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만약을 논할지라도, 찬란하게 빛날 우리에게

Review No. 03 <만약에 우리>

by Kevin Lee

이번에 친구와 함께 보러 간 영화 <만약에 우리> 감상평으로 돌아오게 된 Kevin Lee입니다. 어.. 원래 저는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성향이 아닌데, 이번에는 몰입해서 굉장히 재밌게 보고 온 듯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만약에 우리>가 과연 볼만한 영화인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 아쉬운가? 좋다면 어떤 점이 좋았고 추천해드릴 분들은 누구일지, 한번 이 영화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1. 2020년, 미디어 격동의 시대의 현 번지수

Sik - K & Lil Moshpit의 앨범 "K-Flip"

이 앨범 아시는 분 계신가요? 네, 국내 힙합 앨범인 Sik-K와 Lil Moshpit의 K-Flip입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대대적인 샘플링 (기존의 곡의 음원을 일부 잘라내 새로 가공하는 행위)을 통하여 에픽 하이의 전설적인 노래 Love Love Love를 LOV3으로 재탄생시키고, 칵스의 the zeitgeist를 Public Enemy라는 곡으로 재탄생시켰죠. 그리고 이 노래들은 모두 빠른 템포와 강렬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 레이지라는 장르의 곡입니다. 현재 힙합에서 가장 유행하는 사운드이자 대중을 흥분시키는데 특화되어있는 곡이죠. EK의 새로운 앨범 "YAHO"에서의 사운드들은 모두 빠르고 강한 리듬, 자극적인 가사 모두 대중들을 흥분시키는, 즉 lit하기에 특화되어있는 곡들로 가득 차 있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자극은 산업적으로 좋지 못한 선택이고, 고자극만이 대중을 자극할 수 있고 짧고 강렬한 것들이 유행을 끌고있죠.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 릴스도 2021년에 출시되었던 만큼, 남녀노소 짧은 영상들과 고자극 영상에 절여진 지 5년이 지나간 상태입니다. 이제 느린 템포를 가진 영화는 제가 저번에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논평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저물어가는 석양이죠.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중반부와 후반부는 2025년 최고의 스릴러로 랭킹되어도 될 만큼 촘촘하고 흥미진진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막는 건 2시간 40분의 긴 러닝타임이죠. <어쩔수가없다>? 전 2025년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막는 느린 템포와 다소 예술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연출은 관객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히 자극적이지 못했죠. 그리고 2025년 극장에서 가장 큰 히트를 쳤던 작품들은 대부분 <아바타: 불과 재>나 <주토피아 2>,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혹은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을 뽑을 수 있겠죠.

EK의 앨범 "YAHO"

극장가도 이제는 강렬한 스펙타클과 신속한 전개로 무장한 영화들로 가득합니다. 이건 극장가의 문제도, 관객들의 문제도 아니죠. 그저 트렌드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너무나 신속한 전개를 원하는건 사실이고, 책보다는 영상을, 되도록이면 긴 영상보다는 짧은 영상을, 서사의 감동보다는 보편적 감동을 찾는 극대화된 효율의 도파민만을 찾는 시대에 사는 건 사실이죠. 그리고, 이번에 제가 본 영화 <만약에 우리>는 굉장히 진득합니다. 또한 굉장히 섬세합니다. 확실히 요즘 트렌드에는 반하는 영화가 맞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영화,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또한 만족스러웠고요. 그럼 서론은 이만 하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2. 박스오피스 1위의 저력, <만약에 우리>가 가지는 의미와 희망


우선 김도영 감독님께 축하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바타: 불과 재>가 가진 스펙타클을 한국의 정석적인 멜로 영화가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보여준 흥행 실적은 아직도 영화관에 특별한 스펙타클이 없어도 관객들이 모여든다는 것을 증명해냈고, 제가 항상 강조해왔던 좋은 영화가 극장에 관객을 끌어모은다는 것을 보여준 예시일 것 같습니다. 우선 영화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정석적인 멜로영화의 형식을 따라갔고, 저는 오히려 한국판 <라라랜드>를 본 듯한 느낌이었어요. 솔직히 이번에 괜찮은 영화가 등장하여 조금의 보정이 들어간 것 같기야 한데..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았습니다. 현재가 흑백으로 표현된 것도, 과거에 개발하고 싶었던 은호의 게임 "파인딩 제인"의 복선을 그렇게 회수한 것도 은근히 마음에 들었고요.

