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까지 어린이집을 보내고 갑자기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방황하다 찾은 동네헬스장.용감하게 1년 회원권을 끊고날마다 스피닝, 필라테스, 줌바댄스. 요가 등을 연마하며 열심히 땀 흘리던30대가 떠오른다.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열혈 운동인으로 살던 어느 날,함께 살던 시어머니의 암투병으로 내 운동도 멈췄다.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와 그간의 맘고생이 무너져 우울증도 찾아오니,운동할 기운은커녕 어떤 의욕조차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음은 깊은 우울에 침잠했지만 감사하게도 몸은 늘 건강했다. 건강한 체질에 2년 넘게 규칙적인 운동을 해왔기 했기 때문인 걸까. 그때 만든 근육으로 아직까지 잘 살고 있다는 말로 몇 년을 버텨 왔다.
숨쉬기 운동만 하며 살다가 문득 최근,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차고 어디 걷다 보면 앉을 때부터 찾는 나를 발견했다. 동시에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체중계 숫자도 마주했다. 동네 걷기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던 차, 마침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의 줌바댄스 강좌가 있길래 호기롭게 월수금, 화목 두 강좌를 신청했다. 어느 수업이 맞을지 모르니 일단 둘 다 신청해 보고괜찮은 요일로 정착하리라. 피케팅 모드로날쌔게 등록하고 다자녀 혜택으로 결제하니 총 5만 원. 얼마나 착하고 좋은 금액인지, 주 2회만 나가도 좋다는 마음으로 부담 없이 시작했다.
첫날 쭈뼛쭈뼛 들어선 강의실. zumba 레터링이 새겨진 화려한 형광의 의상들, 골반을 돋보이게 하는 랩스커트, 허리춤에 달린 살랑살랑 스카프, 스타일리시한 티셔츠와 와이드 카고 팬츠, 저마다 멋스러운 의상을 입고 몸을 푸는 아줌마들 뒤로 검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나는 소심하게 자리를 잡았다. 어쩌다 아이 친구 엄마를 만나 수줍게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면서 가까스로 어색함을 면했다. 그렇게 시작한 지 어느덧 3달 차가 되어간다.
사진_ www.zumba.com
나는 왜 줌바를 좋아할까
줌바댄스의 음악은 국경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매혹적이며끈적끈적한 살사부터 경쾌하고 발랄한 삼바와 레게는 기본, 유행하는 팝까지 다양하다. 솔리드의 천생연분, 코요테의 실연, 소찬휘의 티어스까지 비트만으로 심장이 뛰는 그 옛날의 음악들도 종종 등장한다. 마지막 스트레칭에는 잔잔한 발라드로 마무리.
머리로 배운 건 잊어도 몸으로 배운 것은 기억한다 했던가. 간단한 스트레칭 후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니 예전에 배운 스텝을 몸이 기억하곤 자연스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손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자극하는 완벽한 운동이 있을까.유산소와 부위별 근력운동, 초보강도부터 고강도의다양한 안무, 스쿼트와 런지가 결합한 강력한 근력강화 댄스까지 뭐 하나 부족함이 없다. 중간중간 화려한 춤사위는 필수. 지루함 따위 느낄 새 없이 흥이 차오르면서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터뜨리는 강렬한 도파민까지 선사한다.
다양한 아줌마들이 사랑하는 줌바
어느 정도 분위기를 익히니 다른 회원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이는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고 따라 하는 모습도 제각각이지만 표정은 어쩜 하나같이 즐겁다.
맨 앞줄에 자리 잡아 세상수줍게 인사하는 회원 한분은 수업만 시작하면 제2의 자아로 돌변한다. 보조강사 포스를 풍기며. 뜨거운구령과 추임새로 흥을 돋우는데 그 자신감과 열정에 반해버렸다. 60대 회원 분은 뒤에서 엇박자로 천천히따라 하느라 몸 따로 음악 따로지만 표정만큼은 프로급. 운동자체를 즐기는 그 모습에 전면 거울너머로 보는나도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맨뒷줄에서 시작한 나는 이제 겨우 한 줄 앞당겨왔지만마음만큼은 첫 줄 모범생처럼 개근하며주 5일운동의 시간들을 채우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신나는 줌바댄스가 맞나 보다.귀찮아서 나가기 싫은 마음이 아직까지 없는 걸 보면.
사진_ www.zumba.com
처음 보는사람과도 엉덩이를 흔들며 손바닥을 마주 보고 돌릴 수 있는 용기가 저절로 생기는 이곳.동작이 요란해서 부끄럽다고 수줍게생각하지 말아 주길.소심한 내향인도 마음껏 소리 지르고 골반을 돌릴 수 있는 열정의 나라이다.
아줌마는 싫지만
줌바는 즐거운 나.
당분간은 즐겁게 운동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체중계 숫자는 좀처럼 변화가 없지만, 기분 좋은 근육통과 건강해지는 느낌이 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