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벨리식 팀장 수업
처음 팀장을 달았을 때는 마냥 기쁘기만 했다. (이건 앞으로 닥칠 일들을 몰라서 해맑을 때의 이야기다) 왜 다들 '장'을 맡기 싫어하는지, 팀장이 되니 저절로 알게 되었다. 쉬는 시간마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상사욕을 하고 회사를 함께 껌처럼 씹던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나와 거리를 두고, 나는 쪼금 더 회사의 입장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얘들아 나도 너희와 같은 생각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속마음을 숨긴 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은 팀장이 될 수 있을까, 역시나 책에서 답을 찾았다. 리더십과 팀장에 대한 책은 내가 리더가 아니었기에 관심이 없어서 그동안 많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렇게 많은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그중에 가장 가볍게 접근한 것처럼 보이는 책을 집어 들었다. 그것이 바로 실리콘밸리식 팀장 수업인 <팀장의 탄생>이었다. 미국식이던 한국식이던 팀장의 역할이 그리 다르겠나? 일단 팀장의 정확한 역할이 무엇인지,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공부해야 했다. 뭐, 팀장업무가 특별한 게 있겠어? 하던 일에 보고를 더 하고, 아래위에 전달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책임져야 하는 일은 많은데,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은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에서는 일을 내리고 아래서는 불만을 올리고 그 가운데 내가 있는 것이다.
초보 팀장일 때는 나는 그동안 내가 겪었던 꼰대 같은 관리자는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팀원들에게 언제나 상냥하고, 예의 바르게 존대를 하며 지냈던 내가 존경했던 한 선배를 모티브로 나 또한 그렇게 하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아니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웃으며 돌려 말하는 것도, 이 친구와 일을 할 수 없음을 느끼면서도 소주 한 잔을 함께 하자며 권할 수 있는 그런 큰 그릇의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대단한 선배의 인내와 가면을 존경하며 나는 그와 다른 길을 택하기로 했다. 사적인 친분을 쌓지 않고, 일로만 대하겠다. 일만 잘하면 어떤 성격이든 상관없다. 차라리 그런 팀원을 택하겠다. 그러나 이 또한 잘못된 선택이었다. 회식도 줄이고, 팀원들과의 커피타임도 줄인 업무뿐인 관계는 내가 왜 이 조직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가, 대체 무엇을 위해?라는 원초적인 물음을 갖게 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사람 사이에 그런 의리도 없이 일하는 조직에서 한 순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두 번의 전혀 다른 캐릭터의 팀장을 연기하고는 나는 이제는 어떤 팀장이 돼야 하는지 너무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리더의 그릇이 되는지까지 돌아보게 했다. 답을 찾으면 찾을수록 자존감은 떨어져 갔다. 자존감이 바닥을 칠 무렵 이 책의 가장 앞에 있는 문구
'팀원들은 당신을 인정합니까?'
가 눈에 들어왔다. 스스로 팀원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이 책에서 내줄 정답이 너무나 궁금했다. 다행히도 이 책은 "탁월한 팀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라고 말한다 (휴-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나 또한 이 글의 지은이처럼 처음에는 관리자와 리더가 같은 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관리자는 누군가 그 자격을 부여할 수 있지만 리더의 자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 획득해야 한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그 사람을 따라야 한다. 그것이 바로 리더인 것이다.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확인하고 나니 더욱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과연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책에는 그 방법이 나와 있나? 리더가 되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일인가? 팀장부터 잘 해내고 그 후에 이야기하라고? 아무리 작은 조직의 팀장도, 리더인 것 아닌가. 책만 읽는다고 좋은 팀장이 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책도 읽어보지 않은 것보단 낫겠지. 정말 노력해서 올라간 팀장인데, 그다음부터는 생각지도 못한 더한 노력들이 필요하다니..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