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많이 주는 회사가 아닌 비전을 맞는 회사를 다녀라

[브런치 단독]대기업 사원의 직장일기(31)

by 여행충 투툼이

2007년 9월 나는 우연한 기회에 난생처음 대기업이라는 곳이 취직을 했다. 그 전까지 나는 중소기업에서 그냥 저냥 월급받아 먹고 살던 월급쟁이였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나 월급쟁이로 먹고 사는건 똑같지만 한국사회에서 대기업에 취직해서 일한다는 건 또 다른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 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21살 무렵. 내 인생에서 첫번째 멘토였던 우리 고등학교 14년 선배님이자 같은 부서 과장님이였던 우리 신모 과장님께서는 나에게 그런말을 해주셨다. '사람이 평생 직장 생활을 하면서 대기업에 한번쯤은 일해 볼만 하다.' 라고 말이다. 당시엔 그저 막연히 대기업은 큰 회사니까 돈도 많이 주고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회사니까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학창시절 가기 싫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갔던터라 나는 학업에 전혀 취미가 생기지 않았고 수업 빼먹고 땡땡이치고 놀러 다니기 바빴다. 놀 땐 몰랐는데 막상 취직할 때가 되니 공부 열심히 한 친구들과 나는 하늘과 땅차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친구들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 잘도 취직을 하는데 나는 그 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커트라인인 출석일수 조차도 통과하지 못했고 아예 원서 조차도 써볼 수 없었다. 그렇게 밀리고 밀려 어느 시골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고 내가 그렇게 '놀 때가 아니었구나..'라는걸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12시간씩 주야 2교대 해가면서 어렵고 힘들게 번 돈이 나보다 근무시간도 훨씬 짧고 쉬는날도 많아서 널널하게 일하고도 나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버는 대기업 친구들을 보면서 말이다.


그렇게 비참하게 인생이란 이런거구나 느껴 갈 때쯤 나의 첫번째 멘토를 만나 나의 일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엔 공부 안한 날라리 고졸 사원을 쓸 때란 생산라인 뿐이었지만 그 과장님께서는 고등학교 후배라는 사실 만으로 반갑다며 본인이 있는 부서로 빼냈고 날 키워주신다면서 이것 저것 많은 것을 알려주고 가르쳐 주셨다. 물론 스파르타 식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학교 다닐 땐 관심없던 그런 내용들이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흥미를 가지고 일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대기업에 간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지지 않기 시작했다. 비록 내가 좀 더 못한 환경에서 돈도 더 적게 벌 지언정 나는 지금 즐겁게 생활하고 있고 내 일이 좋았다. 그러다보니 나는 어느샌가 내가 몸 담고 있는 분야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그렇게 나의 몸값 역시도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며 뛰어 올라갔다. 대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연봉인상을 해가는 다른 친구들과는 그 성취감이 달랐다고 자신있게 말 할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수년이 흘렀고 나는 우연한 기회에 지금의 회사인 모 대기업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 때 나는 다니던 회사가 이전으로 인해 그만두고 백수 상태였고 타지생활에 지칠때로 지친 나는 우연히 본 구인광고에 본가가 있는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기업 한곳에 원서를 써냈다. 그 회사는 정확히 어떤일을 하는 지는 잘몰라도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대기업의 계열사였다. 그래서 당연히 합격의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 대기업은 나의 지금이 아니라 '학창시절'을 증명하는 문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 결과 면접에서 내 단점들을 극복하고 합격을 하게 되었다. 이후에 입사해서 나를 뽑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우리부서 팀장님께 내가 면접을 볼 수 있었던 이유를 여쭤보니 그 구인광고에 원서를 낸 "모든 지원자들의 면접을 다 보고 싶다." 고 한다. 그 팀장님의 막연한 결정이 아니었으면 여느 때와 같이 나는 당연히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을거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 인생을 살다보면 생각치도 못한 기회들은 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다. 나는 대기업이라는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는 대신 이전직장생활 약 7년간 쌓아놓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맨 밑바닥부터 시작해야했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 입사하기전 중소기업에서 수년동안 갈고 닦은 나의 역량은 허투루 쌓은게 아니라는게 증명되었다. 입사할 당시에 동종업계가 아니라는 기업의 '갑질'로 인해 아주 못한 처우를 받고 입사하게 된 나는 쌓아둔 역량을 십분 발휘하였고 회사 내에서 단번에 입지를 굳혀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내가 가진 역량이 헛된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역량이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나는 또 내 일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재미있게 일을 한다면 어찌 성과가 나지 않을수가 있겠는가! 대기업의 성과주의는 잔인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성과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다. 나는 어떨땐 매년 평균 임금 인상율이 3~5%내외일 때도 성과주의에 대한 보상으로 20%가 넘는 연봉 인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내기도 했다. 내 일을 사랑하는 것 그것에 대한 보상! 이것보다 더한 '동기부여'가 있을까?


대기업에 입사 했다고 하지만 고졸 1호봉이라는 참담한 처우를 받고 입사했기 때문에 당시 27세의 나이를 먹은 내 월급은 125만원 가량이었다. 그 전에 일하던 중소기업에서 받던 월급보다 훨씬 더 못한 월급. 그 걸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게 맞았지만 내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면서 박봉의 설움을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땐 조직과 함께 성장 할 수 있으리라는 비전도 있었다. 당시 우리 회사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 속에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 들이 조직내에서 꿈을 마음 껏 펼칠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문화였었다. 막내인 나도 언제나 자유롭게 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으며 주도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박봉 따윈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처우를 좀 못받은 것 보다 더 큰 역량을 키울 수 있었던 기회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처우는 실력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돈만을 쫒아 움직였더라면 지금의 내 '주특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현명한 생각을 해내드냐 또한 하나의 역량이다. 사회 초년병 시절 내가 중소기업에 취직할 때 대기업에 취직해서 돈 많이 벌던 친구들. 지금도 그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 돈은 나보다 훨씬 많이 벌었을 지언정 그 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아직도 그 당시의 사고 수준으로 이야기 하는 친구들을 보게 된다. 좁은 세상안에 갖혀 그 모습 그대로 세월과 맞바꾼 돈. 과연 당신이라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당신의 꿈과 비전인가? 아니면 당신의 시간과 세월을 팔아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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