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유퀴즈 With 김해' 제작기
2020년은 우리 국민들에게, 아니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특별하고 힘든 한해다. 생전 처음 듣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모든 일상이 중단된 채 한해를 시작했고 그 전염병은 아직도 우리의 세계 속에 함께 하고 있다.
나는 문화기획자다. 사실 문화기획자라는 한 단어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2015년, 잘 다니던 직장을 나와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 바닥 생활이 벌써 5년째다.
문화기획자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 말을 들어본 사람들도 보통은 지역에서 축제나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문화기획자라고 해서 꼭 축제나 행사를 만드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라고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의 방식을 일컫는 말이기에 표현하는 방식이 꼭 축제나 행사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다. 나는 주로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한 디지털 콘텐츠 형식으로 다양한 문화기획을 한다.
올해는 이 문화기획 바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제약이 있는 해다. 문화기획자들의 활동은 주로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나오는 예산을 받아 하게 되는데 그 예산을 집행 하는 사업들이 많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지기도 했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위해 예산이 깎이고 이동된 부문도 많다.
한창 사회적 거리두기로 거의 모든 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했던 올해 초에는 예정됐던 사업들이 거의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그래서 나는 몇 달을 백수처럼 지냈다. 그리고 5월 즈음,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에 따라 주변 기관에서도 예정됐던 사업 공모들이 시작됐다.
▲ 유튜브 촬영현장 김해 수릉원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나는 2020년, 코로나19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김해시 도시재생 주민 공모사업을 통해 도시재생 지역을 돌아다니며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일상을 유튜브 콘텐츠에 담아 지금의 현실을 아카이빙 하고자 했다.
나의 취지를 이해했는지 내 기획서는 2020 김해시 도시재생 주민공모 사업에 선정됐고, 받은 예산으로 기획 내용을 실행해 볼 수 있는 기회을 잡았다. 그렇게 나는 프로젝트 팀원들과 함께 김해 원도심 일대를 누비벼 시민들의 코로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다.
<유퀴즈 With 김해> 우리 프로그램 이름이다. tvN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유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을 살짝 패러디했다. 사전 섭외 없이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시민들과 이야기 나누고 그 분들께 김해 역사 혹은 김해시 도시재생사업 관련 퀴즈를 내고 푸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장마가 오기 전인 6월 말에서 7월 초순까지 김해 원도심 일대에서 다양한 시민들을 만났다.
코로나19가 바꿔버린 우리네 일상
총 17팀, 29명의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 아빠 따라 공원에 놀러 나온 아이들에서부터 김해 핫플레이스 봉리단길에 놀러나온 10대들, 그리고 직장을 다니거나 상점을 운영하는 30대 청년들 그리고 70~80대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해는 외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이주민들이 아주 많이 거주하는 다문화 도시다. 다문화 도시답게 외국인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코로나19가 얼마나 우리 일상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지를 콘텐츠에 담아냈다.
▲ 유튜브 촬영현장 김해 봉리단길에서 10대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만난 시민들은 아이들과 함께 주말을 맞아 탁 트인 야외 공원인 수릉원에 놀러 나온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었다. 이 부부는 평소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이나 가야테마파크 같은 문화시설을 자주 이용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기관들의 운영이 중단되면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줄 방법이 없어 난감해 했다.
원도심에서 김해의 대표 빵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임금님빵을 만들고 계시는 한 빵집 사장님은 반년이 넘도록 코로나19로 인해 타 지역에 살고 있는 자식들을 보지 못해 안타까워했으며, 수릉원 전망대에서 쉬고 계셨던 한 어르신은 코로나19로 인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셨다며 한숨을 쉬셨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머나먼 타국까지 온 이주민분들 역시, 김해에 소재한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경우도 많다고 했다.
네팔에서 온 '렉미'씨는 3개월 안에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시 네팔로 돌아가야 한다며 기계 가공 장비 운영 관련 일자리가 있으면 열심히 일할 수 있다며, 취직을 시켜 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콘텐츠 촬영을 하면서 만난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마스크 쓰는 게 너무 답답하고 불편하다고 했다. 그건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호흡을 하는 것이 더욱 더 힘들다고 했다.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소상공인 사장님은 카페에 오신 손님들에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해야 할지 커피를 마실 때 빼고는 마스크를 다시 써달라고 해야 할지 고민된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들까지도 지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인생의 노년기를 콜라텍 다니는 재미로 살고 계시는 어르신에게 코로나19는 놀이터를 빼앗아간 것이나 다름 없었다. 또,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고3 생활을 보내고 있는 10대들에게 코로나19는 입시 스트레스와 학교에서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 유튜브 촬영현장 유퀴즈Wirh김해의 MC 큰당신과 작은당신이 콘텐츠의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 코로나19라는 신종 전염병은 많은 불편과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시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러 다니던 우리도 더운 날씨에 마스크 한번 벗지 못했으며 가방에 손소독제를 챙겨 다니면서 수시로 소독을 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기에 시민 분들의 생생한 표정을 보며 소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콘텐츠가 완성됐다.
긴 인생에서 하나의 짧은 에피소드가 되길
영상을 편집하고 만드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다시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 추세에 접어든 지금, 그렇게라도 시민 분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었던 두 달 전의 일상이 그리웠다.
전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됐다. 그 덕에 이번 주말 예정되어 있었던 행사 프로그램도 무기한 잠정 연기를 해야 했다. 매달 유튜브 영상을 하나씩 만들어서 활동비 수익을 만들어 주던 대외활동들도 모두 중단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올해 초, 한해를 시작하고 거의 반년 동안을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백수처럼 보냈다. 평소 소소한 수익이 발생하는 활동들을 여러 개 하면서 밥 벌어 먹고 살던 나에게는 모든 것이 멈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 겨우 다시 조심스럽게 활동을 시작했는데 두 달 만에 다시 모든 것이 멈췄다.
갑갑하다. 대체 언제쯤 이 시간이 지날지, 내년 즈음에는 이 또한 긴 인생 중에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아, 좋은 점도 하나 있다. 지난해부터 너무 바빠서 엄두를 못내던 글쓰기 활동을 다시 시작할 여유가 생겼다. 기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