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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Aug 23. 2018

여름과 가을 사이...부산송도오토캠핑장에서의 1박2일

너무 비싸서 2번은 안갈 것 같은 부산송도오토캠핑장



▲ 송도해수욕장 옛날 1,2 해수욕장으로 나뉘어졌던 송도해수욕장이 하나의 해수욕장으로 넓게 바뀌었다


작년 한해 뭐한다그 그리 바쁘게 살았는지 내가 좋아하는 캠핑을 한번도 가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시작하면서 운영하던 사업체도 하나 정리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겨 다시 먼지 쌓인 캠핑 장비들을 꺼내 들었다.

지난주 부산 송도해수욕장앞에 생긴 '부산송도오토캠핑장'에 처음 다녀왔다. 처음 생긴다고 할 때 부터 벼르고 벼르던 곳인데 매번 예약이 어려워 가지 못했던 곳이다. 이번 1박2일 캠핑이 올들어 3번째 캠핑이었다. 도심속에 있는 캠핑장으로 짧게 다녀올려고 한데다 날씨가 때마침 비소식이 있어서 우중캠핑이 어려워질까봐 짐은 최대한 간소하게 챙겼다.

부산이 고향인 나, 송도해수욕장은 어릴적 한두번 와보고는 한번도 올일이 없던 곳이다. 예전에 송도해수욕장에 오면 바다위를 건너는 출렁다리와 허름한 케이블카가 즐길거리의 전부였고 송도 1해수욕장과 2해수욕장으로 나뉘어진 해수욕장에는 너무 많은 해파리로 바다속과 해변에 온통 해파리 천지여서 해수욕 하기 어려웠던 기억만 남아있다.

그런 송도를 아주 오랜만에 찾았는데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1,2해수욕장으로 나뉘어져 있던 백사장은 공사를 통해 하나의 해수욕장으로 통합해 드 넓은 백사장이 되었고 해변도로 주변에는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부터 다양한 식당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 옛날 출렁다리는 사라졌고 이제는 해변에 예전 출렁다리가 있었던 곳이라는 조형물만 덩그런히 감상할 수 있었다.

너무 허름해서 안전이 걱정스러웠던 케이블카는 '해상 케이블카'라는 이름을 달고 새롭게 만들어져 송도 바다위를 쉴새 없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어두운 밤에도 불이 켜진채 케이블카는 운영됐다. 그렇게 변화된 송도 해수욕장 바로 옆쪽에 넓게 자리한 부산송도오토캠핑장에 도착해 입구를 찾기 시작했다.

출입구를 찾아 들어가려고 하는데 철문 한쪽이 닫혀있었다. 양쪽이 다 열려야 차량이 들어갈 수 있을만한 폭인데 한쪽이 닫혀 있으니 입구에서 어쩔줄 몰라 당황스러웠다. 문 옆에 적혀 있는 부산송도오토캠핑장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해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캠핑장 전화번호가 바뀌었음에도 입구 간판에 써 있는 전화번호를 업데이트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덕에 우리는 입장하는 순간부터 기분이 상했다.

부산송도오토캠핑장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받고 있다. 캠핑을 가기 일주일전 혹시나 이번에는 자리가 있나 싶어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남은 자리가 있었고 이용료의 50% 선입금으로 예약을 확정했다. 그리고 입실하면서 잔금 50%를 결재하려고 하는데 기존에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지 않았던 추가 비용에 대해 안내를 받게 됐다.

이용료 이외에 쓰래기 처리비용으로 3천원이 추가로 징수됐다. 보통 다른 캠핑장의 경우 시설 이용료에 쓰래기 처리 비용이 포함되게 마련인데 여기는 입실하는 캠퍼들에게 팀당 3천원을 추가로 받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이해하려 했는데 이외에도 텐트 사이트 기준인원이 2명이라면서 추가 방문객이 있을 경우 1인당 1만원의 입장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2명이 방문했고 저녁에 근처에 사는 가족들이 놀러 오기로 돼 있었는데 1인당 입장료 1만원이면 실제로 캠핑장 이용료보다 방문객 입장료가 더 비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그렇다고 기본 이용료가 다른 캠핑장들과 비교해 그렇게 저렴한 편도 아니었다. 사전에 고지되어 있지 않은 이런 기준들을 설명 들으면서 기분좋게 놀러온 기분이 확 다운돼 버렸다.

나는 그 황당한 기준을 설명듣고 이 캠핑장이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인지 물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라면 이렇게 어이없는 기준을 적용해 이용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캠핑장이라면 민원을 넣어서 개선 요청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부산송도오토캠핑장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더 이상 할말이 없어 그냥 입실 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비싸서 두번은 안 올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며 1박2일을 지내고 캠핑 후기를 블로그에 쓰기 위해 부산송도오토캠핑장 홈페에지에 다시 접속해보니 내가 입실할 때 한 말 때문인지 전에 없었던 쓰래기 처리비용과 방문객 입장료에 대한 부분이 추가로 공지돼 있었다. 그래도 이제 나처럼 아무 정보도 모른채 캠핑장을 이용하려 하다가 기분 상하는 일은 없게 됐으니 잘 된일이라 생각했다.

