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절이 미치도록 싫다.

by 하루


명절 싫은데 꼭 가야해?



나는 항상 어렸을 때부터 명절이 너무 싫었었다. 먼 시골에 있는 할머니댁에 가야 했으며 꼭 하룻밤 자고 와야 했고, 사촌들과의 어색한 공기 그리고 인터넷도 안되고 컴퓨터도 없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서 한 번은 아빠한테 명절 때 그냥 집에 있겠다고 했다가 핸드폰을 압수당한 적도 있었다. 도대체 왜? 나는 그냥 가기 싫었을 뿐인데..


가서 좋은 말을 듣는 것도 아니었다. 학생 때는 인생조언이랍시고 성적, 대학교에 관한 질문들과 장녀인너가 잘해야 한다는 말만 들었으며 20살 되어서는 결혼은? 취업은? 아직 어린 나는 받아들이기 힘든 질문들만 받았었다.


게다가 우리 엄마를 봐, 하루 종일 주방에 가서 일만 하고 있고 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구박했다. 아빠? 큰아빠 작은 아빠와 함께 놀러 나가거나, 자거나, 티비보기만 했지 도와주진 않았다.


내가 우리 엄마 욕먹는 모습을 보고 어린 나이에도 얼마나 신경 쓰였는지.., 우리도 다른 집들처럼 그냥 모여서 밥이나 먹고, 덕담 나누고, 웃기만 하다가 집에 갔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꼭 부모님 세대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하더라,


그래서 나는 아예 안 가기 위해 무작정 타 지역으로 자취를 하기 시작했다. 취업을 핑계 삼아서, 지금 명절이든 연휴든 바빠서 못 간다고 하고 집에서 쉬고만 있는데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내 주변 지인들 몇몇도 나랑 똑같이 본가에 안 가고 여행 가거나, 집콕한다더라


한 번쯤은 용기 내서 명절에 못 간다고 말해보자..

설령 혼날지라도 내가 안 힘든 게 우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