오히려 이 영화가 훨씬 가족들과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공감을 못하면 보기 힘든 영화지만, 추석 특선이란 이름을 달고 나오는 한국의 양산형 코미디 영화보다 훨씬 낫고, 어쩌면 전 세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청춘의 연애 경험을 가진 30대, 혹은 40대 분들께서 회상하며 보시기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영화는 태국에서 태풍 캐슬린이 상륙하며 전 연인 사이었던 연착된 비행기로 은호와 정원이 어쩔 수 없이 같은 호텔방에 묵게 되면서 그들의 연애에 대해서 회상하는 게 가장 주된 내용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현재와 과거를 계속해서 교차로 보여주며 그들의 찬란했던 과거와 대비시키며 보여줍니다.


3. 사랑은 비를 타고


이 영화에서 태풍은 중요한 메타포로 등장합니다. 폭풍우를 동반하는 태풍은, 한 번 지나가고 나면 큰 여파를 남기는 여름이란 계절의 처음이나 막바지에 생기는 재해죠. 저희 인생도 그렇다고 영화는 은유하는 듯 했습니다.

누구나 이십 대라는 변화의 시기를 맞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법적으로는 성인이 되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느낌을 받는 진정한 인생의 초입이죠. 그리고 저희는 이십 대라는 여름에서 누군가는 태풍을 겪게 됩니다. 잠시 쓸고 지나가는 태풍은 뜨거웠던 여름을 잠시 식혀주지만 그만큼 큰 여파를 남기죠.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해줍니다. 태풍처럼 이십 대의 뜨거움을 잠시 식혀주는 사랑 속에서 폭풍우는 어쩔 수 없이 동반되는 것이죠. 소나기와는 다릅니다. 더욱 강력하고, 그렇기에 여파가 더욱 크게 남죠. 그리고 은호와 정원은 그 격동의 이십 대를 함께 보냈습니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웠지만서도 서로는 서로를 버팀목으로 나아갔죠. 태풍이 끝났을 때, 그들은 방황하며 서로를 잔해들 속에서 놓쳐버립니다.


4. 가난한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이기도 한 故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의 일부 구절을 발췌했습니다. 잠깐 사회 속으로 들어가보자면, 한국의 환율은 점점 오르는 상황입니다. 경기는 침체되었고, 코로나 이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죠. 이러한 사회에서 청년들은 힘들게 발버둥쳐 왔습니다. 물론 가난하건 부유하건, 빈부를 불문하고 코로나는 저희에게 큰 상처를 남겼죠.

혹자는 이 영화가 판타지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청년들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어쩌면 IMF의 여파로 모두가 힘들었던 그 시기에 청년이었던 사람들에게도 따스한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영화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가 과거를 다뤘다고 말씀하셔도 저는 의견을 바꾸지 않을 듯 합니다. 항상 가난은 누구에게나 냉혹했고, 열심히 살아온 정원에게도, 그리고 은호에게도 조금의 햇살도 허락하지 않았죠. 가난은 가끔 사람을 옥죄어옵니다. 그리고 그 옥죔은 힘 없는 청춘에게 방황을 초래했죠.


5. 아쉬웠던 점은 없나요?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굉장히 주관적입니다. 또한 스포일러도 포함되니 불편하시면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제 생각을 읽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한번 쯤 읽으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수도.. ?)


네.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사실 촬영이 아쉬웠던 점이 좀 많았습니다. 물론 제가 촬영 구도에 전문가도 아니고, 한낱 중학생이지만 최대한 찾아본 결과 이 영화가 가장 많이 썼다고 생각되는 구도는 오프 액시스 샷 (Off - axis shot, Off - Axis three quarter shot)이라고 부르는 구도입니다.

