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아파트

서울 동작구 사당 3동 영아아파트 5동 705호의 네 번째 이야기

by 기억 저장중

옛날 아파트의 좋은 점은 나무가 많다는 것이다. 나무가 많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풀도 많고, 그 안에 숨어 사는 동물들도 많다는 이야기. 그중에서도 우리 아파트 풀 숲에는 유난히 새끼 고양이가 많이 울고 있었다.


하루는 1동에 사는 형선이 언니네에 놀러 가는 길에 어디선가 야옹야옹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풀 숲 안에 엄마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숨겨 놓고 어디론가 가버린 것이다. 어린 마음에 엄마를 함께 기다려주면서 옆에 앉아도 있고, 같이 누워도 보고 했지만 끝끝내 어미는 오지 않았다. 어둑어둑 해가 저물던 때 결심했다. 집에 데려가서 키워야겠다고. 고양이는 전형적인 코리안캣으로 검정 하얀 줄무늬가 섞인 모습이었다.


어찌나 작고 가냘프던지 내가 이렇게 가면 누군가 이 아기를 공격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엄마가 뭐라고 할까.. 살짝 고민했지만 가슴에 품고 집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엄마는 외출 중이었고, 고양이는 무사히 집에 입성할 수 있었다. 케첩을 따르던 작은 그릇에 냉장고에서 얼른 우유를 담아 주었는데, 잠깐 몇 번 핥으며 관심을 갖더니 이내 잘 먹지 않았다. 뭘 줘야 먹으려나 고민하며 다시 냉장고를 뒤지고 있는데 엄마가 돌아오셨다.

'아니 이게 뭐야? 고양이? 어디서 났어~' 엄마는 엄마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찾고 있을 거라며 다시 얼른 있던 자리에 놓고 오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괜히 고양이를 키우기 싫어서 핑곗거리를 찾은 거라 생각해 고양이를 안고 내방으로 도망갔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졸지에 새끼를 잘 숨겨 놓은 엄마 고양이도, 엄마를 기다리고 있던 새끼 고양이도 나로 인해 이산가족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밤이 너무 늦어 다시 그곳에 가져다 놓으러 갈 수가 없었다.


한 밤 자고 일어나니 고양이는 이미 아빠가 놓아주신 뒤였다. 왜 말도 없이 놓아줬냐고 아빠에게 화를 내고는 침대에 앉아 씩씩거리며 눈물을 닦았다. 너무 속상하고, 혼자가 된 아기 고양이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나 때문에 엄마도 잃어버리고 가족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야 한다니... 어린 마음에 너무나 속상하고 미안한 이 기억은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생생하다. 고양이야 미안해. 엄마는 잘 만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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