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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Jul 19. 2018

회사를 그만둬야 비로소 느끼는 내 이름의 가치

[청년창업가의 꿈과 현실⑨] 강연자

                                                                                                                                                

▲ 강의실 창업특강을 위해 찾은 경남대학교 강의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1인기업의 대표가 된 후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시작했다. 처음엔 혼자서 일하는 것이 외로워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나간 한 창업모임이 그 발단이었다. 그 후 마음이 맞는 동료들을 만나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 관련된 일을 했다. 또한 창업자로서 '청년창업'에 대한 기획을 하고 관련된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 냈다.


좁은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니 다양한 인맥이 생겨났다. 지역에서 창업을 하고 자신의 사업체를 키우고 있는 창업자들에서부터 창업을 꿈꾸는 예비 청년 창업자들, 그리고 지역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시니어분들까지 다양하게 인맥이 형성됐다. 그리고 매달 열리는 창업 모임을 꾸준히 한 기관의 세미나 홀을 빌려 열다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기관 담당자들과도 인맥이 쌓였다.


초기에 창업을 할 때 다양한 창업 서적을 읽으며 내가 스스로 일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 창업 아이템을 발굴한 계기는 우연한 계기로 첫 아이템을 찾게 됐지만 이후 지금껏 하지 못했던, 오롯이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 둘씩 해보는 것을 꿈꿨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강연자'로서의 내 모습이었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 많지 않은 나이지만 어릴 적부터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았고 남들은 겪어보지 못한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삶의 가치관이 바뀌어 창업의 길을 걷게 된 케이스다. 그러다보니 나의 경험 이야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의 이야기를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항상 '어떤 조직속에 어떤 일을 하는 누구'로 통했다. 조직에 소속된 존재로서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 할 때도 오롯이 조직의 과제나 방향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나'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그 자체로도 나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열심히 분석한 자료를 공유하고 옳은 방향에 대해 설득하는 일련의 과정을 즐겼다.


조직을 벗어나자 넓은 사회속에 오롯이 내 이름 석자만 믿고 뛰어야했다. 조직의 테두리 없이 나를 스스로 홍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팔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처음부터 타이밍이 좋았고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높이 평가를 해주었다.


실제로 나는 사업이라고 말하기엔 초라할 정도의 1인기업을 운영 중이다. 혼자서 컴퓨터 한대로 다양한 고객들의 일거리를 받아 대신 처리해주는 단순한 콘텐츠 제작 용역일은 매출이 크지도 않았으며 딱 나 혼자 겨우 생활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을 가져다 주었다. 반면 직장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내 개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남는 시간을 이용해 창업 모임에도 나가고 새로운 동료들과 공동 사업도 시작했다. 공동 사업안에는 아직 '돈 안되는' 일이 많았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했고 우리가 스스로 좋아서 놀기 삼아 하고 있는 여러가지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는 알맹이는 별로 없이 껍데기만 2개의 사업체 '대표'가 돼 있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나를 '대표님'이라 부르며 내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강연중에 집중력이 떨어지면...


▲ 창업특강 인제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창업특강 시간에 우리가 만든 '패러디 동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알맹이가 부족해도 그 '대표'라는 껍데기는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강연자'로서의 모습이었는데 직장에 다닐 때처럼 어떤 조직속에서 내가 맡은 일을 브리핑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내가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


우리가 매달 창업 모임을 가질 때 장소를 제공해주는 지역의 한 창업 보육기관에서는 지역의 대학들과 연계하여 수시로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 프로그램에는 '창업 특강'시간도 마련되곤 했는데 그 프로그램 강연자로 내가 섭외됐다.


'고졸' 학력으로 직장생활을 할 때 내 친구들은 대학 캠퍼스를 누비는 모습이 항상 부러웠다. 25살의 나이로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지만 돈을 벌지 않을 수 없었기에 직장을 다니며 사이버 대학에 진학해 5년 만에 겨우 졸업장을 땄다. 결국 나는 대학 캠퍼스 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못해 그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대학생들을 보면 은근히 자격지심이 들곤했다.


