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라는 악기가 주는 매력
오늘은 기타라는 악기의 독보적인 포지셔닝에 관련된 글을 쓰려합니다. 기타라는 악기는 아래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거의 유일한 악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휴대성 : 들고 다닐 수 있는가?, 여행이나 잦은 이동에 휴대하기가 용이한가?
반주 가능 : 노래를 부를 때 반주가 가능한가?
저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악기가 그렇게 없을까? 싶지만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불가능한 관악기는 모두 제외되고, 전통적인 반주 악기인 건반악기는 휴대성에서 제외됩니다.(멜로디언의 경우는 휴대는 가능하지만 입을 사용해야 하기에 마찬가지로 제외됩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밴드 음악에서 다른 악기와 함께 연주되는 베이스, 일렉기타 등을 제외하면 정말로 남는 악기는 기타, 우쿨렐레뿐입니다. (대중적이지 않은 악기를 굳이 포함시키자면 아코디언 정도를 추가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기타는 싱어송라이터가 여행 중 휴대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입니다. 게다가 밴드의 보컬들이 노래를 부르며 다루는 악기가 거의 대부분 기타인 경우를 보면 기타라는 악기는 싱어송라이터에게 가장 최적화된 악기가 아닐까요? 물론 피아노와 보컬을 겸하는 경우와, 드물지만 Police의 Sting, Esperanza Spalding, Fourplay의 Nathan East 등과 같이 베이스를 치며 연주를 하는 보컬도 존재하지만 역시 밴드의 프런트맨(Frontman)에게 어울리는 악기는 기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기타 예찬이 너무 길었네요.
아무튼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은 기타 연주가 어느 정도 손에 익었을 때 자연스럽게 함께 노래를 부를 여유가 생기고 이를 통해 연주와 함께 노래를 하는 행위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저도 그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처음 기타로 코드 반주를 연습하면서 노래 부르기를 시도해본 것은 당시 유일한 기타 교과서였던 CCM 찬양집 "찬X예수"에 있는 연주하기 쉬운 G키 노래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중간중간 멈칫멈칫하는 나의 기타 반주에 인내심을 가지고 노래를 불러줄 이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을 뿐이었습니다. 뭔가 스스로 만족할 만한 한 곡의 완주 & 완창은 아니었던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도시락을 싸들고 교보문고에 놀러 가 음악 코너에서 대중가요집과 수많은 악보들을 보다가 당시 즐겨 듣던 N.EX.T의 날아라 병아리라는 곡의 악보를 발견하게 됩니다. 뭔가 N.EX.T의 곡은 죄다 난해하고 혼자 연주하긴 어려운 곡들 뿐이라는 편견이 있었으나 악보를 보니 이 곡은 C key(다장조)로 된 주법도 코드도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은 물론 디지털카메라도 없었던 시절이었고 필기구를 가져가지도 못한 상황인지라 그 자리에서 날아라 병아리의 코드를 열심히 외웠습니다. 다행히 Verse가 알파벳 순으로 상향 진행되는 곡이라서 까먹지 않고 외워올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날아라 병아리의 Verse 코드 진행은 "C - Dm - Em - F - G"였습니다.
그렇게 외워온 기타 코드를 가지고 집에 오자마자 기본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곡을 연주했을 때 "오! 얼추 비슷하다!"며 감탄과 함께 희열을 느꼈던 순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