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을 기억하는 예배

하나님나라는 어떤 곳인가

by 다독임

대형교회 30년 차 교인으로 살아왔다.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는 성실한 사람이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기독교인이다"라고 말하는 게 좀 부끄럽고 머쓱해지기 시작했다. 하나님을 믿고 교회를 다니지만, 한국의 대형 교회가 처한 위기에서는 어떻게든 벗어나고픈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교회 다니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웠지만, 언젠가부터 교회 다닌다고 하는 사람을 보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이러니하게 온 가족 모두 주일 아침마다 몸은 교회를 향했지만, 마음은 늘 이리저리 부유했다. 한국 교회가 맞닥뜨린 여러 문제 안에서 답을 찾지 못해 방황한 지도 사실 꽤 되었다.


올해부터 남편과 새로운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체계적이고 안락한 큰 교회가 아닌, 대학가 골목의 한 상가 건물 지하에 위치한 작고 작은 교회. 출석 교인 50명 남짓 되는 이곳은 아직 낯설고 어색하지만, 뿌연 안갯속 같던 신앙생활에서 희미한 밝은 빛을 향해 발을 딛는 기분이다.


오늘은 한 청년을 기억하는 예배를 드렸다. 설교 제목은 <우리의 증인 J>. 작년 오늘, 하늘나라로 떠난 20대 청년 J를 기억하는 예배였다.


J는 2023년 1월, "밥은 먹고 다니냐"는 기이한 내용의 배너에 이끌리어 이 교회를 찾았다고 한다. 목사님은 당시 교회가 너무 어려워 절박한 심정으로 그런 배너를 걸었다고 했는데, 그 엉뚱한 문구가 J의 마음에 강하게 와닿았던 걸까. 인근 고시원에 살던 그는 삶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 힘겹게 교회를 찾았다. 번듯한 간판도 없어 눈에도 잘 띄지 않는 지하의 작은 교회를. 약물 중독으로 온몸이 만신창이였던 J는 한눈에 봐도 얼굴에 십여 개의 피어싱을 하고 머리를 탈색한, 여러 날 씻지 못해 심한 냄새가 나는 모습이라 했다. 세상의 기준으로 누구나 꺼려하고 피했을, 힐끔거리고 손가락질했을 J를 향해 교인들은 편견 없이 그를 맞이했고 품었다. 한주, 한 달... 그렇게 또래의 청년들도 한 마음으로 J를 챙기고 돌보며, 그가 약물에서 벗어나고 예수님을 영접할 수 있도록 온 마음과 힘을 다했다고 한다.


약물을 조절하기 위해 매일 교회에 출근하다시피 하며 재활에 힘쓴 J는 교회 곳곳을 페인트칠하며 손보고, 음악 전공이라는 달란트로 직접 찬양까지 작사작곡을 했다고 들었다. 그를 기억하는 과거의 영상을 보면 그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인데, 또래들과 장난치고 웃고 떠드는 순진한 아이 같은 모습이다. 그는 그렇게 하나님을 만나 치유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간 지 2년 조금 지나, 감기가 악화되어 패혈증으로 급작스럽게 작년 오늘,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 청년의 소원은 목사님의 형편이 나아지고 우리 교회가 핫플이 되는 것이라 했다. 생전에 그 모습은 보진 못했지만,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기쁘게 보고 있겠지. 지금도 우리 교회는 지하에 있지만, 많은 교인들이 바른 신앙생활을 위해 찾아왔고, 그때보다는 형편이 나아진 교회가 되었다. 이 교회를 다녀간 J의 행적을 통해 나는 예수님을 믿는 삶이란, 하나님나라를 꿈꾸는 삶이란 무엇인가 새로이 정의하게 됐다. 세상에서 잘되고 성공하는 것이 아닌, 가난하고 병든 자를 도우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


지금의 교회는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번듯한 삶을 살아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마치 그것이 하나님이 축복하는 삶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예수님은 가난하고 병든 자, 약한 자 곁에 서라 하셨으니, 나 또한 세상의 성공과 만족만을 쫓을 것이 아니었다.

부자가 되고 싶고, 화려한 삶을 살며 인정 받고 싶고,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끝도 없이 자꾸만 높아지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그저 내 삶에 충실하되 그 방향만은 달리해야 할 것이다. 세상의 높은 곳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원하시는 낮고 낮은 곳으로.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
고린도전서 1:2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