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그리고 하나

형제

by 위로한줄

누나 셋, 남동생 하나.

큰 아들.


아직까지는 아들이 중요하던 시절,

그래서 부모님은 다섯을 낳으셨다.


어른들 눈엔 귀한 아들이었을지 몰라도,

나는 아이들 사이에선

모난 구석이 많은 녀석이었다.


자주 삐지고, 까탈스럽고,

짜증이 많은 아이였다.


큰누나는 여섯 살에 이미 어른이었고,

둘째 누나는 똑부러진 모범생이라

늘 칭찬을 독차지했다.

셋째 누나는 새침하고 눈치가 빨라

‘여시 같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막내 동생은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사고를 치고, 혼나고, 또 웃었다.


밤이면 네다섯 명이 좁은 방에 모여

엉켜 잠을 잤고,

내 나쁜 잠버릇 덕분에 누나들이 잠을 설치곤 했다.


부모님은 늘 바쁘셨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부모였다.

미워하고, 또 싸우고,

부대끼며 자라났다.


각자의 색깔을 지닌 형제들은

넉넉지 못한 살림 속에서도

밀고 당기며,

나름대로 번듯하게 컸다.


지금은,

생일날에도 연락 한 번 주고받지 않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 시절의 우리는

서로에게 울타리였고,

그 풍경은

내 인생의 가장 따뜻한 배경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딸 하나를 키우고 있다.


그 아이는 외동이다.

형제가 없다.


아이도 그 사실을 슬퍼하진 않는다.

자기만의 세상이 더 좋다며,

독차지하는 사랑도 아직 부족하다며

당당히 말한다.


가끔 놀이터에서

내 시선이 다른 아이에게 머물기라도 하면

“아빠는 다른 애만 봐.”

새침하게 내뱉는 그 말이

질투조차 사랑스럽다.


하지만, 문득문득

마음이 서늘해질 때가 있다.

우리가 사라진 뒤,

그 아이가 홀로 맞이할 바람이

너무 차갑지는 않을까.


기댈 어깨 하나 없이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 하나 없이

혼자 지새울 밤이

너무 길지는 않을까.


그럴 때면,

나는 오늘의 나를 떠올린다.

울타리 없는 세상에 던져졌던 나.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의 울타리가 된 나를.


외로움은 언젠가 찾아온다.

그 밤을 견디는 힘은

그가 받아왔던

사랑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믿는다.


나는 다짐한다.

오늘, 이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자고.

형제가 줄 수 없을 그 몫까지 사랑하리라.


그 사랑이

언젠가 꺼지지 않을 심지가 되어,

혼자의 밤을

따뜻하게 밝혀주길.


내가 그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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