그런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까지는 꿈도 꾸지 못했던 대학에 '강연자'로 나가게 됐다. 정기적으로 나가는 강사는 아니었지만 가끔 한번씩 섭외 될 때마다 불려가 내가 창업을 하게 된 계기와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특강 강사'가 됐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다.


나는 무대 체질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들 앞에 나가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했고 나의 생활 기록부에도 담임 선생님이 '끼'가 많다고 적어뒀을 정도다. 그리고 나는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쓴다. 직장에 다닐 때에도 사람들이 어려워 하던 글쓰는 일이나 회의나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일을 곧잘 했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나는 지역의 창업자들을 게스트로 불러다 창업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의 메인 DJ로 활동했다. 특별한 대본도 없이 매번 2시간을 오롯이 애드립으로 진행할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첫 강연날부터 긴장이라는 건 하지 않았다. 단지 그 상황을 즐길 뿐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학교 강연을 나가면 관심 없는데도 어쩔수 없이 내 강연을 들으러 오는 친구들의 소심한 리액션에 좀 더 내 이야기에 집중시키기 위해 어떤 걸 준비해야 할지, 강연을 거듭할 수록 점점 더 고민할 뿐이었다.


나는 주로 나의 경험을 토대로 한 청년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별다른 열정없이 의무적으로 학교에 다니고 성적 되는 대로 대학에 진학해 졸업하면 대기업에 취업을 하거나 공무원이 되는 것을 희망한다. 하지만 인생의 길은 그게 다가 아니란 걸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열아홉 어린 나이에 사회에 나와 군대 대신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를 했고 쉬지않고 15년 동안을 산업 현장에서 일했다. 그리고 마지막 직장은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은 1순위로 자주 뽑히는 대기업에서도 일했었다. 하지만 인생은 그게 다가 아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꿈이라는 단어조차 잊고 오롯이 더 높은 연봉과 승진만을 바라보면서 가족과 친구들을 멀리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나에게 남은 것, 그리고 죽음의 문턱을 넘으며 삶의 끝에서 들었던 나의 생각과 인생에 있어 진짜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내가 생각하고 느낀 그대로 들려주며 '꿈'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한다.


100명에게 이야기 해도 그 중에 내 이야기를 듣고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친구는 1~2명도 채 안된다는 걸 점점 시간이 갈 수록 깨닫게 됐다. 나머지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냥 듣고 넘기거나 나의 이야기 자체도 관심이 없어한다. 하지만 몇몇의 친구들은 내가 강연을 끝내고 나면 개별로 나를 찾아와 연락처를 묻기도 하고 나의 다른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사이트 주소를 묻기도 한다. 그런 1~2명의 친구들이 나에게 더 열정을 가져다 준다.


강연을 하면서 가장 반응이 좋은 건 나와 함께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만든 '병맛 패러디 동영상'을 보여줄 때다.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만든 작품을 한두개씩 상영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3류 개그 코드'가 들어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반응이 좋다. 동영상을 상영하는 시간에는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던 친구들도 웃으면서 동영상을 보곤한다. 그래서 나는 강의에 집중이 필요할 때 종종 동영상을 먼저 보여주곤 한다.


강단에 선다는 건 나를 설레게 한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오롯의 나의 능력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첫 매출이 생겼을 때처럼 재밌다. 지역에서 별로 스펙이 뛰어나지 않은 내가 강연자로 섭외되면 강연비는 진짜 출장비도 안되는 정도로 나올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그 설렘이 좋아 들어오는 강연 요청을 웬만해선 거절하지 않는다.


나를 찾아줌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직장안에 있을 땐 조직을 등에 업고 내가 '갑'이 되어 원하는 건 대부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내 능력이 아니다. 그건 내가 소속된 조직의 이름값이다. 밖에 나오면 느낀다. 내 이름 석자의 가치가 얼마나 낮은가를,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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