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EEPING TRAIN

20260115(D+9)_베트남/하노이

by 박대희

여행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쓰리라. 하지만 나와의 약속을 하면서도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어찌 모든 곳이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을 충족시키겠는가. 때로는 산속에 있을 테고, 때로는 사막에 있을 테니 노트북을 펼치거나 종이 위에 연필로 끄적이는 것이 마음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이 그 첫 번째 고비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오늘 하노이를 떠나 후에로 간다. 하노이로부터 700km 정도 떨어진 곳인데 이동 시간은 12시간이 조금 넘는다. 그리고 우리가 예약한 교통수단은 슬리핑 열차다.


예약부터 수월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많은 표가 남아 있으리라 생각한 게 실수였을까? 처음에는 아들과 나 모두 2층을 써야 한다고 했었다. 슬리핑 열차 한 칸에는 2층 침대 총 2개가 들어차 있는데 침대와 침대 사이의 폭은 성인 남성 한 명이 어깨를 펴고 바로 설 수 있는 정도다. 2층을 사용하는 사람이 화장실이라도 한 번 갈라 치면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자고 있는 침대를 지나가야 하건만 곤혹스러운 건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사다리도 없다는 것이다. 발 받침대 같은 것이 하나 접혀서 1층 벽에 붙어 있는데 그걸 펴고 소리 없이 1층 침대를 지나 객실칸 밖으로 나간다는 건 닌자 정도의 민첩성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매표원의 친절인지, 아니면 그저 천운인지 몰라도 아들과 나는 한 침대를 쓰게 됐다.


편안한 기차 여행을 위한 다음 단계는 좋은 룸메이트 배정. 누군들 편하겠냐만은 그래도 너무 안 맞는 사람은 아니길 바랐다. 우리 객실로 들어온 사람은 유럽인 부부 같았는데 무난한 성격으로 보였다. 그들이나 우리나 영어가 자유로워 보이지 않으니 피차 귀찮을 일도 없을 듯했다. 다만, 우리와 같은 칸을 쓰고 있는 그들이 우리와 같은 금액으로 이 기차를 이용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가 낑낑 거리며 그 많은 짐을 옮기고 자리를 잡을 때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들의 짐은 역무원이 객실까지 옮겨주었다. 심지어 열차가 출발하자 히노끼 족욕탕까지 등장했다. 그들의 족욕이 끝나기 전까지 나는 1층을 밟지 못한다.


이리저리 뒹굴면서 자는 아들을 1층에 배치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니 오만 걱정이 다 든다. 2층 침대가 무너질까 잠깐 걱정도 했지만 그 확률보다는 아이가 구르다 1층으로 떨어질 확률이 훨씬 높아 보였다. 결론적으로 지금 나는 2층에 있다. 양치는 포기했다. 설마 하루 저녁 이를 닦지 않는다고 어떻게 되지는 않을 게다. 화장실도 국가적 망신을 당하지 않을 수준이면 그냥 참아보려 한다. 오늘의 글쓰기를 마치는 대로 잠자리에 들 예정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는 쉬지 않고 잘 자신이 있다. 눈을 뜨면 베트남의 경주, 후에의 아침 햇살이 나를 반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