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빠’라는 이름이 허락한 행복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나는 하루를 곱씹어도 거기에 굳이 행복도 슬픔도 붙이지 않는 사람이다.
오늘 내 마음이 맑았는지 흐렸는지보다 누군가의 부하‧남편‧상사로 충실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은 사막처럼 말라가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아내의 잔소리 속에서 나는 점점 역할과 임무만 수행하는 로봇이 되어 갔다.
엔지니어로 살아온 직업병인지, 감정의 칼날에 수없이 베여 무뎌진 굳은살인지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은 생기를 잃은 석고상처럼 굳어 있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하나뿐인 딸에게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 그리고 좋은 아빠―그 모든 것이 되어 주고 싶었다.
아내는 마음에 비해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그 마음만큼은 진심이라고 차마 말해 두고 싶다.
딸이 그린 그림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그 순간 스스로의 굳은 표정을 자각했다.
문득 깨달았다.
사막 한가운데 우두커니 선 석고상으로는,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기계 같은 충실함으로는,
결코 좋은 아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얼마 전 영화 〈코코〉를 보며 눈물을 쏟았다.
‘아빠’로서 딸과의 그 애틋한 사랑에
눈물을 쏟을 법한 영화이지만,
내가 떠올린 이는 딸이 아니라 나의 ‘아빠’였다.
사랑을 전하지 못한 코코의 아빠처럼,
나의 아빠도, 그리고 나도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지닌 채 그렇게 서 있었다.
이제 나는 아빠의 눈으로, 나의 아빠를 바라본다.
말수가 적었던 그 사람의 침묵 속에서
나는 늦게 배운 사랑의 표현을 읽어낸다.
그가 남긴 침묵을,
나는 조금 다른 말로 이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