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없는 세상

동생

by 위로한줄

소리가 없이도,

우린 누구보다 잘 놀고,

누구보다 깊이 사랑했던 형제였다.


두 살 터울, 청각장애를 가진 내 동생과 나는

말이 아닌 마음으로 대화하곤 했었다.


야무졌던 동생과, 소심했던 나는

산도 들도 강도,

어린시절 추억의 곳곳을 함께 나누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치고 박고 싸우다가도

퉁퉁 부운 눈으로 서로 안고 잠들기도 하고,

함께 집 밖에 나서는 일이 생기면

꼭 손을 잡고 걸었다.


함께 걷고, 함께 울던 그 날들.

그렇게 단단하게 엮였던 우리.

그때, 나는 정말, 그를 사랑했다.


우리 형제 각자의 삶은 조금 일찍 분기되었다.


시골에서 멀리 떨어진 특수학교에 가야 했던 동생은

초등학교 무렵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됐다.


소리 없는 시간이 쌓이고,

나뉘어진 인생의 발자취가 길어질수록,

우리도 그렇게 점점 멀어져갔다.


취업을 하고 자취 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수원에서 학교에 다니던 동생을 초대한 날이었다.


부모님의 울타리를 벗어난 두 형제가,

먼 타지에서 서로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고, 즐거운 날이었다.


동생을 바래다주기 위해 들른 터미널에서,

선글라스에 지팡이를 더듬거리는 아저씨 한 분이 말을 건네셨다.

"어디까지 가세요?"

"제 동생이 수원까지 갑니다."

"저도 수원 가야 하는데.."


그는 시각 장애인이셨고,

그 자리에서 조심스레 도움을 구하셨다.

그리고 도착지에서도

동생에게 몇 가지 안내를 부탁하셨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눈, 그리고 귀가 되어

함께 길을 떠났다.


남겨진 정류장,

그 버스가 저멀리 사라질 때까지

한동안 먹먹한 가슴으로 서 있었다.


동생이 살아온 적막한 세상이 안쓰러워서,

또 살아갈 기울어진 세상이 야속해서,

동생을 향한 나의 마음은

언제나 약간은 눈물이었다.


그 자리에 홀로 서서

그가 헤쳐갈 길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때는 조금 안심했는지도 모르겠다.


단단해진 동생을,

나는,

그제서야 조용히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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