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

20260309(D+62)_인도/소나울리

by 박대희

시간을 돌려 다시 여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면 이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대학 시절을 포함하여 많은 곳을 다녔지만 이동만으로 이렇게 지치고 힘겨웠던 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인도의 바라나시부터 네팔의 포카라까지 거리로 해봐야 기껏 500km도 안 되는 이 길을 25시간 걸려 도착했다. 그 여파로 몸은 여기저기 쑤시고 감기 기운도 조금 도는 것 같다. 그럼 하루가 넘는 대장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인도에서 네팔을 육로로 넘기 위해서는 소나울리라는 국경도시까지 가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바라나시에서 소나울리까지 가야 하는데 소나울리에 도착하려면 고락푸르라는 도시를 먼저 거쳐야 한다. 정리하면 우선은 바라나시에서 고락푸르까지 가야 하고 그 방법으로 내가 선택한 건 기차였다. 기차 시간은 새벽 5시 반. 인도 교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출발이나 도착시간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5시도 안 되는 시간에 바라나시 기차역에 도착하여 고락푸르행 기차를 기다렸다. 다행히 기차는 시간에 맞춰 정해진 플랫폼에 들어왔다. 기차의 생김새는 늘 그랬던 것처럼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래도 그간의 경험이 쌓인 덕인지 기차 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밤잠을 설쳤기에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기차는 고락푸르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물론 도착 시간은 표에 적힌 것보다 1시간이나 늦어졌고 여기서부터 조금씩 톱니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기차로 이동한 시간은 약 7시간 반, 원래는 11시 반 소나울리행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기차가 고락푸르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반이었으니 물 건너갔다. 소나울리에 데려다주겠다는 수많은 택시와 릭샤의 호객행위를 뒤로 하고 버스 터미널까지 터벅터벅 걸었다. 우리가 거대한 짐을 지고 터미널에 진입하자 움직이고 있던 버스 드라이버가 우리를 보고 외쳤다. "소나울리?" 나와 아들은 얼씨구나 하고 올라탔는데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여기서 3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데 어쩌라는 얘긴가 싶어 승무원 얼굴을 바라봤더니 뒤쪽에 자리가 있단다. 그가 이야기한 자리 중 하나는 그래도 사람이 앉을만했다. 그곳에 아들을 앉히고 옆을 봤더니 이건 거의 짐칸 수준이다. 별 수 있나 이게 인도라는 나라인데. 산처럼 쌓아놓은 짐과 함께 국경도시 소나울리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우리가 탑승한 이후에도 예닐곱 명 정도를 더 태웠다는 점이다. 버스가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했을 때는 아주 필수적인 통로를 제외하면 승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도 소나울리행 버스는 시간을 맞춰서 우리를 목적지에 내려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정 전에 우리가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께 문자까지 보내놨는데 나의 계획을 산산이 부숴버린 건 인도의 입출국 수속실이었다. 차와 사람이 육로로 국경을 넘나드니 얼마나 따져 물을 게 많겠냐만은 그걸 감안한다 해도 수속에 걸리는 시간은 지나쳤다. 게다가 업무를 보는 직원들의 태도는 나를 더 분노하게 했는데 마음 급한 여행객들은 아랑곳 않고 느긋하기 짝이 없었다. 본인들끼리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고 떠드는데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2주 전에 발급받은 비자의 영수증을 내놓으라나. 대꾸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였다. 버렸다 했더니 아무렇지 않게 출국 도장을 찍어줬다. 그렇게 인도에서 나가겠다는 허락을 받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 이미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고 모든 시간을 역산해 봤을 때 오늘 중으로 포카라에 닿는 것은 불가능했다.


네팔 입국심사는 15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우리는 최대한 늦게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했고 출발 시각은 오후 7시였다. 이 버스는 출발 전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승무원이 버스를 돌며 비닐봉지를 하나씩 나눠줬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버스는 10시간 가까이 네팔 산지를 달린다. 사전에 조사한 바로는 꽤 많은 사람이 멀미로 구토를 한다 했다. 그러니 당연히 버스 회사 측에서는 자신들의 버스와 승객들을 보호해야 할 테고 이를 위해 비닐봉지뿐 아니라 토사물을 받아야 할 양동이까지 빠짐없이 챙기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멀미는 없었지만 좁은 좌석 간 간격의 버스로 10시간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엄청난 고욕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앞선 기차와 버스에서 너무 많은 잠을 잤기에 더 자고 싶어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버스는 꽤 자주 쉬는 편이었고 그때마다 밖으로 나와 무릎 운동을 하고 나서야 다음 정차 때까지 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게스트 하우스 앞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5시 반. 우리 탓이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에 게스트 하우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몇 번 문을 두드렸지만 듣지 못하시는 듯했고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아침이 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포카라는 고도 800m가 넘는 고원에 위치한다. 새벽 공기는 쌀쌀했다. 배낭 깊숙이 넣어두었던 패딩까지 꺼내 입고 기다린 시간 약 40분 만에 게스트 하우스 문이 열렸다. 이른 아침에 트레킹을 떠나는 투숙객이 있었던 것이 우리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친절한 사장님께서는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미리 빼놓은 방을 내주셨다. 나와 아들은 짐을 대충 던져놓고 잠에 빠져들었다. 어젯밤 바라나시 숙소를 나온 지 꼬박 25시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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