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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Feb 26. 2020

난생처음 걸린 폐렴... 하필 이 시국에

모두가 힘모아 코로나19 이겨냅시다

늦둥이 막내 아들인 나에게는 여러명의 조카들이 있다. 그 조카들중 제일 막내가 올해 성인이 되면서 삼촌과 술 한잔 같이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연말 함께 만나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면서 새해가 되면 같이 술 한잔 하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새해가 밝았고 지난 1월 10일, 드디어 조카와 함께 기다리던 술자리를 가졌다.


약속 당일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느즈막히 일어나 점심을 챙겨 먹었는데 오후 내내 소화가 잘 안되고 나른한게 몸살이 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평소 이런 컨디션이라면 집에서 뒹굴거리며 쉬었겠지만 처음으로 약속한 조카와의 술 약속을 깰 수 없어서 준비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컨디션이 좋지 못했지만 즐거운 만남이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을 마셨다. 나중에 다른 조카와 친구들까지 함께 모여 새벽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술자리가 끝났다. 조카들과 조카 친구들을 택시 태워 보내고 나는 함께 있던 사촌 형네로 갔다.

처음엔 과음으로 '술병'이 난 줄 알았다
                                                                    


다음날 새벽 일찍부터 속이 좋지 않았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구토를 했다. 술을 많이 마시면 가끔 구토를 하는 날이 있긴 했지만 이 날은 너무 심했다. 구토를 계속 해서 더이상 토할 것이 없음에도 계속해서 구토가 났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고 오후가 되어서도 구토가 계속났다.


오후 늦게 형이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함께 차를 타고 나왔다. 집에 가는 길에 주말에도 영업을 하는 약국에 들러 약을 사먹었다. 구토가 심하게 난다고 했더니 알약을 깨물어 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약 효과가 빨리 나타났고 이내 속이 진정됐다. 구토를 하고 빈속이지만 배는 고프지 않았고 좀 더 시원한 느낌을 갖고 싶어 집에가는 길에 탄산 음료를 하나 사마셨다.


그렇게 술로 인한 '술병'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다음날부터 몸에 열이 나고 마른 기침이 시작됐다. 그렇게 앓아 누워버렸다. 하루쯤 푹 쉬면 괜찮을거라는 생각에 꼼짝 않고 집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다음날도 몸은 좋아지지 않았다. 집에서 꼼짝도 하기 싫었지만 병원을 가야할 것 같아 힘들게 몸을 일으켜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병원에서 독감 검사를 받았다. 콧구멍에 플라스틱 막대 같은 것을 깊숙하게 넣어 휘휘 저어댔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런데 검사 결과 독감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독감은 아니지만 독감에 준하는 치료를 받자고 했다. 독감을 치료하는 '타미플루'는 5일이 지나면 효과가 없다고 했다. 처음 몸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한지 딱 5일째 되는 날이라 바로 처방을 받고 다음날 검사를 다시 해보자고 했다.


몸에 열이 많이 나니 수액을 맞아 체온을 떨어뜨렸다. 동네 병원 주사실에 누워서 2시간 넘도록 수액을 맞았다. 수액을 맞고 약을 사서 집에 오니 좀 살 것 같았다. 처방 받은 약을 먹고 다음날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약을 하루치 더 처방 받아왔다. 다시 해보자던 독감 검사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났다. 몸에 다시 열이 났다. 열이나고 기침을 하는데 가래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다시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서 입원 치료를 받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입원은 하기 싫다고 하니 다시 수액을 놔줄테니 그럼 며칠 더 지켜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다시 수액을 맞고 처방을 받아왔다. 독감을 치료하는 '타미플루'는 중간에 증상이 좋아져도 5일분을 다 먹어야 효과가 있다고 했으니 일단 5일간은 지켜볼 생각이었다.


수액을 맞고 집에 오니 또 몸이 좀 괜찮아졌다. 이제 낫는가보다 싶었다. 그런데 이틀만에 또 몸에 열이났고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더이상 해줄수 있는게 없다며 소견서를 써줄테니 입원 가능한 병원에 가서 입원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그렇게 소견서를 받아 병원을 나왔다. 이 때 바로 큰 병원으로 갔어야 하는데 시간은 이미 병원 진료가 끝나가는 시간이라 잠시 고민하다 집으로 갔다.


