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 비염도 뚫고 들어오는 꼬순내
김해 봉황동에는 '봉리단길' 이라는 명칭의 길이 요즘 핫하다. 김해는 물론 창원이나 부산 등의 주변 도시에서도 젊은이들이 찾아온다. 오래된 건물들을 리모델링해서 작고 아기자기하게 개성 넘치는 가게들과 카페들이 많아서다. 소위말해 '인스타 감성' 넘치는 곳이다.
봉리단길은 원래 '장유가도'라는 이름의 길이었다. 옛날에는 김해 시내에서 장유로 가기 위한 길이었는데 지금은 그 길 일대가 이렇게 봉리단길로 변신했다. 봉리단길에는 새로 생긴 젊은 감성의 카페와 식당들이 많이 들어왔지만 아직도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점포들도 많이 있다.
봉리단길 입구를 지나는데 마스크를 뚫고도 코를 찌르는 고소한 냄새가 났다. 어딘가 싶어 냄새를 따라가보니 바로 한 참기름집이었다. 아직도 옛날 전통방식으로 기름을 짜는 참기름집. 나도 태어나서 이렇게 직접 기름짜는건 처음봤다. 정말 신기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사장님과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노두리 : 네. 수고하십니다. 저는 김해 사는 노두리입니다.
큰당신 : 어르신 저희가 지나가다 보니까 이 참기름 집이 상당히 오래된 것 같은데 여기서 얼마나 참기름 집을 운영하셨습니까?
노두리 : 한 35년?
큰당신 : 참기름 집을 어쩌다가 하시게 되셨어요?
노두리 : 아주 산골에 살았는데, 우리 큰 딸이 중학교가게 돼서, 거기서는 다닐 수가 없어. 김해여중인데, 그래서 애들 중학교에 보내려고 하니 놔둘 수가 없어서, 우리 애 고모가 이 기름집을 하셨거든요. '이걸 하면 애 공부시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애들 고모한테서 이걸 인수받아서 그리 하면서 애들 공부시키고 했죠.
큰당신 : 자녀분 학교다녀야 되니까 그것 때문에 김해 오신거네요? 그럼 김해 오시기 전에는 어디에 사셨어요?
노두리 : 상동 아십니까?
큰당신 : 밀양 위에 상동?
노두리 : 아니, 아니 골프장 있는 김해 상동. 아주 산골에 다대기 논, 그 농사짓고 어른 모시고 그리 살다가 어른 다 돌아가시고 큰 딸이 중학교 2학년 때 여기 나왔습니다.
작은당신 : 그게 35년 전이라는 말씀이시죠?
노두리 : 그 딸이 지금 나이가 50이예요.
큰당신 : 어쨌든 김해가 고향이시네요? 그 당시에도 상동이 김해였죠? 상동은 지금도 공단이 생겨있고...
노두리 : 그 때 우리가 살적에는 마을 버스도 안다니고 4km를 시장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애 업고, 그래 다녔는데 우리 나오고 나서는 개발이 돼서? 하루에 3~4번 마을 앞으로 셔틀 버스도 다니고 한답니다.
작은당신 : 35년이면 제가 만으로 35살 이거든요.
큰당신 : 그럼 딱 태어날 때네요.
노두리 : 막내가 6살에 나왔는데 걔 나이가 39이네요.
큰당신 : 저하고 동갑이네요. 제가 39이에요. 82년 개띠! 아~ 반갑네요. 결혼은 다 하셨고?
노두리 : 결혼해서 첫 아기 하나 낳았어요.
큰당신 : 김해에 계속 계십니까?
노두리 : 예, 여기 외동에 살아요.
큰당신 : 가까운데 계시니까 좋으시겠네요. 학교 보낸다고 오셔가지고 기름집을 인수받아서 하신지가 벌써 35년, 정말 대단하십니다. 한자리에서 계속 이렇게, 35년전부터 지금까지 해오셨는데 이 동네가 좀 마음에 드십니까? 어떠세요?
노두리 : 특히 마음에 든다는 것도 없고, 안드는 것도 없고, 살기 위해서 애들 공부시키기 위해서 마음에 안들어도 적응해야하고 어쩔 수 없는것 같아요.
