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가의 꿈과 현실]하고잡이가 되어간다
지난주에 버거울 정도로 밀려들어오던 음원편집대행 서비스 이용 고객들이 이번주 들어서 딱 끊겨 버렸다. 지난주 정도의 추세가 계속 이어져야 그나마 직장을 그만두기전의 생활 수준으로 살만한 소득이 나오는데 일이 없으니 이번달도 월급 뽑아내기는 힘들것 같다. 이래서 프리랜서는 위태로운가보다.
아직까지는 음원편집대행 서비스 이용고객중 대부분이 결혼식 축가용 MR을 제작하려고 하는 고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결혼식 시즌에 따라 물량이 급격하게 변한다. 주말에는 결혼식 하객 대행 알바도 하고 있다보니 결혼식 시즌에 대한 정보들은 하객 알바 카페에 들어가면 알수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주말 예식 나오라는 공지가 아직 없어서 접속을 해보니 이번주부터 4/18일까지는 음력 2월로 예식이 평소보다 훨씬 줄어들어 아르바이트 건수도 줄어들거라는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지난주말에 예식이 많았었고 내 일이 밀려 들어왔으며 일요일엔 하루에 2개의 결혼식 하객알바를 나갔던 거였다. 이제 약 한달간의 비수기다. 그 동안 못한 다른 일들에 집중 해야한다.
3/8일자로 직장을 그만두었지만 마지막 일주일은 휴가로 대체를 했기 때문에 3월이 시작되면서부터 나의 독립생활은 시작되었다. 이제 고작 3주차에 접어들고 있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흘러간 기분이다. 회사 다닐 땐 매일 똑같은 생활의 반복을 아무런 생각없이 해서 그런지 한달 한달이 너무 빨리 지나갔었다. 월급날도 빨리 돌아오고 월 마감하고 돌아서면 또 한달이 지나갔다. 그런데 직장이 없는 나에게 아직 한달도 안된 아니 3주도 채 안된 이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직장을 그만두면 좀 여유로운 삶을 살려고 마음 먹었다. 하루 하루를 그렇게 살고 있다. 내 체질에 맞는 저녁형 인간으로 삶이 바뀌었고 알람 소리를 듣지 않고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어나서 약 1시간 30분 가량을 투자해 운동을 한다. 그리고 늦은 점심을 먹고 난 오후시간이 나의 업무 시간. 그 마저도 특별한게 없으면 일찍 접고 어머니와의 저녁시간을 보낸다. 덕분에 어머니가 매일 챙겨보는 일일 연속극을 매일 함께 본다. 그렇게 막장드라마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작년에 세웠던 목표중에 달성하지 못한 일을 올해는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목표는 내가 만든 음악으로 음반을 내는 것이다. 요즘엔 예전처럼 꼭 큰 돈을 투자해 CD를 제작하고 레코드 가게 진열대에 올릴 필요가 없이 '디지털 음원'으로 음반을 출시하는 추세기 때문에 큰 돈 들이지 않고도 내 음반을 낼 수가 있다. 아니 조금만 노력하면 돈 한푼도 들이지 않고 음반을 낼 수도 있다.
작년 한해동안 몇곡의 노래를 만들었다. 그리고 프리마켓을 통해 내 음악을 유통시켰다. 그 중에 몇개 노래는 아주 적은 횟수지만 유료 판매도 되었고 일부 프리마켓 챠트에서는 약 10개월간 Top50 순위권에 올라간 곡도 있었다. (14년 3월 2주차엔 1주간 1위도 했었다.) 단지 좋아하는 마음으로 혼자 독학을 하고 어느것 하나 제대로 배운적 없는 나였기에 곡과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불러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더 힘든 엔지니어링의 벽에 부딪혔다. 잘만든 배경에 나무도 적당한 위치에 그리고 시냇물도 그려 넣는 그림처럼 음악도 악기소리와 보컬, 코러스등의 여러가지 소리가 잘 융화되도록 하는 믹스&마스터링 작업이 필요하다. 작년에 내가 만든 노래로 디지털 음원을 출시하려고 음원유통업체를 컨택했었는데 '마스터링' 미흡한 음원으로 출시가 거부되었었다. 그렇게 실패를 맛보고 묻어두었던 음악을 다시 꺼내 악기를 새로 셋팅하고 보컬을 새로 녹음했다. 물론 그동안 미흡하나마 장비들도 조금 업그레이드 했다.
