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20260307(D+60)_인도/바라나시

by 박대희

여행을 시작하기 전, '인도'하면 막연히 떠오르던 이미지는 늘 바라나시였다.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는 사람들, 강 변의 가트에서 펼쳐지는 결혼식과 장례식, 힌두교의 예배의식 푸자와 강에 떠내려 보내는 꽃등 디아까지. 모든 것이 내가 상상하는 인도와 부합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바라나시에 들어섰다. 네팔로 넘어가는 일정이 만만치 않아 바라나시에는 오늘 포함 이틀 밖에 머물지 못한다. 숙소에 짐을 푼 시간이 오후 5시가 다 되었으나 허비할 시간이 없어 바로 숙소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오늘은 바라나시의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바라나시는 진입부터 심상치 않았다. 보통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숙소 앞에 내려준다. 택시를 타는 이유는 버스나 지하철이 마땅치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숙소까지 옮기기 위함이 크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숙소 앞까지는 못 간다고 출발 전부터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이건 또 무슨 속셈인가 싶어 고민하던 중에 일단 가서 보면 안다고 하길래 차에 올랐다. 우리를 내려주려는 곳에서 차가 더 들어갈 수 있다면 끝까지 가달라고 요청할 셈이었다. 하지만 택시에서 내릴 때가 되자 비로소 나는 택시 기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보는 길은 분명 차가 다니라고 만들어진 길 같았지만 그곳에 차는 없었다. 대신 엄청난 인파가 줄을 지어 오가고 있었고 가끔 그 사이를 오토바이와 인력거가 힘겹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 길로 더 들어가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나와 아들은 어쩔 수 없이 커다란 짐을 지고 1km 정도를 걸어야 했다. 걷는 길도 수월치 않았다. 사람이 워낙 많아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을뿐더러 앞뒤로 치고 들어오는 오토바이와 인력거는 보행자의 안전 따위는 관심 없는 듯 보였다. 주 도로를 빠져나가면 좀 나을까 생각했지만 바라나시는 만만치 않았다. 행인들이 가득 들어찬 메인 도로에서 살짝 벗어나자 사람 한 명이 가까스로 통행할 수 있는 골목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은 양쪽으로 오갔고 오토바이까지 굳이 비집고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15분이면 충분했을 거리를 우리는 30분이 다 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메인 가트라 불리는 다사시와메드 가트로 향했다. 그래도 관광도시인지 길 양편으로 각종 상점들이 늘어서있었다. 우리는 누가 봐도 바라나시 거리에서 눈에 띄었고 많은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시작했다. 한국말로 수작을 걸어오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모두 대응할 수는 없었다. 상인은 오히려 낳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걸인들도 돈을 달라 팔을 잡아 끄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어려운 처지에 있던 사람들은 거리에 앉아 안쓰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기 바빴다. 사람뿐 아니었다. 거리 한 복판에 벌러덩 누워 자는 개나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소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원숭이들도 종종 보였다. 그야말로 대혼돈의 도시였다.


가까스로 도착한 다사시와메드 가트에는 마침 힌두교의 예배 의식 푸자가 열리고 있었다. 여행을 시작한 이래 한 자리에 모인 가장 많은 사람들을 본 것 같았다. 도로에서 가트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있었고 갠지스 강에는 가트 쪽을 바라보며 수많은 배가 사람들을 꽉꽉 싣고 정박해 있었다. 노래를 부르고 향과 불을 피우는 푸자보다 사람 구경이 더 인상적이었던 순간이었다. 푸자를 함께하던 사람들이 빠져나간 가트는 고요했다. 디아를 갠지스 강에 흘려보내는 것으로 마지막 일정을 정했다. 강가에 마침 한 소녀가 디아를 팔고 있길래 그녀가 말하는 가격에 두 개를 사서 강에 띄웠다. 하지만 바라나시는 소원을 빌고 있을 여유 따위는 주지 않았다. 잠시 후 우리에게 디아를 판 소녀가 달려오더니 판 가격의 5배를 부르며 자신이 가격을 잘 못 말했다고 차액을 내놓으라는 것 아닌가. 대꾸하고 싶지도 않아 디아가 어디로 가는지 보지도 않고 돌아 나왔다.


바라나시의 네 시간은 무언가 소화하기도 전에 새로운 자극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간이었다. 내일 아침은 갠지스 강의 일출을 보며 보트를 타기로 했다. 평온한 상태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어지럽던 오늘의 기억들도 조금 정리가 될지 모르겠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벵갈루루를 함께 비난하던 아들은 갑자기 돌변하여 그곳이 나았다고 궁시렁거렸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벵갈루루 보다는 바라나시가 좋다. 벵갈루루와 비슷한 곳은 세계 곳곳에 널렸을 것 같지만 바라나시 같은 곳은 찾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내일의 바라나시는 오늘의 바라나시보다 조금은 차분했으면 좋겠다. 내 눈과 귀로 들어오는 신선한 자극들을 곱게 정화하여 좋은 추억들로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