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계속 코를 박고 하루종일 맡고 싶은 참기름 냄새를 뒤로하고 봉리단길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날씨가 더워서 대부분의 가게들은 에어컨을 켜둔채 문을 닫고 있었다. 그리고 뜨거운 날씨라 길에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다. 그러다 문 열린 옷수선 가게를 발견했다.
더운데 왜 문이 열려 있는가 여쭈어봤더니 가게에 에어컨이 없다고 하신다. 더운 날씨에 낡은 선풍기 하나로 더위를 식히며 일하는 사장님 부부. 더운 일터지만 부부가 함께 웃으며 일하시는 모습이 행복해보였다. 연세가 많은 부부이지만 대화를 해보니 사장님은 아직도 '애' 같고 사모님은 철없는 애를 보살피는 '엄마' 같았다.
그 모습에 우리는 사장님을 '사장님'이라고 하고, 사모님을 '회장님'이라고 호칭했다. 그렇게 즐겁게 웃으며 옷수선집 사장님 부부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장님 : 저는 여기 산지가 좀 오래 됐고, 이름은 000(익명요청)입니다.
회장님 : 저는 000입니다.
큰당신 : 사장님?
회장님 : 사장이 아닙니다.
큰당신 : 회장님인가요? 그러면? (남편분) 사장님? (아내분) 회장님? 반갑습니다.
작은당신 : 높으신 분들을 뵙네요.
큰당신 :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 옷수선 집인데 세탁소는 아니고 수선만 하네요?
작은당신 : 이런 집은 예전 기억에 군대 있을 때 오바로크하던 집이 기억나요.
사장님 : 네. 저건 오바로크고.
큰당신 : 여기 입구 간판에 적힌 걸 봤어요. 오!바!로!크! 오바로크가 뭡니까?
사장님 : 주변에 매듭 풀리지 말라고, 일본에서 만들어진건데, 이름이..
작은당신 : 영어로 Overlock.
사장님 : 저기 영어가 아니고 일어입니다. 오바로끄
큰당신 : 그게 영어가 일본어로 바뀐 것이 오바로크 아닌가요?
사장님 : 아~ 노노노
작은당신 :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큰당신 : 사장님은 오시자마자 이랏샤이마세부터 시작해서 일어를 상당히 잘 하시던데..
사장님 : I don't know.
작은당신 : 일본에서 체류하셨다거나?
사장님 : 제가 월드 HAM을 하다보니까,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무전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 전 세계 각국입니다. 많죠?
큰당신 : 어떻게 HAM을 요즘 누구랑 대화 하시나요?
사장님 : 처음에 HAM을 하다보니까 전에 생활 일본어를 하다가, 가르치는 선생님되는 분이 건국대 교수님이 자원봉사로 내외동 복지관에 일어, 영어, 스포츠 댄스 모든 걸 가르칩니다. 그분이 HAM을 하다보니까 ‘박상! 해볼 생각없나?’ 이래서 일어와 HAM 시험을 치고 영어도 시험치고, 3번 떨어지고, 4번째에 붙어서 그때부터 했습니다. 제가 가방끈이 좀 짧아서 센세가 ‘박상! 공부하는게 어떻겠냐’ 하면서 지도받고, 전에 일본하고 많이 교신을 했어요, 유럽은 가끔 한번씩 하고, 그 다음 '독도는 우리꺼다' 그런 대화를 하다보니 멀어졌어요. 어제도 어쩌다 6시에 올라오더라구, 듣기는 들어요. 옛날에는 미국쪽으로 가끔씩 올라옵니다. 제일 많이 하던데가 미국과 일본이거든요. 가끔 오만 이런데서도 올라오고, 호주, 북미 쪽으로 많이 했는데, 요새는 뜸합니다. 코로나 이것 때문에요.
큰당신 : 이런 활동도 코로나 영향이 있나보네요?
사장님 : 전에 한일 교류 행사들이 많았는데, 작년 말부터 코로나가 퍼져서, 가끔 일본서 올라옵니다.
큰당신 : 우리 회장님은 사장님께서 HAM하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장님 : 별로 안좋아하지.
회장님 : 저는 취미가 없기 때문에 (사장님 취미에 대해) 별 간섭을 안해요.
작은당신 : 그냥 '하는구나' 하시는거네요?
큰당신 : 좋아하는 걸 하게 놔두시는 편이시고, 보통 남편들의 취미를 별로 안좋아하잖아요?
작은당신 : 그렇죠. 지금 뭐하는 짓인가싶기도 하고.
회장님 : 몇 년 했기 때문에 그냥 놨둬요.
큰당신 :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하고 뭐하는 짓이냐고 그럴수도 있거든요..
작은당신 : 이야기를 듣다보니 요즘 랜덤채팅이랑 비슷한 느낌이 나네요.
큰당신 : 그렇죠, 요즘 젊은 친구들은 스마트폰으로 모르는 외국인하고도 대화하곤 하거든요.
사장님 : 핸드폰 없을 때는 많이 했는데, 핸드폰 나오고부터 많이 줄어들었죠.
작은당신 : HAM이라고 하면 머리 속의 이미지가 무전기 기계로 들고 이렇게 하는 줄 알고 있는데.
사장님 : 저기 있어요. 여기도 마이크.
작은당신 : 요즘은 이런 디지털로 하나보네요.
사장님 : 축소시켜서 많이 하지요.
작은당신 : 영화 동감에 나오는 그런거 있잖아요.
정말 우리 사는 세상은 재밌는 세상이다. 이렇게 크지 않은 중소도시인 김해. 그것도 원도심이라는 작은 동네 안에서 돌아다니는데 참으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등학교 학창시절 클럽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처음 알게된 'HAM'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단 한번도 다시 들어본적 없던 그 단어를 여기서 이렇게 들을줄이야.
그리고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거나 자랑할 때 정말 행복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됐다. 오늘 HAM 설명할 때 사장님이 가장 행복해 보이셨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본편은 아래 동영상으로 시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