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 #덕질 #관람차 #먹방
▲ 오사카 주유패스 2일짜리 오사카 주유패스에는 일부 라인을 제외한 전철과 유명 관광지 입장료가 무료다
지난해 10월, 일본 오사카 여행을 가기 위해 김해국제공항으로 갔다. 내가 타고 갈 비행기는 일본 항공사 '피치항공'이다. 피치항공은 하루에 딱 1번 간사이 공항에서 김해공항으로 왔다가 다시 간사이 공항으로 돌아간다. 부산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는 매일 오후 4시 출발이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출발 시간이 한참 지나도 비행기는 출발하지 않았고 결국 비행기 안에서 2시간을 기다리가 '결항' 통보를 받았다.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밟고 김해공항으로 도로 나왔다. 갑작스러운 결항에 화가 난 승객들이 항공사 직원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비행기 결항에 따라 피치항공 매표소에서 환불 처리를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점심 먹고 오후 1시에 나왔는데 다시 집에 돌아온 시간은 저녁 8시. 여행도 못 가고 짐만 쌌다가 다시 풀어야 했다. 결항에 대한 보상으로는 피치포인트 8천점. 한화 8만원 가량의 포인트다. 6개월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나의 첫 오사카 여행은 불발되고 몇 달이 흘러 포인트가 소멸하기 전에 다시 오사카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결항에 대한 보상 포인트 8만 원을 쓰고 나니 5만원도 안 되는 금액에 오사카 왕복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결항 당일 짜증도 나고 시간도 많이 버렸지만 다시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때는 '득템' 한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드디어 처음으로 오사카 땅을 밟았다.
이틀같은 3박4일 여행 일정
3박4일 일정이라고는 하지만 첫날은 도착해서 저녁 먹고 바로 숙소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늦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역시 오후 2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야하기 때문에 시간에 쫒겨 기념품 하나 제대로 살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3박4일이라고 해도 온전히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단 이틀뿐이었다.
이틀간의 여행을 위해 주유패스 2일짜리를 구매했다. 이 주유패스는 지난 10월 여행가려고 할 때 미리 싸게 사놓은 걸 이제야 쓴다. 오사카의 주유패스는 모든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일부 전철+관광지 무료입장이 되는 걸로 나뉜다. 내가 이용한 패스는 일부 전철 라인을 이용할 수 없지만 관광지 무료 입장 혜택이 있었다.
일본은 대중교통비가 비싸다. 그래서 패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교통비가 여행 경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미리 미리 패스를 싸게 구매해서 가야한다.
▲ 사케 내가 좋아하는 사케, 우리나라에서 구입하는 가격대비 70% 가까이 저렴하다
오사카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바로 마라톤 하고 있는 '글리코상'이다. 매번 TV와 사진으로만 보다가 나도 이번에 실물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글리코상은 오사카 여행 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톤보리'라는 거리에 있다. 글리코상이 보이는 도톤보리강 다리 위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글리코상의 포즈를 따라하며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도톤보리 강에서는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유람선을 타면 도톤보리 강을 따라 10여분 정도 상류와 하류를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주변을 구경하다보니 유람선이 지날 때마다 강변에 있는 사람들이 유람선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유람선에 탄 사람들이 반응이 없어도 많은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준다. 강변에서 춤 연습을 하던 여성 댄서분들이 계속해서 손을 흔들어 주길래 유람선에 타고 있던 나도 따라 손을 흔들어주었더니 뭐가 그렇게 웃긴지 웃음을 '빵' 하고 터트렸다.
도톤보리 유람선 승선장 앞에는 '돈키호테'라는 이름의 상점이 있다. 관광객들이 기념품을 사기 위해 많이 들르는 곳이다. 여기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케를 발견했다. 몇해 전 우연히 한국에서 마셔보고는 반해버린 술인데 잘 구하기가 힘들고 가격이 비싸 자주 마시지 못하는 술이다.