출처: steven brook - HOW TO SHOOT OFF-AXIS ARCHITECTURAL PHOTOGRAPHS, youtube.

사실 한국 상업영화에는 많이 등장하여 정다운 구도지만, 사실 영화들이 이 구도를 너무 많이 남용하면서 이제는 보기 흔한 구도가 되었죠. 사실 이 구도의 장점은 굉장히 뚜렷합니다. 입체감과 풍경, 그리고 배우를 한 컷에 담는 데 굉장히 효과적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구교환, 문가영 배우의 얼굴이 잘 보여야하고 특히 시골의 풍경과 환경의 입체감을 담으려고 시도한다면 이 구도가 가장 좋을 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구도를 나무라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조금 많이 아쉬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숏은 2개 정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만 뽑아서 말씀드리자면..

출처: 쇼박스 유튜브


이 영화의 결말부입니다. 한때 연인이었던 자들이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르며 타국에서 안녕을 나누는 장면이죠. 그렇지만 이 장면에서 너무나 아쉬웠던 건 스크린에 중심부에 시각 정보가 몰빵된 느낌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층 건물들과 흑백으로 인해 색감도 완전하지 않은데, 아무래도 시각 정보가 너무나 많다 보니 관객의 시선은 어디 하나 집중할 곳을 찾지 못하거든요. 그렇기에 이 숏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물론 감독님의 의도는 보였어요.

어메이징-스파이더맨 2 (2014)

이런 장면을 연출하시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도시의 전경도 보이지만, 함께 호수도 보이고.. 그렇지만 이 영화와 <어메이징-스파이더맨 2>에서 나온 장면의 다른 점은, <어메이징-스파이더맨 2>는 확실하게 시선 분배를 시켜놓은 반면, <만약에 우리>는 시각 정보를 분배해놓았다기보단 한 곳에 몰아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렇지만 김도영 감독께서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으셨다는 욕심이 투영된 듯하여 감독님의 신작들도 전체적으로 기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셨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6. 총평


<만약에 우리>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입니다. 인생이란 굴곡진 곡선 속에서 길 잃은 청춘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이죠. 이 영화는 그 어떠한 "치트"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죽었던 첫사랑이 환생했다는 생각으로 제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선생도 없고, 시한부를 선고받은 말기암 환자도 없습니다.

이 영화는 카메라를 든 채 가난했지만 행복할 수 있었던 두 청춘의 족적을 따라나섭니다. 그리고 관객은 그들의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그들의 상황에 자신의 경험을 대입합니다. 그것이 아무리 파편이 된 단편적인 기억이라도, 상황 하나에 공감하기 시작하면 이 영화는 그 사소한 공감만으로도 이야기에 이끌려나가게 만듭니다. 당신이 공감을 한 순간, 당신은 이 영화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니까요. 26년에 처음으로 봤던 극장 영화였습니다. 굳이 애인이 아니라 (물론 없습니다. 하..) 친한 친구와 봤는데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은 영화이고, 감독의 전작인 <82년생 김지영>보다 훨씬 좋은 수작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소 은호만이 잘못하고 정원이 그것을 해결하는, 여성형 서사의 느낌은 있지만서도 그것 또한 과하지 않았고 딱 공감될 정도로만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서사적으로 <라라랜드>와 상당히 유사한데, 저는 당연히 <라라랜드>를 더욱 좋아하고 개인적으로 아끼지만..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점과 극장에 사람을 몰리게 하고, 다시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영화가 나왔다는 점이 너무나 벅차고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또 한번 정말 수고하셨다는 말씀 올리며 이번 리뷰도 마치겠습니다. 다음은 다소 늦은 <어쩔수가없다>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만약에 우리 (7/10)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만약에 기대어 이야기한 과거는 그토록 찬란하구나.


Fasten your seatbelts. It's going to be a bumpy night.


감사합니다, Kevin Lee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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