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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Mar 23. 2020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

[청년창업가의 꿈과 현실]엄마 얼굴에 주름살이 더 늘기전에

직장이라는 걸 그만두기고 마음을 먹고 D-day를 정하고 회사에 그만두겠다는 의사표시까지 했다. 그리고 그 전부터 집에도 회사를 이제 그만둘거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내가 힘들어서 투정부리는 줄로 받아들이시다가 내가 진지하게 이야기하는걸 보시곤 이제야 내 다짐이 진짜라는걸 느끼신것 같다. 


우리 어머니는 41년생! 올해(2014년)로 75세이시다. 나는 아주 늦둥이라서 아직도 이런 어머니께 짜증내고 틱틱 거리는건가보다. 누구나 다 어머니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찡하고 아픈마음은 있을거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엄마! 최근 극장가에서 천만관객을 훌쩍 넘긴 '국제시장'에서 나오는 우리 아버지 세대들의 이야기를 어머니는 고스란히 다 견뎌 내시고 사셨다. 어머니의 하나뿐인 동생이자 나의 작은 외삼촌은 젊은시절 말로만 듣던 '월남전'에 참전까지 하셨던 분이시니 그 세월은 더이상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본 식민지 시절과 6.25을 모두 겪으신 우리 엄마. 젊은 시절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아들 둘 딸 하나를 공부시키고 키우기 위해서 부산의 신발공장에서 일을 하셨고 버스 한푼이 아까워서 매일 같이 걸어서 출퇴근을 하셨던 분이다. 그러다 언젠가는 넘어지는 바람에 왼쪽 손목뼈가 부러졌는데도 병원비가 아까워 병원을 못가시고 일도 쉬지 못한채 그렇게 살아오셨다. 지금 어머니의 왼쪽 손목에 이상하게 튀어나와 있는 복숭아 뼈가 그걸 말해준다.


일을 마치고 캄캄한 밤중에 집에 들어오면 엄마 없는 형들과 누나가 먹을게 없어서 길에 기어가는 지렁이를 주워다 입에 넣고 입안에 퉁퉁 불어터진 지렁이를 물고 잠들어 있곤 했단다. 그런모습을 보고 얼마나 많이 우셨는지 모른다고 한다. 


일 평생 그놈의 '돈' 때문에 단 하루도 편히 살아본적 없는 엄마. 지금은 밥 못먹고 사는 시절이 아닌데도 내가 어쩌다 속이 안좋아서 밥 한끼라고 거를라 치면 수십번이고 되물어 오신다. 진짜 밥 안먹을꺼냐고. 그리고 10분에 한번씩 확인하신다. 속 아직도 불편하냐고. 그런 어머니께 그만 좀 보채라고 있는 짜증 없는 짜증 다 내는 나다. 요새 못먹고 사는 세상 아니라고 제발 궁상좀 그만떨라고 해도 아직도 밥에 목숨거는 엄마. 집에 쌀이 떨어지지 않아도 또 사다 나르시는 엄마.


본인이 혼자 밥먹을 땐 김치 한조각에 국에 말아서 한그릇 먹고 말지만 내가 식탁에만 앉으면 과식해서 배가 찢어질 때까지 먹어도 다 못먹을만큼 굽고 지져서 식탁을 채워주시는 엄마. 겨울엔 내 밥 그릇에 밥이 식을까봐 밥 그릇 따뜻한 물에 남궈놨다가 밥을 담아 주시는 엄마. 그만큼이나 큰 어머니의 사랑을 매일 같이 잊고 살아온 나다.      



지난주에 한번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온 거실에 케이블타이가 널부러져 있고 어머니는 그걸 꿰고 계셨다. 이게 대체 뭐하는거냐며 엄마한테 소리치고 어머니는 머쓱한 목소리로 동네 친구분이 소일거리고 하시는건데 몸이 안좋으셔서 오늘만 대신 좀 해주기로 했단다. 제발 평생 그렇게 고생하고 살았으면 이제 그만좀 하라며 소리 지르고 방문을 쾅~ 닫아 버렸다. 


아무래도 내가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한게 '옛날 사람'인 어머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 같다. 옛날엔 직장에만 다니면 모든게 해결되는 시절이었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분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다. 평생 이렇게 살아선 지금 이대로 어머니 호강한번 못시켜 드리고 보내드려야 하니까! 


바로 위에 작은형이 나와 15살 차이가 난다. 최소 나보다 엄마와 15년은 더 시간을 보냈다는 얘기다. 그리고 난 항상 귀찮고 바쁘단 핑계로 엄마랑 함께 보내는 시간들을 마다 했었다. 엄마보다 친구들과 노는게 좋았다. 이제 나이가 들어 철이 들다보니 어느새 어머니는 많이 늙어 있었다. 이렇게 조금만 더 지나면 엄마 손잡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다. 형들과 누나는 그래도 엄마랑 여행도 가끔 다녀오고 함께 시간도 많이 보냈는데 난 그러지 못한게 너무 미안하고 아쉬웠다. 더 늦기 전에 엄마랑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 해답 역시도 바로 '독립'이었다. 


더 늦기 전에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호강시켜 드릴 수 있는 방법! 마음을 다 잡는다. 엄마 얼굴에 주름살과 새 하얗게 변해버린 엄마의 머리를 보면서 나를 채찍질 한다. 다그친다. 빨리..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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