최근 우리동네에 새로 생긴 마트에서 이 사케를 팔기 시작했는데 2만8000원에 팔고 있다. 돈키호테에는 한국에서 내가 사먹는 사케 용량의 절반 정도 되는 술 1병에 358엔(한화 3700원)에 판매중이었다. 용량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가격 차이였다. 일본에 온 김에 '이 술이나 실컷 마시고 가야겠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저녁에 다시 방문해서 사케를 사려고 했는데 '완판'되고 없었다.
"오타쿠들 모여라!" 오사카 덴덴타운
▲ 드래곤볼 코스튬 애니매이션이 유명한 일본, 다양한 만화책과 캐릭터 상품들로 "덕질"하기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케는 못마셨지만 '덕질'이라도 실컷 하고 가자는 생각에 덴덴타운으로 향했다. 덴덴타운은 일본의 유명한 애니매이션과 게임 회사의 상점들이 집결되어 있는 곳이다. 미리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알고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갔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못했지만 여러가지 익숙한 캐릭터 피규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코스튬 의상이라던지 만화책 원서라던지 진정한 '오타쿠'들의 천국이었다. 게다가 피규어의 가격도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봤을 때보다 확실히 저렴한 수준이었다.
가격도 제법 저렴하고 하니 지난번 대만 여행에서 가격 때문에 사지 못했던 '사치'를 좀 부려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열심히 여러 상점을 돌아다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인 에반게리온 '레이'와 '아스카' 피규어를 발견하고 구매하려고 했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와 '세트'로 판매하는 제품이라 포기해야 했다.
▲ 텐포잔 대관람차 오사카는 여기저기에 관람차 시설이 많다
이번 여행은 거의 '먹방'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주유패스에 무료입장이 가능한 관광지 몇 곳을 방문했다. 주로 '관람차'를 많이 타게 됐는데 오사카는 여기저기에 관람차 시설이 많았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관람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이 놀라웠다.
나는 놀이동산에서도 무서운 놀이기구를 잘 타는 편이다. 단 한 가지,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자이로드롭'만 싫어한다. 딱히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그런건 아닌데 예상치 못한 순간, 갑자기 아래로 떨어질 때 놀라는 기분이 싫다. 그 외의 놀이기구는 대부분 잘 탄다.
이번에 오사카에서는 관람차 2개를 탔다. 그 중에 덴포잔 대관람차는 규모가 다른 관람차에 비해 컸다. 이 관람차를 타고 높이 올라갔을 때 나는 '공포'를 느꼈다. 높은 곳에 올랐을 때의 두려움이 뭔지 제대로 느꼈다.
평소의 나를 생각해 봤을 때 왜 무서운 기분이 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마냥 무서워서 빨리 내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 관람차는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 자주 멈추기 때문에 꼭대기에서 한참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는 시간도 길었다. 그래서인지 더 무서웠다.
▲ 교자 한면은 바삭하고 나머지면은 부드러운 일본식 교자만두
짧은 일정인데도 참 많은 음식들을 먹었다. 한창 다이어트중에 여행 일정이 있어서 '먹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여행 와서 맛있는 걸 안먹을 수도 없는데 막 먹다가는 힘들게 뺀 체중이 다시 늘어날까봐 걱정됐다. 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먹방여행'에 동참했다.
스시, 라멘, 타코야끼, 교자, 오코노미야끼, 샤브샤브, 카츠동, 카레 등 다양한 일본음식을 먹었다. 일본은 다른 나라와 달리 향신료 때문에 못먹는 음식이 없어서 좋다. 그 외에도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마트에 판매하는 포장 음식 등 일정 내내 '배고프다'라는 느낌을 한번도 받지 못할 정도로 먹고왔다. 결국 2Kg이 불어났다.
나는 어디를 여행가도 징크스가 있다. 그 징크스는 집에 돌아오는 날이 날씨가 가장 좋다는 것. 이번 오사카 여행을 갔을 때에도 집으로 돌아오는 날 날씨가 가장 좋았다. 항상 날씨 좋은 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아쉽다.
결항과 지연이 잦아 피치 못할 때만 타라는 농담까지 있는 '피치항공'인데 날씨가 얼마나 좋았는지 집에 돌아오는 항공편은 조금도 지연되지 않고 제시간에 한국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그렇게 나의 첫 오사카 여행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