아직 처방 받은 약도 남아 있기에 약 먹고 좀 더 버텨보자고 생각했다. 집에 가서 찬물에 수건을 적셔 이마와 머리에 올려 놓고 있으니 열이 좀 내려 가는 것 같았다. 주말이라 입원 하러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수건으로 열 내려가면서 약먹고 버텼다. 그렇게 또 이틀이 지났다.


매일 항생제 6통씩 맞고 매끼니 알약 11알씩 복용


 한주가 지나 다시 월요일이 시작됐다. 이마에 수건을 올리고 누워있다가 곰곰히 생각해봤다. 열도 열인데, 몸을 왼쪽으로 돌려 누워 숨을 쉬면 폐가 있는 곳에서 '쌕쌕' 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단순한 감기 몸살은 아닌것 같았다. 지난주 과음을 하고 구토를 한 뒤로 이런 증상이 생겼으니 혹시나 구토를 할 때 물이나 위액 같은 것이 기도로 들어가 폐에 '물이 찬'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폐에 물찬 증상에 대해 찾아봤다. 지금 내 증상과 비슷했다. 나는 그 길에 벌떡 일어나 흉부 X선 촬영이 가능한 내과를 찾아가서 상황을 얘기하고 가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의사 선생님은 '폐렴'이라고 하셨다. 정말 구토를 하면서 물이나 음식물이 폐로 들어간거면 위험할 수 있다면서 빨리 입원 가능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셨다.



일주일 동안이나 미루고 버텼던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길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갔다. 도착한 시간은 외래 진료가 끝나는 저녁 6시라 응급실로 들어갔다. 응급 접수를 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다. CT 찍고 흉부 X선 촬영하고 채혈을 통한 피 검사도 진행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응급실 침대에 누워 열을 내리는 수액을 맞았다. 숨 차는 증상도 있어 산소 호흡기도 달았다. 그렇게 누워 있으니 입원을 위한 심전도 검사까지 일사천리로 받았다. 몇시간 후 응급실 과장님께 폐렴이라는 진단을 다시 한번 들었고 혈액검사 결과 간 수치도 많이 나쁘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 자세한 사항은 다음날 담당 내과에서 알려줄거라며 바로 입원 수속을 밟고 병동에 입원하게 됐다. 다음날 오전 담당 내과 과장님이 출근 하셨다. 그리고 다시 필요한 검사를 진행했다. 전날 응급실 입원 할 때 CT 검사를 받았는데 이번엔 '조영제' 약물을 투여하고 CT 검사를 또 받았다. 2가지가 무슨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좀 더 상세히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폐렴 부위가 넓게 퍼져 있다고 했다. 게다가 간 수치도 너무 좋지 않아서 한동안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병동 간호사분께 폐렴 환자들은 얼마나 입원하냐 물어보니 보통 2주 정도 입원을 한다고 했다. 그 말은 정확했다. 나도 그 후 13일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5년전 갑상선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 해본 후로 태어나 2번째 입원이었다. 암 수술 때보다 입원기간은 2배 이상 길었다. 폐렴으로 입원했기 때문에 수술을 위해 입원했을 때와 달리 하루종일 '링거' 맞는게 일이었다. 하루에 항생제 6통을 맞았다. 그리고 수액과 비타민을 섞어서 1통을 맞았고 항생제 맞을 때 주사를 2가지 이상씩을 맞았다.


입원 초기에는 숨이 차서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그리고 링거를 통해 맞는 주사 그리고 항생제와는 별개로 엉덩이 근육 주사도 맞았다. 그렇게 입원하고 3일 정도 지나니 열은 좀 내려갔고 산소 호흡기도 필요 없게 됐다. 좀 살만해졌다. 그 후 일주일 넘는 시간동안 매일 아침 채혈하고 가슴 사진을 찍었다. 검사 결과를 보고 회진 올라온 의사 선생님을 만나면 매일 나의 경과를 알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병원에서 뒹굴거리며 주사 맞고 매 끼니마다 알약을 11개나 먹었다. 정말 지긋 지긋한 시간이 계속됐다. 입원 기간 중간에 설날 연휴도 끼어 있었는데 올해는 연휴를 병원에서 보냈다. 중간에 하루 외박을 보내주긴 했는데 그걸로 명절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10일 정도 지나고 나니 매일 하던 채혈 검사를 하지 않았다. 가슴 사진도 이틀에 한번 정도만 찍었다. 회진 올라온 의사 선생님은 경과가 좋다며 토요일에 퇴원해도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제 앞으로 3일이 남은거였다.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토요일에 집에 갈 수 있다고 말씀드리니 오랜 시간동안 혼자 집에 계셨던 어머니 목소리에 활기가 느껴졌다.


