치킨 살을 넣고 함께 볶아주면 '토마토 칠리 닭볶음'이 완성된다. 토마토가 들어가서 새콤하면서도 칠리소스의 매콤함이 더해져서 닭고기의 풍미를 더 좋게 만들어 주었다. 


▲ 소면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면 대신 소면으로 만든 올리브유 마늘 파스타 


샘킴 셰프가 TV에서 '알리오 올리오'를 쉽게 만드는 걸 봤다. 한번 따라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집에 스파게티 면이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긴 싫고 찬장에 가득 있는 소면을 꺼냈다. 그 소면으로 알리오올리오를 만들었다. 


그 결과 소면은 금방 불어 터지는 습성 때문에 성공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올리브유와 마늘의 향을 가득 머금은 소면을 먹을 때의 느낌이 상당히 괜찮았다. 생오이와 생토마토를 함께 곁들였는데 기름으로 볶아낸 음식이라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 토마토 스튜 껍질을 벗긴 토마토로 은은하게 끓인 스튜 


토마토로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바로 토마토 스튜가 아닐까 싶다. '스튜'라고 말하기엔 좀 어설픈데 '죽'이라고 부르긴 왠지 싫다. 스튜의 건더기로 감자를 듬뿍 넣었더니 든든하게 한 끼 음식으로 먹기에도 충분한 요리가 되었다.


토마토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껍질이 쉽게 벗겨진다. 껍질 벗긴 토마토를 믹서에 살짝 갈아준 다음 감자와 양파를 볶던 냄비에 붓고 은은한 불에 끓여주면 완성된다. 스튜에 토마토케첩을 조금 넣어주니 맛이 더 좋았다.


이렇게 토마토 요리를 계속 만들다 보니 우연한 기회에 '토마토 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다. 대회까지는 한 달이 남았는데 한 달간 더 실력을 갈고닦을 예정이다. 자칭 '야매 셰프'라고 말하는 요리 초보인 내가 요리 경연대회에 나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우습다. 그래도 요리가 너무 재미있어진 나에게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의 일에 재미를 느끼고 꾸준히 하고 싶다면 꼭 일기를 쓰기 바란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기록이 나에게 이런 '기회'를 가져다주고 있다. 그렇게 다가온 기회를 잡느냐 마느냐는 내가 하기 나름일 것이다. 나는 이번 대회를 경험 삼아 '요식업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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