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담배를 태운 지 15년이 되었다.
군 제대 후, 굳은 머리로 맞이한 첫 중간고사.
함께 공부하던 친구는 군대에서 담배를 배워왔고,
나도 자연스레 그의 권유에 따라 불을 붙였다.
첫 연기는 숨이 턱 막히고,
머리는 어질어질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잿빛 담배와 함께
내 불안도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늘 불안했다.
사회라는 이름의 거대한 물살 앞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몰라 늘 떠밀리는 기분이었다.
군대라는 틀에 갇힌 시간은
오히려 나를 더 유약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처음 맞이한 대학 중간고사,
낯선 강의실, 어색한 캠퍼스,
그리고 불안정한 미래가 어깨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 불안을 지독한 연기로 달래던 그땐,
어쩐지 그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연기를 삼키며,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고 착각했다.
심지가 굳지 못했던 나는
그 이후 줄곧 담배를 피워왔다.
'참은' 적은 있어도,
'끊은' 적은 없었다.
이래저리 나쁜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 작은 불씨를 바라보는 몇 초간은
세상의 소음이 멈춘다.
취미도, 흥미도 하나둘 사라져가는 내 하루 속,
손끝에서 날아오르는 고요한 안도와 함께
사색에 잠기는 시간은
유일한 ‘쉼표’가 되었다.
삶으로 소진된 나를 느낄때,
타들어가는 불빛에
충전감을 느끼기도 한다.
미국의 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며
그 사이를 헤집는 연기를 쫓다,
문득 그 시절 아빠의 담배 연기가 떠오른다.
아빠도 담배를 꽤나 태우셨다.
일하시다가도, 쉬는 시간에도,
아빠의 손에는 항상 하얀 연초가 들려있었다.
나중에서야 알게된 것이지만
고된 땀을 흘리고 난 후에 태우는 담배는
정말 더욱이 끊기 힘든 종류의 마약이다.
그때, 아빠는
힘든 농사일의 피로를 연기에 태워보냈을까,
어깨를 짓누르는 가장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냈을까.
지독한 냄새를 풍겼던
그 시절 아빠의 그 연기가 그리운 건,
그보다 더 지독했던 삶의 숨구멍이어서일까.
술도 담배도 좋아하셨던 아빠.
세상의 파도를 요령없이
그저 맨몸으로 부딪히시던 아빠.
그리고 그를 빼닮은 나.
설명도, 정리도 필요 없는
무언의 동질감이 피어오른다.
한때, 조금은 원망스러웠던
아빠의 그 담배 연기를
이제는 온전히 이해한다.
담배 연기 속에서
그의 마음이 함께 와닿는다.
세상에 유달리 잘 흔들리지만,
나름의 책임감으로 버티는,
가장 닮은 두 남자가
그 연기 속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