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불을 찾아서

20260122(D+16)_베트남/나짱

by 박대희

호이안에서 무이네로 넘어오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슬리핑 버스는 슬리핑 기차에 비해 훨씬 더 열악한 환경을 보여줬다. 그래도 좌석이 3열로 배치된 버스보다는 2열로 배치된 버스가 낫다 하여 선택했는데 2열 버스를 타고나니 3열 버스는 도대체 어떻게 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내일 무이네로 넘어갈 때 타는 버스가 바로 3열 버스다.) 우선 청결은 접어두자. 베개와 모포는 분명 누가 썼던 것이 분명하다. 직감적으로 확신할 수 있다. 아들이 잤던 칸에서는 바퀴벌레 두어 마리까지 발견되었다고 하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다행히 그는 바퀴벌레를 압사시킨 자신의 용기를 무용담처럼 얘기하며 즐거워했다. 더 큰 문제는 다리를 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건 개인차가 있으므로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분명히 펼 수 없었다. 구부리고 옆으로 자려고 해도 안전벨트가 옴짝달싹 못하게 조여 온다. 과거에 스페인 정복자들이 남미의 원주민을 본국으로 이송할 때 모습이 이와 유사했을 듯하다. 새벽에 뒤척이다 깨어보니 나보다 더 거대했던 유럽의 젊은이는 복도에서 자고 있었다. 그뿐 아니다. 커브를 돌 때 앉아서 가는 버스는 원심력을 엉덩이와 허리로 받지만 이 버스는 온몸으로 받는 기분이다. 몇 번이나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9시간은 쉴 새 없이 흘렀고 날이 밝아졌을 즈음 우리는 냐짱에 도착해 있었다. 온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오늘은 또 오늘의 할 일이 있는 것이 여행자들의 숙명 아니겠는가. 몸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숙소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 체크인은 어려웠고 짐을 맡기고 나가려는데 비가 쏟아졌다. 어제 호이안 일본인 다리에서 경거망동을 했는지(일본인 다리 사당에는 날씨의 신을 모시고 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날씨가 오락가락했다. 떨어진 체력에 비까지 피해 다니느라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졌고 끝없이 오르는 습도는 땀이 되어 흘러내렸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롱선사다. 150여 개의 계단을 오르면 볼 수 있는 거대한 좌불상도 유명하지만 사실 이곳은 발바닥과 팔꿈치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와불로 잘 알려진 곳이다. 좌불상은 찾기 싫어도 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금방 보고 내려왔다. 문제는 와불상이었는데 롱선사를 몇 바퀴 돌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어디 있는지까지는 밝혀냈지만 입구를 찾느라 또 한참을 헤맸고 입구를 찾았을 때는 목욕 중이신 와불을 쇠창살 너머로 보는데 그쳐야 했다. 결국 우리는 와불의 발바닥과 팔꿈치는커녕 눈 한번 맞춰보지 못하고 롱선사를 떠나야 했다.


안 그래도 힘든 몸으로 작지 않은 절을 이리 돌고 저리 돌고 했으니 아들이 지칠 만도 했다. 하지만 아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칭얼거림이나 하소연은 아니었다.


"오늘 같이 힘든데 와불상 찾으려고 이렇게 많이 걸었으니 발바닥 안 만졌어도 소원 들어주시겠지?"


아이들의 생각은 때때로 간명해서 좋다. 목표가 있으면 잡생각이 들어설 공간이 어른에 비해 훨씬 적은 듯하다. 롱선사를 뒤로 하는 길에 나는 여러 생각을 했다. 피곤한데 이럴 거면 들어가서 쉴 걸, 시원한 카페에서 망고주스나 마실 걸, 안내를 더 잘해놔야 하는 거 아니야 등등. 하지만 아들은 그 와중에도 소원을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불과 보름이 조금 지난 여행에서 소원 빌 곳은 수도 없이 많이 스쳐갔다. 그럼에도 또 소원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빌어야 할게 아직도 많은 모양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냐짱 성당이 있었다. 베트남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성당이라 해서 잠깐 들렀다 가자 했더니 아들이 쭈뼛거린다. 조금 전에 절에 가서 빌고 왔는데 이번에는 성당 가서 비는 건 좀 아니지 않으냐고. 심지어 롱선사에 앞서 찾아간 곳은 시바신의 아내 포나가르 여신을 모신 곳이었다. 하루에 이렇게 여러 신을 찾아다녔으니 아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겸연쩍었나 보다. 하지만 난 세상 모든 신이 관대하다 믿는다. 나처럼 떼가 많이 탄 아저씨는 모르겠지만 이제 갓 10대에 접어든 순수한 소년의 소원은 잘 들어주실 게다. 무엇을 빌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소원이 나와 같았다면 아마도 우리 여행은 아름답게 끝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