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퀸을 위한 대인관계 상담실
괜찮지 않았다. 대부분 나에게 괜찮냐고 물었을 때 말이다. 진실로 괜찮았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하이힐을 신고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철철 나면서도 괜찮냐고 물으면 벌떡 일어나 괜찮다고 웃어 보였고, 남자친구와 헤어져 눈을 뜨면 동시에 눈물이 나면서도 친구들에게는 쿨한 척 괜찮다고 말했다.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도, 회사에서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면서도 나는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나는 무릎이 졸라 아팠고(넘어진데 또 넘어졌다), 첫 실연의 아픔으로 마음이 저 지하 땅끝으로 떨어져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며, 상사의 괴롭힘과 일 폭탄에 며칠밤을 지세며 눈물을 닦았다.
지금 내 옆에 있는 그도 회사 일에 너무 힘겨워 보인다. 그렇지만 늘 괜찮냐 물어보면 괜찮다고 말한다. 사실 2주 동안 한 번도 웃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우리들은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이대로 괜찮습니다>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던 자칭 '네거티브 퀸' 만화가 텐텐씨가 대인관계치료를 하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 상담을 한 내용들을 만화 형식으로 읽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대인관계치료란 사람은 가까운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하여 대인관계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대인관계에서 얻는 에너지는 증폭시킴으로써 건강한 성장을 돕는 치료법이다.)
당신은 자신을 얼마나 인정하고 있습니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상담의 주인공이자 작가의 소개와 함께 시작한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늘어놓고 남들에게 밝고 긍정적 인척 보여주기식 자신의 이미지를 내적으로 혐오하는 작가는 이런 부정적 생각들이 사실을 어릴 때부터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든 '엄마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엄마를 원망하게 된다.
작가는 말한다. "이런 사례는 극단적 일지 모르나 실제로 많은 사람이 마치 너는 이렇고 이런 사람이니까라고 단정 짓는 듯한 분위기에 자랍니다. 개인적인 단정되어도 남과 비교를 당하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인생이란 이런 거야라는 식으로 가치관을 강요당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다양한 형태의 일을 겪으면서 나다운 사람으로서의 성장을 방해받아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다운 사람. 나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물음을 떠올릴 때면 코미디언 정형돈 님이 TV 프로그램에서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15세기 세종 때 불경을 번역해 놓은 <석보상절>에 아름답다는 문구가 나오는데, 그때 아름은 '나'를 뜻하는 말로 쓰여있다고. 그래서 아름답다는 나답다는 뜻이라고 말이다.
나도, 우리도 언젠가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이 책은 말한다.
어떤 사람이든 누구나 애쓰고 노력하고 있다고. 물론 전혀 노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과거의 충격적인 실패를 경험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나, 탈진 상태에 빠져있는 등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다시 말해, 아무 이유도 없이 태만하게 사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많은 고민에 짓눌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포함해 생각해 보면 모든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노력하고 있음을 깨달으면 그 모습 그대로 존중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설령 '조금 더 노력해 줬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이 들지라도, 그 사람에게는 지금의 상태가 한계일지 모르니까.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사람은 성장하는 존재다. 아무리 입으로 '난 이대로 괜찮아'라고 말해도 분명히 앞으로 나아간다. 반대로 '지금은 이대로 된 거야'라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임상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과연 현재의 자신도 긍정하지 못하면서 진정한 전진을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여전히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주눅이 들어도,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지금은 이게 최선이니까 이대로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연습 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라고 했던가. 이 책을 다시 펼쳐보았으니, 올해부터라도 나도 시작해 봐야지. 이대로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