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20260116(D+10)_베트남/후에

by 박대희

슬리핑 기차의 경험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잠자리가 불편한 정도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수시로 불쑥불쑥 객실칸을 열어대는 승무원은 견디기 어려웠다. 게다가 자는 사람을 깨워 계속 티켓 확인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행동이 그러하니 유니폼 상의를 풀어헤친 모습이나 이죽 되는 표정도 꼴 보기가 싫었다. 새벽녘에 잠을 설치긴 했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크게 컨디션을 헤치지 않은 상태로 후에에 도착했다.


후에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견되는 곳이다. 개인적 의견은 관광지로서의 수준이 경주가 훨씬 높다고 판단되지만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닮은 점도 많이 있다. 하루 발품을 팔며 열심히 돌아본 바로는 조금 더 관광 인프라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언제 다시 방문할지 모를 곳이니 그런 고민은 베트남 정부에 맡기는 게 좋을 것이다.


여행을 시작한 이래로 택시를 이용한 적이 거의 없으나 이곳에서만큼은 택시 없이 다니기가 쉽지 않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찌는 듯한 더위도 한 몫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5km 내외는 대부분 걸었고 그 이상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발과 대중교통 모두가 막히니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후에에서의 하룻 동안 대여섯 번의 택시를 이용했는데 대부분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셨다. 하지만 사람이란 어쩔 수 없이 그렇지 않았던 한 명의 기억이 더 강하게 남기 마련이다.


후에는 크게 도시 중앙의 황성과 서남부의 왕릉 지구로 나뉜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숙소는 황성 근처에 잡게 되는데 약 10km 내외 떨어진 왕릉 지구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도 택시 호출 앱을 이용하여 한 대를 섭외했고 첫 번째 목적지까지 잘 도착했다. 비용을 지불하고 내리려 하는데 기사 아저씨가 오늘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하겠다 한다. 택시를 매번 호출하는 것도 번거로우니 얼마를 부르는지 들어보자 싶어 물었다. 그런데 호출 앱에서 책정되는 금액의 4배 가까이 부르는 것 아닌가. 급한 마음에 계산해 보지 않고 승낙했다면 밤잠을 이루지 못했으리라. 다행히 높은 가격에 대해 따져 묻자 먼저 부른 가격의 25%가 할인되었고 그 마저도 거부하고 내리자 쫓아오며 호출 앱 금액대로 하자고 했다. 나야 손해 볼 것 없으니 그럼 기다리고 계시라 했다. 당연히 기다리시는 비용에 대한 추가 금액은 계산해 드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관광지를 둘러보고 돌아왔더니 그는 온데간데없었다. 더 좋은 조건의 누군가와 합이 맞았을지 모르겠다.


앞서 이야기한 후에의 서남부 지역에는 문화유산 외에도 뚜이티엔이라는 폐장한 워터파크가 한 곳 있다. 그곳에는 거대한 용 조각상이 있는데 이곳이 '인증의 시대'와 맞물려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알고 보니 드라마 모범택시의 두 번째 시즌에 나쁜 놈들의 소굴로도 등장했던 곳이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기사님들이 드라마의 김도기 기사처럼 정의롭고 싸움까지 잘할 필요야 없겠지만 조금은 친절했으면 좋겠다. 아니, 친절하지는 않아도 좋으니 속이려 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낯선 여행길에서 나를 속이려 드는 누군가와 계속 눈치 싸움을 해야 하는 건 생각만 해도 지치는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