큰당신 : 고향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잖아요? 고향에 계속 살고 싶으셨죠?
노두리 : 건강이 안좋아서 장사를 그만둬도 여기를 떠나지 않고 살죠.
큰당신 : 깨 볶는 것도 신기하고 기름 짜는 것도 신기하고, 옛날 방식 그대로 하고 계신거잖아요?
노두리 : 예. 지금은 이런데 없습니다. 요즘은 전부 자동 기계를 쓰죠.
큰당신 : 사람들이 저희처럼 신기해하죠? 옛날 방식을 안바꾸고 고수하고 계신 이유가 있을까요?
노두리 : 요즘 기계는 자동으로 나오는데 사람이 수월해요. 그런데 이렇게 볶아서 이 기계에 짜면 고소한 맛이 더 좋아요. 옛날 기계니까
큰당신 : 기름의 맛과 향이 더 좋네요?
노두리 : 다르다는 것을 느끼죠.
큰당신 : 지금 화면으로 보고 계신 분들은 못느끼겠지만, 저희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향이 아주 장난 아니거든요.
노두리 : 이 옛날 기계 잘 없거든요. 손님들이 여기서 산 기름이 고소하다 맛있다 하면서 찾아오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큰당신 : 지나가다가도 냄새 맡으면 기름 한병 사갈 것 같네요. 냄새가 지금 장난 아니네요.
작은당신 : 사장님 보면서 장인 느낌이 나는 것 같네요.
큰당신 : 장인 맞으시죠. 35년을 했는데
노두리 : 저기 한우물 가게, 저거 시청에서 촬영하러 왔었어요.
큰당신 : 이거는 한우물만 오래 동안 파신 분들 주는 명패네요?
노두리 : 기름이 맛있다고 촬영하고 가셨거든요. 5병 짜놓으라고 전화와서 짜놓으면 가져가기도 합니다.
큰당신 : 장인 맞습니다. 냄새만 맡아도, 지금 점심 다돼가잖아요. 이상하게 지금 비빔밥이 먹고 싶네요.
노두리 : 지금 주인양반 오셨네요. 치과갔다가 오는 길인데.
큰당신 : 안녕하십니까? 치과 다녀오시는구나? 지금 우리가 마스크를 쓰고 있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다들 난리잖아요?
노두리 : 큰일입니다. 우리 손녀는 남해에 있는 고등학교를 갔는데, 늘 못가고 있다가 6월 첫주에 기숙사 안에 들어가서 아예 교문 앞을 나오지를 못해요. 갇혀 있어요. 단체 생활 아침 몇시에 일어나서, 학교 안에 운동, 들어가면 꼼짝을 못해요. 우리 나이 든 사람은 그런대로 마스크 쓰고 조심하면 괜찮은데 어린 애들, 어르신들, 보건소 직원들, 정말 고생 많아요.
큰당신 : 여름인데 얼마나 더울까요? 그래도 코로나 누구나 다 조심해야 되지만 젊은 사람은 혹시나 걸려도 회복을 잘 하는데 어르신들한테는 조금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 특히 조심해야 됩니다. 개인 위생 철저히 하시고요.
노두리 : 건강이 안 좋으니 면역성이 약해져서 큰일이예요.
큰당신 : 일하시는 것도 힘드시겠지만 손님들 맞을 때 마스크 꼭 쓰시구요. 코로나 꼭 조심해서 가게 오래 오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신,구가 조회롭게 어울리는 곳. 이곳이 바로 김해 봉리단길이다. 이렇게 오랜시간 김해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재밌다. 이건 역사책이나 기록에서 찾을 수 없는 살아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지역에 대한 이야기라 아는 지명이 나오니까 더 재밌다.
상동은 아직도 김해에서는 '촌'이라 하루에 시내버스가 몇번 안다닌다. 그런데 참기름집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지금 엄청 발전한거라고 하신다. 이렇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기준이 다르다. 이게 세대차이인가? 하지만 요즘 '세대차이'라는 말은 자칫 '갈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슈들이 많다. 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세대가 다르면 배울점이 많다. 더불어 사는 세상. 우리동네라도 먼저 이렇게 더불어 사는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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