그렇게 새로 리마스터링 한 곡을 음원유통회사에 다시 보냈고 3/25일 국내 음원사이트 유통을 목표로 발매대기중이다. 이번에는 부디 꼭! 내 이름으로 된 음원이 출시 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역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게 오늘 다시 음악을 들어보니 보컬 사운드가 조금 적은듯한 느낌이 든다. 아쉽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음 음원을 더 잘 만들어야지. 그리고 음원 유통이 되면 음원 판매수익과 별개로 저작권료 수입을 정산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저작권 협회에 가입해서 내 음악을 등록을 해야하는데 가입비가 일단 18만원이다. 또한 가입서류에 날인을 해서 스캔본을 사이트에 올려야 하는데 평소 회사다닐땐 아무 생각 없이 하던 프린트와 스캐너가 독립을 하고 나니 쓸 수가 없다. 집에는 프린터도 스캐너도 없으니까. 그렇게 일단 저작권협회 등록은 뒤로 미루어야 했다.
오늘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페이스북 알림이 울렸다. 들어가보니 예전 직장 동료의 글에 아는 동생이 댓글을 달았다는거였다. 내가 페이스북 아이디를 새로 만드는 바람에 친구가 끊겼던 동생이었다. 그래서 다시 친구신청을 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하니 이 친구 전공이 컴퓨터 공학이었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친구라는게 생각났다. 오랫만에 소식을 보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 백수상태라고 한다. 올커니. 내가 홈페이지 만들려고 구상하고 있었고 내가 그쪽은 잘 모르니 어떤 업체에 외주를 맡겨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딱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 음원편집대행 서비스를 이제 블로그를 탈피해서 정식 서비스로 런칭을 하기 위한 첫걸음. 동생과 통화를 하다보니 몇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지만 그건 둘이 만나서 다른 인맥을 통해 해결을 해보기로 하고 일단 '만들어보자'까지의 일이 성사되었다. 다음주 평일 낮에 백수끼라 만나 소주잔 기울이면서 대의를 도모하기로 했다.
최근 미뤄뒀던 일들을 하나씩 하기 시작하고 보니 15년동안의 직장생활 동안 나는 너무나 많은 일을 하고 싶은 '하고잡이' 였는데 그동안 나를 버리고 눌려 살고 있었다는게 확실히 느껴졌다. 이제야 하나씩 해나가기 시작하면서 인생의 행복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으면 내일이 월급 들어오는 날인데 이제 월급은 없다. 하지만 지출되어야 할 비용들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에 오늘 내 저수지 통장에서 각 필요한 계좌로 돈들을 인출했다. 그러다보니 이제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고 약간의 조급한 마음도 생겨났다. 하지만 내 페이스를 잘 유지해야지.
갑상선암 선고와 투병생활을 하면서 내 정체성을 찾았고 투병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글을 썼다. 그렇게 네이버 포스트 구독자 1천명을 달성했고 나는 '작가' 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직장생활과 그동안의 인생 경험을 오마이뉴스에 쓰면서 '기자'가 되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부르면서 음반출시를 앞두고 있다. 음반이 출시되면 나는 '프로듀서' 혹은 '가수' 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게 된다. 그리고 말하는 걸 좋아해서 시작하게 된 들리는 블로그 '취중잡담'. 이제 막 시작이지만 해보고 싶었던 'DJ'로써의 첫발도 내딛고 있다. 사람들의 기쁜날을 함께 축하해주는 '아르바이트생'으로써의 삶도 재밌고 그 들이 더 멋진 프로포즈와 이벤트를 할 수 있도록 나의 재능을 파는 '사업가'로써의 삶도 너무 행복하다. '회사원'이라는 이름 하나를 버리니 그 동안 내가 원하는 많은 '나'를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