바다가 '코앞'인 부산송도오토캠핑장


▲ 바다 부산송도오토캠핑장에서는 바로 송도의 바다가 보인다


부산송도오토캠핑장의 최대 장점은 캠핑장 바로 앞이 바다라는 것이다. 우리가 묵었던 텐트-9번 자리에서 고개만 옆으로 돌리면 바로 송도 바다와 케이블카가 보였다. 하지만 흐린 날이라 바다 색깔이 예쁘게 보이진 않았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한 날 방문했던터라 뜨거운 햇빛은 없었고 잔뜩 흐린 날씨에 바다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덥지 않은 것은 좋았다.

부산송도오토캠핑장의 절반 이상은 캠핑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텐트 치는 사이트가 아니라 카라반 혹은 모빌 주택으로 그냥 일반적인 숙박업소와도 같았다. 그 덕에 바람이 불어도 비가와도 아랑곳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몇 안되는 텐트 사이트 캠퍼들은 강한 바닷 바람에 계속해서 텐트와 타프 보수공사를 하며 지내야 했다.

부산송도오토캠핑장 텐트사이트 또 하나의 장점은 전 사이트가 '데크'설치가 돼 있다는 점이다. 그냥 맨 바닥에 텐트를 설치하는 것보다 우천시에도 유리하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한기도 차단되는 효과가 있어서 캠퍼들은 데크 사이트를 선호한다. 게다가 데크 옆에 고리가 다 부착돼 있어서 바닥에 팩을 따로 박지 않고도 텐트와 타프 설치가 가능하게 구성돼 있었다.

바람이 불고 이슬비가 살짝 내리는 와중에도 열심히 타프와 텐트를 설치하고 테이블을 깔았다. 다행히 크게 덥지 않은 날씨라 평상시 같았으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 됐을텐데 살짝 더운 정도로 완성할 수 있었다. 오늘 지낼 집을 다 짓고 송도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캔 맥주를 한잔 마시고 있으니 입실 할 때 좋지 않았던 기분도 싹 풀렸다.

남자 둘이 최대한 간소하게 미니멀 캠핑을 왔기 때문에 저녁꺼리도 아주 간단하게 준비해왔다. 캠핑장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삼겹살 600g과 양송이버섯 1팩, 깻잎 1단 그리고 쌈장과 후추가 오늘 저녁꺼리의 전부였다. 그리고 짬뽕 국물을 바로 만들 수 있는 분말과 육수가 든 제품을 하나 사왔다.

고기 조금 구워먹을건데 숯불 피우는 것도 사치라며 사촌형네에서 쓰던 전기팬을 가져와 고기를 구웠다. 부산송도오토캠핑장은 전기 시설이 다 돼 있기 때문에 전기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밖에 나오면 숯불에 고기 구워 먹는게 가장 큰 낙이지만 오늘은 미니멀 캠핑 답게 숯불을 포기해서 아쉽긴 했다. 하지만 뭐든 밖에서 먹으면 맛있는 법. 고기는 역시나 맛이 좋았다.

고기 한줄을 남겨 남은 양송이 버섯과 깻잎을 넣고 사온 제품으로 짬뽕국물을 만들었다. 건더기는 별로 없었지만 얼큰한 국물로 마무리 하니 깔끔했다. 남은 국물은 다음날 아침 집에서 싸온 밥을 말아 아침식사 겸, 해장국이 됐다. 그렇게 싸간 음식들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탈탈 털어 먹고왔다. 그 덕에 원래 아침 메뉴 할려고 가져갔던 라면 2개는 다시 집으로 왔다. 이 라면 2개는 2주전 창원으로 캠핑 갈때도 가져갔다가 안먹고 다시 집에 온 라면이다. 이 라면 2개는 계속 나와 함께 캠핑을 다니는 중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해가 떠있다. 원래 캠핑을 가서 잠을 자면 뜨거운 햇빛 때문에 텐트 안이 더워서 일찍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햇빛이 있는데도 바다바람이 시원해서 텐트에 누워있으니 약간 쌀쌀할 정도로 날이 갑자기 시원해졌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폭염에 열대야라며 에에컨 없이는 못 살 정도였는데 벌써 가을 느낌이 바람에서 묻어났다.

아침을 먹고 일찌감치 더 더워지기전에 짐을 정리했다. 정리하는데 옆 사이트에 놀러온 아이들은 아침부터 물놀이 갈 채비를 하고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바로 옆이 해수욕장이니 물놀이 하고 놀기엔 딱 좋은 위치의 부산송도오토캠핑장이다. 물놀이 가는 아이들을 보며 막바지 여름을 더 열심히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 다 지나가기전, 나는 또 다음 여름 여행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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