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5(D+19)_베트남/쩌우독
벌써 10년 가까이 지난 일로 기억한다. 나는 리조트 회사에서 근무했고 리조트에 고객들이 많이 오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주 임무였다. 그중 하나로 대형 페스티벌 기획이 미션으로 떨어졌었는데 나처럼 시끄러운 곳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극도로 어울리지 않는 업무였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미친 듯이 좋아하지만 야구장 가는 것을 미친 듯이 싫어한다고 하면 대충 이해가 되지 않는가. 당시 나는 일을 함께 하던 선배와 유명한 페스티벌에 벤치마킹을 갔었다. 선배는 공연 기획 전문가였고 나에게 공연의 참맛을 보여 주고 싶었는지 무대 앞쪽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에 가서 서보라 했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들썩들썩하게 될 거라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까지는 정확히 들어맞았지만 나는 들썩거리기 전에 도망가기 바빴던 것 같다.
호찌민 여행자 거리의 지척에 위치한 우리 숙소는 어젯밤 새벽 서너 시까지 쿵쾅거렸다. 처음에 숙소에 들어섰을 때, 익숙한 주황색 귀마개가 있길래 도대체 이게 숙소에 왜 있나 싶었는데 모든 불을 끄고 침대에 눕자마자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소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진동, 쿵쾅거리는 진동이 나를 잠 못 들게 했다. 다음 날 새벽부터 움직여야 했기에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는데 애써 눈을 감고 버텨봤지만 끝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 시가 다 되어 선잠을 조금 자고 일어난 것 같다.
나에게 잠은 그리 어려운 과제는 아니었다. 잠잘 시간이 부족하면 부족했지 주어진 시간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굳이 잠 못 이룬 밤을 꼽으라면 재수 시절 수능 보기 전 날과 퇴사부터 이 여행을 준비하던 시기의 며칠 정도랄까. 그만큼 자신 있는 종목이었건만 그놈의 여행자 거리에 무릎을 꿇게 될 줄이야. 그래도 다행히 늦잠을 자지는 않았다. 계획한 시간에 맞춰 버스에 올랐고 6시간을 달려 베트남 버스 여행의 종지부를 찧을 쩌우독에 도착했다.
쩌우독은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불과 하룻사이에 내가 처한 상황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요했다. 베트남을 훑어 내려오는 내내 어렵지 않게 보이던 외국인들이 싹 사라지니 괜한 두려움 같은 것도 몰려왔다. 완전히 이방인이 되어버린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맞으려나. 이 섞이지 못한다는 기묘한 감정은 외국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우르르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서야 누그러졌다. 잘은 모르지만 그들도 내일 우리와 함께 캄보디아행 페리에 몸을 싣지 않을까. 쩌우독은 고령에 굳이 시간을 내어 둘러볼만한 곳으로 보이진 않으니 말이다.
오늘 밤은 시끄러워서 잠을 이루지 못할 일은 없을 듯하다. 다만 조금 전에 우리 방에서 엄청난 벌레떼가 발견되어 결국 방을 바꿨고 지금은 바뀐 방에서 이 글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되는데 시간이 걸린다. 오늘 잠자리에는 날벌레가 신경 쓰일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내일 드디어 넘어가게 되는 캄보디아 입국. 강을 거슬러 국경을 넘는 건 이 긴 여행에서도 유일하다. 무슨 문제야 있겠느냐만 항상 처음 하는 무언가는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내일 계획대로 프놈펜 숙소에 짐을 풀고 나서야 두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으려나. 이쯤 되면 잠에는 자신 있다던 나의 외침이 공허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