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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Jul 02. 2018

"애 없으니 창업하지" 당신이 오해하는 것들

[청년창업가의 꿈과 현실⑦] 외로워서 시작한 일로 돈 벌게 된 사연

                                                          

▲ 명언 밀양의 한 캠핑장 화장실에 붙어 있던 톨스토이의 명언, 직장을 그만두고 여유를 찾으면서 제일 공감되는 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혼자 집에서 일을 하다 작은 사무실을 마련하고 출퇴근한 지 몇 달이 지났다. 이제는 이 여유로운 생활에 익숙해져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온 직장생활을 다시는 못할 것만 같았다. 나의 하루는 아주 조용하고 여유롭다. 그 덕에 별로 스트레스도 받을 일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이전 직장 동료들을 만나 소주 한잔 할 때면, 여전히 그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스트레스 많이 받아 지친 동료들에게 맞장구 쳐주기가 어려워졌다.


평생을 일만 하고 살아온 나에게 난생 처음으로 찾아온 여유로움은 소소한 행복을 선물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열아홉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 하느라 한창 친구들과 놀러다닐 나이에도 항상 바쁘게 지내며 친구들을 멀리했는데, 이제 여유가 생겨도 만날 친구들이 없었다.


직장을 다닐 때는 그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언제나 내 주변에는 함께 상사의 흉도 보고 회사의 시스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눌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삶을 뒤로하고 혼자 세상에 나와 하고 싶은 일 하며 여유롭게 살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나는 철저히 외톨이가 되어갔다.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7시면 집으로 돌아와 여유롭게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고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나이 마흔 넘어 낳은 늦둥이가 암에 걸려 죽을 위기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속상해하신 어머니인데, 그동안 나는 '일'밖에 모르고 사느라 항상 어머니는 뒷전이었다.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여유 있는 삶을 살면서 늦게나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어머니와 함께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해온 나에게 깊숙하게 다가온 '외로움'은 가족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럴수록 나는 SNS를 통해 더 온라인 세상에 빠져들었다. 현실에서는 혼자였지만 온라인을 통해서는 '포장'된 나를 보여주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그러다 큰맘 먹고 창원에서 열린 한 '창업가 모임'에 나갔다. 거기에서 이전 직장에 아르바이트 하러왔던 대학생 친구가 이제 졸업하고 창업가가 됐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모임에서 만났다. 아는 얼굴 하나 믿고 꾸준히 하게 된 그 모임에서 나와 비슷한 여러 청년들을 만났다.


그 청년들 역시 나처럼 '비주류' 삶을 살고 있었고 지역에서 작은 1인 기업을 운영하며 자신의 앞날을 새롭게 그리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외로움'을 극복할 힘을 얻었고 서로에게 의지한 채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사업한다는 사람들이 그냥 무작정 만나긴 그렇고 나름의 핑계를 만든 거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청년 4명이 모여 지역의 청년 창업가들을 소개하고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는 모두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었고 그렇게 공통의 관심사인 '창업'을 주제로 편하게 제작할 수 있는 팟캐스트를 만들었다. 그 팟캐스트 녹음을 핑계로 우리는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만나 몇 시간씩 함께 떠들어댔다. 그렇게 우리는 '외로움'을 이겨내갔다.


패러디 동영상 만들다가 수익사업까지


▲ 명함 창업모임에서 만난 청년들과 함께 만든 '팟캐스트'의 시즌은 종료하며 역대 게스트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네트워킹 데이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서 쓸 참자가 임시명함을 제작했다. 


그 팟캐스트 덕에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팟캐스트의 반응이 좋았다. 지역 언론사에 자주 소개가 되며 지역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기도 했고 경기도의 모 출판사와 계약하고 우리 팟캐스트 내용을 엮어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의 '외로움 극복'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으로 '대박'이 났다.


2주에 한 번씩 모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갔다. 그리고 서로가 가진 재능을 모아 함께 협업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보자고 했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우리지역 알리기 UCC 제작' 프로젝트를 또 하나 시작했다. 한 달에 한 편씩 재미있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동영상을 만드는 일이다. 그 안에 우리 지역의 명소나 축제들을 넣어 소개한다.


우리가 만든 팟캐스트와 동영상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창업 모임에서 공유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동기와 진행 상황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좀 더 넓고 다양한 청년 창업가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갔다. 그 안에서 모인 청년들은 팟캐스트에 게스트로 나오기도 했고 동영상 제작을 함께 하기도 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고객이 되기도 했고 함께 협업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 창업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만든 프로젝트가 늘어갔다. 그 덕에 나는 사무실을 비우는 시간이 늘어갔다. 내 일은 온라인을 통해 고객을 만나고 콘텐츠를 만들어 약속한 시간 안에 온라인을 통해 보내주면 되는 일이라 틈틈이 업무를 보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어느새 나는 '외로움'을 잊어버렸다.


그렇게 돈 안 되는 프로젝트로 몇 달을 동료들과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처음으로 돈 되는 '일'을 하게 됐다. 그동안 우리가 만든 패러디 동영상을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한 지역의 창업 보육기관에서 홍보 동영상을 재미있게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함께한 프로젝트에서 첫 수익을 올리게 됐다. 그 일로 인해 우리는 각자 운영 중인 1인 기업 이외에 함께 운영하는 공동사업자를 하나 더 내게 됐다.


그렇게 나는 또 하나의 명함이 새로 생겼다. 단지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우연히 나간 창업 모임에서 만난 청년들과 함께 운명에 이끌리듯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다. 이런 걸 보면 역시 살아보지 않은 인생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걸 실감한다. 


나의 이런 이야기를 가끔 만나는 직장 동료들에게 들려주면서 그들의 '나중'을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그건 아직 먹여 살릴 자식이 없어서 가능한 거라고. 결혼하고 애 낳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녹음기처럼 말한다. 하지만 나도 결혼은 안 했지만 내일모레 여든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있다. 나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창업모임에 나와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들 중에 결혼하고 자녀가 있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결국 의지 문제다. '될놈될(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된다)'이라는 말이 있다. 안되는 사람은 계속 '안 되는 이유'만 찾는다. 나라도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계획했던 게 아니다. 단지 현실에 충실하고 무언가를 '꾸준히' 하다 보니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인생은 안 겪어보면 모른다. 산 입에 거미줄 안 친다고, 회사 그만둬도 절대 굶어 죽진 않는다. 내가 해보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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