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이후 대한민국 청년들은 합법적으로 조금 덜 열심히 살 수 있었다
'하마터면'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책의 제목의 시작이라니. 거기에 그 제목과 찰떡궁합으로 속세의 옷을 벗어버리고 팬티바람으로 사랑하는 고양이와 함께 바닥에 누워서 뒹굴거리는 남자의 일러스트까지. 에세이가 이렇게 재밌는 장르였던가? 소설보다 더 웃었던 득도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사실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해서 당시 주변에서 읽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다. 작은 글씨로 야매 득도 에세이라는 장르를 적어 놓은 것부터 편집자가 제대로 작정을 했구나, 당장이라도 이 책 안에 어떤 글들이 쓰여 있는지 읽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겉은 번지르르하고 속은 빈 강정 같은 책들도 많지만, 이 책은 달랐다. 유일하게 언제나 일만 하다 내 인생이 그냥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한 번씩 다시 펼쳐보곤 하는 책이니까. 아차, 나 하마터면 또 열심히 살 뻔했네?! 하면서 말이다.
첫 장부터 '노력'에 관한 작가의 생각이 이마를 탁 치게 만들었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열심히 안 했다고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우리가 믿었던 것과는 다르게 인생은 이처럼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지금 괴로운 이유는 우리의 믿음, 즉 노력이 우리를 자주 배신하기 때문이다. 왜 노력이 우리를 배신하는지, 그럼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도 나는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괴로움을 줄이는 법은 안다. 분하지만 '인정'해버리는 것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없을 수도, 노력한 것에 비해 큰 성과가 있을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괴로움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
열심히 살면 지는 거다
지는 게 싫어서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는 작가. 그의 득도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뭐, 조금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라며 케세라세라(Que sera Sera)를 외치는 그를 보니 마음이 좀 홀가분해지는 건 왜일까? 회사를 다니다 보면 종종 열정을 다해 일하라며, 독려를 받는다. 하지만 열정을 강요받는 느낌이 불편하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열정도 닳는다고. 함부로 쓰다 보면 정말 써야 할 때 쓰지 못하게 된다고. 언젠가는 열정을 쏟을 일이 찾아올 테고 그때를 위해서 열정을 아껴야 한다고. 나도 이제부턴 조금 열정을 아껴 써야겠다.
내 열정은 내가 알아서 하게 가만 놔뒀으면 좋겠다. 강요하지 말고,
뺏어가지 좀 마라. 좀!
일을 잠시 쉬고 있다. 한 2주쯤 되었을 때 드디어 집 밖에 나가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시원한 생맥주 한 모금을 막 넘기는 데 한 친구가 말한다. "야, 우리 나이에 지금 놀면 안 돼. 이직은 정말 더더 안된다. 빨리 일 구해" 나는 말했다. "야, 나 쉰 지 이제 2주밖에 안 됐어. 조금만 더 쉬면 안 될까?" 새벽 한 시까지 이어진 술자리, 그러나 내가 듣고 싶은 조언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찜찜하게 놀던 나에게 이 책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흘린다. 명분이 없어도 놀 수 있다고. 놀고 싶으면 그냥 놀아도 된다고!!!! 돈과 자유 중 자유를 선택한 프리랜서의 삶. 그래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어젠 시장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날 것의 에너지를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포털 사이트에 가게며 맛집까지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니, 날 것의 느낌 원했던 거 아니었니?
작가는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확실히 실패할 확률이 낮다. 뭐랄까, 중간 이상은 한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나에게 딱 맞는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검색을 한다.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다. 나에게 딱 맞는 것을 찾아 도전하고 위험을 무릅쓰기보단 실패하지 않을 검증된 '중간 이상'을 택한다. 그렇게 내 생각이나 감각은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리고 퇴화하여 어느새 나의 선택을 믿지 못하는 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고작 식당 하나, 영화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실패할까 봐 용기를 내지 못하는데, 인생은 오죽할까. 모두가 한쪽으로 우르르 몰려갈 때 용기 있게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의 인생을 살게 된다. 실패해도 좋다. 실패했을 땐 후회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남의 말만 듣고 우르르 몰려갔던 사람들 대부분도 후회하긴 마찬가지다. 안 그런가? 실패를 두려워 말자."
이 일러스트야 말로,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해 놓고 매일 열어봐야 할 이야기다. 지나간 2024년도 그렇고, 앞으로 펼쳐질 2025년도 그렇고, 큰 기대하지 말자. 다만 한 순간순간 즐겁게 보내도록 노오력 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