올해 여든 하나가 된 어머니가 힘드실까봐 병원에 오시지 못하게 했다. 일부러 병문안뿐 아니라 보호자도 65세 이상 노인은 올 수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 말에 어머니는 꼼짝없이 병원에 오시지 못하고 집에서 매일 전화만 걸어 내 상태를 물으셨다. 그런데 내가 퇴원하기 며칠전부터는 정말 병문안이 금지됐다. 바로 코로나19로 인해 나라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병 걸려서 죽기전에 돈 없어 굶어 죽을듯



SNS에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우한 폐렴' 아니냐며 걱정스럽게 안부를 물으셨다. 그럼 나는 웃으면서 '그냥 폐렴'이라 답을 했다. 지난 1년간 해외 방문 이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3일 후 나는 무사히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퇴원 후 5일만에 첫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그 사이 코로나19가 확산될 조짐을 보여 병원 중앙 출입구를 뺀 나머지 출입구가 모두 막혔다. 중앙 출입구를 통해서만 병원 출입이 가능했고 입구에서 모든 사람들의 체온을 측정했고 손 소독제를 비치해 소독을 권유했다.


가슴 사진을 찍고 외래 진료를 받았다. 폐렴은 아주 미세하게 남아 있지만 괜찮다고 했다. 다만 입원 당시 간 수치가 많이 높았던 것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약 기운 때문일 수 있다며 앞으로 한달간 간장제와 위장제는 복용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보름치 약을 더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보름 뒤 또 약을 처방 받고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보름만에 만난 의사 선생님은 그래도 '타이밍'이 좋아서 치료 잘 받은거라고 하셨다. 요즘 시국에 '폐렴'이 걸렸으면 코로나19로 의심받아서 고생했을거라 하셨다. 그렇지 않아도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오기 하루전날 내가 다니는 병원에도 의심환자가 발생해서 응급실이 폐쇄되기도 했었다. 다행히 음성 판정으로 병원은 정상화 됐다.


난생 처음으로 '폐렴'을 앓았는데 하필 '이 시국'이라 괜히 더 신경 쓰였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지난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제주도에서 돌아온지 14일 정도만에 처음 폐렴 증상이 나타났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제주에서 코로나19에 감염이 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이야기를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그랬으면 어떻게 내가 멀쩡하겠냐'며 그런 소리 말라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집에 있으면 바로 옆에 딱 붙어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어머니는 아직 멀쩡하셨다. 그리고 약 타러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도 '코로나19'는 아니라고 하셨다. 그런데 워낙 여기저기서 온통 코로나19 이야기 뿐이니 나도 모르게 이런 불안감이 생겨났다.


내가 입원 했을 당시와 달리 지금은 온 나라에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병이 더 확산 되지 않도록 온 국민들이 힘을 모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너무 큰 불안감은 오히려 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개인 위생 철저히 하고 일상 생활은 또 일상 생활대로 열심히 하다보면 꼭 이겨낼 수 있을거라 믿는다.


어제는 우유 한통 사러 동네 마트에 들렀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카트에 식자재들을 꽉꽉 채워 '사재기'를 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수시로 지역 내 다양한 축제나 행사들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나는 문화기획자다. 주된 수입원이 다양한 프로그램들에서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이 취소되고 사라졌다. 수입이 0원으로 줄었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빨리 이 코로나 사태가 끝나길 바란다. 일 좀 하고 싶다. 병 걸려 죽기전에 돈 없어서 굶어 죽을 것 같다. 얼른 사태가 진정되어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를 더욱 더 열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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